온라인 쇼핑 시대에 월마트 주가 사상 최고치

홍준기 기자 입력 2023. 9. 21. 17:00 수정 2023. 9. 24.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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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유통 공룡 월마트가 승승장구하는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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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쇼핑 시대가 되면 오프라인 유통 기업들이 쇠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집에 움츠러든 시대에는 이런 전망이 더욱 힘을 얻었다. 하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세계 최대 ‘유통 공룡’인 미국 월마트의 주가와 실적은 쭉쭉 오르고 있다. 지난해 월마트 매출은 6113억달러(약 810조원)로 팬데믹 직전인 2019년 대비 16.7% 올랐다. 미국에만 매장이 4600여 개에 달하는 거대한 덩치를 감안하면 적지 않은 상승 폭이다.

더 눈에 띄는 건 주가다. 지난 14일 월마트 주가는 사상 최고가인 165.25달러를 찍었다. 2018년 말의 2배 수준이다. 올해 들어서만 17.4% 올랐다. 올해 경쟁 업체인 크로거 주가가 5.7% 오르는 데 그쳤고, 타겟이 15.6% 추락한 것과 비교하면 월마트의 승승장구는 경이로울 정도다. 이뿐 아니라 월마트는 포천 글로벌 500대 기업 중 1위 자리를 올해까지 10년 연속 수성했다.

그래픽=김의균
시카고에 있는 월마트 매장 로고./로이터 뉴스1

사실 최근 미국의 경제 여건은 유통 업체에 불리하다. 인플레이션과 높은 금리는 사람들이 지갑을 닫게 만든다. 그러나 월마트는 이런 악재를 뛰어넘고 있다. 자체 브랜드 상품(PB) 가격을 낮게 유지해 고객들의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고,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업의 장점을 적절히 결합시키는 데 성공하고 있다. 한때 부진했던 해외 사업도 요즘은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날개를 달고 있다. 월마트가 유통 업계 황제 자리를 굳건히 유지하는 비결을 WEEKLY BIZ가 살펴봤다.

◇하이엔드 고객 끌어들인다

월마트는 전 세계를 덮친 고물가를 위기가 아닌 호재로 삼고 있다. 인플레이션에 짓눌려 저렴한 물건을 우선시하는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전략이 적중하고 있다. 제조 업체에서 물건을 직접 사들이고, 기술·물류 투자로 가격을 낮게 유지해왔다. 특히, PB 상품이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투자은행 파이퍼 샌들러가 50개 상품을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 월마트 PB 상품은 다른 브랜드 상품에 비해 37% 저렴했다.

식료품 판매 비율이 높다는 점도 요즘은 강점이 되고 있다. 물가가 오르면 소비자들은 전자 제품이나 의류처럼 당장 꼭 필요하지 않은 소비재에 대한 지출은 줄인다. 반면 식료품 지출은 쉽게 줄일 수가 없다. 외식 물가가 오르고 있어 식재료를 사서 집에서 요리하는 사람들이 더 늘기 마련이다. 미국 내 월마트 매출의 60% 이상이 식품·음료 부문에서 발생한다. 식료품 비율이 20% 수준인 경쟁 업체 타겟은 요즘 인플레이션에 따른 타격이 상대적으로 크다.

최근에는 월마트를 찾는 고소득층이 늘고 있다. 워낙 물가가 높아 잘사는 이들도 저렴한 물건을 찾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포천은 “월마트가 하이엔드(고급)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달 투자은행 스티펠의 조사에 따르면 연간 가구소득이 10만달러(약 1억3000만원)가 넘는 소비자 중 71%가 “올해 월마트에서 쇼핑을 한 적 있다”고 답했다. 컨설팅 기업 글로벌데이터의 유통업 애널리스트 닐 사운더스는 WEEKLY BIZ에 “월마트가 매장 시설을 개선해 안락한 쇼핑을 보장하면서 매장을 찾는 소비자들이 돈을 더 쓰게 만들고 있다”고 했다.

미국 델라웨어주 윌밍턴에 있는 월마트 매장./AFP 연합뉴스

◇온라인·오프라인 조화

월마트의 옴니 채널 전략도 적중하고 있다. 옴니 채널 전략이란 매장을 방문해 물건을 구입하든, 온라인으로 주문하든 똑같이 편리하게 쇼핑할 수 있도록 여러 판매 채널을 고르게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위해 월마트는 온라인 투자에 집중하기보다는 오프라인 매장 시설 개선에도 투자를 이어왔다. 닐 사운더스는 “소비자들은 필요에 따라 온라인 구매와 오프라인 쇼핑이 모두 가능하길 원한다”며 “전자상거래가 보편화됐다고 해서 ‘오프라인 매장이 큰 의미가 없다’고 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했다.

최근에는 온라인으로 주문한 물건을 매장에서 바로 수령하는 판매 방식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온라인으로 주문한 다음 매장 주차장에 도착해 직원을 호출하면 물건을 전달받을 수 있다. 고객은 온라인 쇼핑의 장점을 누리면서, 동시에 물건을 빨리 받을 수 있다. 월마트도 고객 집까지 배송하는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이런 온·오프라인 연계 판매 방식은 워낙 매장이 많기 때문에 가능하다. 미국 인구 90%가 집에서 10마일(16㎞) 이내에 월마트 매장이 있다. 자산운용사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의 애널리스트 딘 로젠블룸에 따르면, 아마존의 매장 접근성은 월마트의 3분의 1 수준이다.

월마트는 ‘월마트 마켓플레이스’라는 오픈 마켓을 운영하며 전자상거래 서비스도 강화하고 있다. LSEG(런던증권거래소그룹)의 소비자 리서치 애널리스트 자론 마티스는 “꾸준히 신규 상품과 새로운 판매자를 등록한 결과 지난 5~7월의 경우 월마트 마켓플레이스 이용 고객이 작년 같은 기간 대비 14%나 늘었다”고 했다.

◇인도 온라인 사업 아마존 압도

월마트는 해외 사업에서 여러 차례 쓴잔을 마셨다. 2006년 독일과 한국에서 철수한 게 대표적 사례다. 현지 유통 기업과의 경쟁에서 패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0년 영국 자회사 아스다를 매각한 것도 결국 테스코 같은 현지 유통 업체와의 점유율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이처럼 아픔을 겪기도 했지만 월마트는 꾸준히 세계 각지에서 사업을 확장하며 세계화를 시도해왔다. 요즘은 좋은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다. 지난 2분기 월마트 해외 부문의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11% 늘었다. 특히, 개발도상국을 공략해 성과를 내고 있다. 멕시코·중미 법인인 월멕스의 매출이 10.1% 성장했고, 같은 기간 중국에서도 21.7% 늘었다. 빠르게 성장하는 인도 전자상거래 시장도 장악하고 있다. 월마트의 인도 전자상거래 자회사 플립카트의 시장점유율은 48%로 아마존(26%)을 압도하고 있다.

그래픽=김의균

유통 산업 전문가인 영국 스털링대 레이 스파크스 교수는 “유통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한 유럽에 월마트가 진출했을 때는 현지 기업의 대응이 상당히 빨라 월마트가 고전했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월마트가 수월하게 시장을 뚫고 들어가는 편”이라며 “(개도국에서는) 월마트가 들어오면 현대화됐다고 여기기 때문에 현지 소비자들이 이를 반기는 경향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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