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체포동의안 가결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민주당에서 대거 반란표가 나온 결과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큰 파장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21일 본회의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 재석 295인 가운데 찬성 149표, 반대 136표, 기권 6표, 무효 4표로 가결했다.
현재 국회 재적 인원은 298명으로, 단식으로 입원 중인 이 대표 본인과 구속수감 중인 윤관석 의원, 외교부 장관으로 해외출장 중인 박진 의원을 제외한 295인 전원이 출석해 가결 정족수는 148표였다. 이를 아슬아슬하게 넘긴 것이다.
특히 지난 2월 당시 이재명 대표에 대한 1차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찬성 139표, 반대 137표, 기권 9표, 무효 11표)와 비교하면, 찬성표는 10표 늘어난 반면 기권·무효표 합계는 20표(2월)에서 10표(이날)로 줄었다.
부결, 즉 반대표는 오히려 1표 줄었다. 민주당 의석은 168석, 민주당 출신 무소속 의원은 7명이다. 기본소득당, 진보당(각 1석)도 부결 입장이라고 가정하면 최대 177표의 부결표가 나올 수 있었을 것이지만, 이날 표결 결과는 민주당에서만 최소 28명가량이 '가결'에 표를 던졌음을 나타낸다.
현재 국민의힘 의석 수는 111석, 친여 무소속 2인에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 한국의희망 양향자 의원을 더하면 115명이고, 진보진영이지만 의원 불체포특권 포기가 당론인 정의당(6석)까지 더해도 121명으로 이날 나온 가결표 149표에서 28표가 모자라기 때문이다.
민주당 '반란표' 원인은?
과반 의석을 가진 원내 1당 당수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것은 예상 외의 일로 꼽힌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표결에 앞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체포동의요청 이유를 설명했다. 야당 의원들의 항의로 중단된 부분을 포함해 약 30분간 길게 이어진 설명이어서 국회의장으로부터 "좀 요약해서 설명해 달라"는 요청이 서너 차례나 나왔고, 야당 의원들도 이유 설명이 지나치게 상세하고 이 대표에게 불리한 정황증거 등을 담고 있어 피의사실 공표에 해당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항의했다.
한 장관은 특히 "현 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체포동의 요청에 대한 국회 표결이 5번 있었으나 국민의힘 하영제 의원 건만 가결되고 나머지 건들은 모두 부결됐다. 부결 이유는 '검찰의 조작이고 부당한 영장청구'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며 "그런데 돈봉투 사건 체포동의안 부결 당시 '검찰의 조작'이라던 윤관석 의원은 며칠 전 공개 법정에서 돈봉투 20개를 수수한 사실을 자백했다"는 점을 지적하고는 "지금 이 사건에 대해서도 이재명 의원은 검찰의 조작이라는, 그때와 똑같은 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장관은 또 "두 달 전인 지난 7월 18일 이재명 의원이 속한 민주당 의원 168명 전원은 '불체포특권 포기'를 결의했고 석 달 전인 지난 6월 19일 이재명 의원은 바로 이 자리에서 '저에 대한 정치수사에 대해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다'고 국민들께 자발적으로 약속했다"며 "지금은 주권자인 국민들께 한 약속을 지킬 때"라고 했다.
한 장관의 제안설명에 앞서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의사진행발언 형식으로 한 사실상의 반대토론에서 "수많은 의혹이 소위 검찰발 보도로 제기되었으나 사실로 드러난 범죄는 없었다"며 "동료 의원 1명을 구제해 달라는 게 아니다.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침식시키는 독재 수준의 검찰주의, 왜곡된 사법주의에 대해 민주주의의 보루이자 전당인 국회에서 경종을 울리자"고 호소했다.
표결 결과로 보면, 한 장관의 도발에 대한 민주당 의원들의 반감보다는 '사법 리스크'에 대한 피로감이 더 컸던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 등 지도부의 막판 설득은 빛을 바랬다. 입원 중인 이 대표는 이날 박 원내대표를 병원에서 만나 "통합적 당 운영에 대한 의지를 밝힌다"며 "현재 당 대표나 지도부의 당 운영에 대해 우려하는 의원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나, 그런 편향적인 당 운영을 할 의사나 계획이 전혀 없고 지난 총선TF 구성에 있어서도 다양한 의원들로 구성되도록 노력한 바 있다. 앞으로의 당 운영에 있어서도 다양한 의견 모으고 통합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당 대표와 지도부가 다함께 마음을 모아 노력하겠다"고 했다고 박 원내대표가 본회의 직전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이 대표의 이같은 입장을 전하며 "당 혁신 등에 대해 원내대표와 당 대표가 함께 노력할 것이기 때문에 오늘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부결해 달라"고 요청했다. (☞관련 기사 : 이재명 최후 승부수? "당 운영 통합적으로 하겠다" ) 당초 이 대표가 직접 휠체어를 타고라도 의원총회나 본회의장에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온 가운데 본인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신상발언이나 메시지도 내놓지 않으며 대신 박 원내대표를 통해 의원단에 최후 설득을 시도했으나 불발에 그쳤다.
사실 이 대표가 본회의 직전 이같은 메시지를 의원단에 전한 것도, 전날 자신의 '부결 요청'에 대한 반발과 정기국회까지 이어진 사법 리스크에 대한 당내 피로감으로 인해 표결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당 안팎의 분석이 나오면서 이에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전날 "이번 체포동의안의 가결은 정치 검찰의 공작 수사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는 글을 SNS에 올리며 부결을 호소했으나, 이와 관련해서는 오히려 당내에서 반발이 나오는 등 역풍이 일었다.
민주당 원로인 유인태 전 의원은 이날 "역풍이 생각보다 상당한 걸로 보인다"며 "심리적인 분당 사태"라고까지 했다. "부결 호소문을 낼 거라고 누가 생각했겠나. '아이고, 더는 당 같이 못 하겠다' 이런 얘기들도 하더라"는 것이다. (☞관련 기사 : 유인태 "이재명 '부결 호소' 역효과, 심리적 분당 상태")
결국 이같은 반발이 '반란 투표'의 한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전날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프레시안>에 이 대표의 페이스북 글을 두고 "역효과가 날 것 같다"며 "단식 때문에 동정론이 있었는데 그게 깨진 것 아니겠느냐"고 하기도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충격에 빠졌다.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예상하지 못한 결과라 많이 놀랍고 충격적"이라며 "지도부가 의원들에게 여러 차례 부결을 호소했는데 다른 결과가 나와서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지도부가 긴급하게 모여서 앞으로의 대책을 논의하고 (그 결과를) 추후에 다시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국회, 한덕수 해임건의안 가결…'교권 4법'은 여야 합의 통과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앞서, 국회는 민주당이 발의한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 역시 재석 295인 중 찬성 175표, 반대 116표, 기권 4표로 가결시켰다. 국무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대통령실은 앞서 "해임건의안은 국무총리나 국무위원의 법률적·정치적 실책이 명백할 때만 공당이 시도할 수 있는 것"이라며 해임건의안이 가결돼도 윤석열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한 상태다.
국회는 이날 이른바 '교권 4법'으로 불리는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육기본법 등 4개 법률 개정안도 본회의 첫 순서로 의결했다.
이들 4개 법안은 각각 재석 286인 전원찬성(교원지위법), 재석 283인 중 찬성 282표 기권 1표(교육기본법), 재석 288인에 찬성 286인 기권 2인(유아교육법), 재석 288인 중 찬성 287인 기권 1인(초둥등교육법) 등 압도적으로 가결됐다.
교육위 야당 간사인 김영호 의원은 "세상에 많은 울림을 주시고 하늘의 별이 되신 서이초 선생님과 또 최근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신 선생님들의 명복을 삼가 빌며 깊이 애도하는 마음으로 제안설명을 드린다"는 말로 본회의 제안설명을 시작하기도 했다.
민주당이 본회의 처리를 시도했던 이른바 '노란봉투법' 즉 노조법 개정안과 방송법은 이날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았다.
민주당은 "여야 합의가 되지 않아 국회의장께서 안건을 올리기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을 제출해 안건으로 포함시켜 달라는 요청을 정식 제출할 예정"(이소영 원내대변인)이라는 입장을 밝혔으나,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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