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 옥죄던 '무차별 아동학대 신고'…끝낼 근거 생겼다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학대 아니다' 근거 마련
아동학대 관련법, 아직 계류됐지만 제도도 정비
'생활지도권' 다수 학칙에 위임…추가 지원 시급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마련된 '교권보호 4법'이 21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학교 현장이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 지 기대가 모인다. 교단에서는 고쳐진 법·제도를 안착시킬 수 있도록 예산과 인력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교권보호 4법은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 ▲교육기본법 ▲유아교육법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으로, 여·야·정·시도교육감 4자 협의체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마련됐다.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교권보호 4법 개정안은 정부로 넘겨져 국무회의에 상정돼 공포되는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교원지위법은 일부 조항을 제외하고 6개월 뒤, 나머지 3개 법 개정안은 공포 즉시 시행된다.
개정안이 공포되면 그 즉시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복지법에 따른 아동학대(신체·정서학대·방임)로 보지 않는다'는 법적 근거가 효력을 갖게 된다. 초·중등교육법과 유아교육법 개정안에 담겨 있는 내용이다.
또 앞으로 교사가 아동학대 범죄로 신고됐다 하더라도 정당한 사유 없이 즉시 직위해제 되지 않게 된다.
이와 별도로 정부는 오는 25일부터 교사 생활지도를 상대로 제기된 아동학대 사안을 조사하거나 수사 과정에서 교육감의 의견을 반드시 듣는 제도를 시행한다.
제도를 뒷받침할 법 개정이 완료되기까지 시간이 남아 있지만, 법 개정 이전에도 교육 당국과 지방자치단체, 수사 기관이 아동학대 사안 처리 태도를 바꾼 것이다.
교육감이 아동학대범죄 수사가 진행될 때 신속히 의견을 제출해야 한다는 근거는 이날 국회를 통과한 교원지위법 개정안에 담겨 있으며, 지자체와 수사기관 의무를 정한 다른 아동학대 관련 법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그간 교직사회에서는 학생이 난동을 부리거나 교사를 폭행하고, 휴대폰으로 수업 영상을 촬영하는 상식 밖의 문제행동을 해도 제지할 수 없다는 자괴감이 팽배했다.
설령 교사가 퇴실이나 물리적 제지를 하더라도 보호자가 해당 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하면, 지방자치단체나 경찰 등이 교육기관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법적 쟁송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부지기수였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 등 잇단 교사들의 극단 선택이 이어지자 교단은 폭발했고 지난 4일 사상 초유의 '공교육 멈춤의 날' 행동까지 이어졌다.
올해 초 교사의 생활지도권이 법률에 명시됐으며 앞서 1일 세부적인 생활지도 범위를 규정한 '교원의 학생 생활지도 고시'가 시행됐지만, 교직사회에서는 아동학대 고소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아직 교직단체를 중심으로 아동학대 관련법을 계속 개정해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적어도 정당한 생활지도에 불복해 교사를 아동학대로 걸고 보는 무분별한 행태가 근절될 기초적인 토양은 이날 마련됐다.
최근 교사들의 잇단 극단 선택 원인으로 지적돼 왔던 반복적이고 악의적인 민원 행태도 근절될 지 관심이다.
공포 후 6개월 뒤 시행되는 교원지위법 개정안은 학부모의 악성 민원을 교권침해 유형에 새로 포함시켰다.
학부모가 교사에게 목적이 정당하지 않은 민원을 반복 제기하거나, 법적 의무가 아닌 일을 지속 강요하는 행위가 교육활동 침해 유형에 포함된다.
이를 범한 학부모는 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에서 ▲서면사과·재발방지 ▲특별교육·심리치료 징계를 받을 수 있다. 거부하면 3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물릴 수 있다.
또 중대한 교권침해를 저질러 교보위에서 강제 전학 처분을 받은 학생에게만 특별교육 수강을 강제했으나 앞으로는 출석정지, 학급교체 처분까지 확대된다.
교권침해 징계를 결정하던 학교 단위 교권보호위원회는 폐지되며 그 기능은 교육지원청으로 넘어간다. 학교 교보위는 전문성이 떨어지거나 제 식구 감싸기 문제가 있었고 학교의 사안처리 부담도 크다는 지적이 컸다.
교직단체는 교권보호 4법 통과에 환영하면서 이제는 교육 당국이 제도를 안착 시킬 수 있도록 예산과 인력, 공간 지원이 뒷받침되도록 나설 때라고 지적한다.
특히 교사 생활지도의 범위와 방식에 대해서는 제도 정비가 다 끝나지 않았는데 많은 내용을 학교에서 정하는 학칙에 위임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교육부의 고시 해설서와 교육청의 학칙 예시안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생활지도 고시 시행으로 수업방해 등 문제행동 학생을 분리할 수 있게 됐지만 분리 학생을 어디서, 누가, 어떻게 관리할 것을 놓고 학교 혼란과 교원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은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을 교실에서 분리, 지도할 수 있는 제도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유아교육법과 초·중등교육법을 추가 개정하고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교권보호 4법 통과 직후 "여야 합의를 통해 1호 안건으로 법안을 통과 시켜준 국회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교육부도 신속한 법 집행을 통해 학교 현장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교권이 바로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2023년을 교권 회복의 원년으로 삼고 현장 교원이 교권 회복을 즉시 체감하는 것을 최우선적으로 여기고 교육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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