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세수 펑크에···‘지자체, 통장 털고 빚 내라’는 정부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사용 한도 상향
지방채 발행 요건 완화···방침 뒤집어
정부는 지방교부세와 자체 세입 감소로 이중고를 겪을 자지단체들을 위해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의 사용 한도와 지방채 발행 요건을 완화하기로 했다. 이른바 ‘비상금 통장’을 털고 ‘빚’을 내서라도 재정 위기를 넘길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들은 ‘제살깎아먹기’가 될 거라고 우려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이 같은 내용의 ‘2024년 지방재정 운용방향’을 21일 발표했다.
먼저 정부는 자치단체들의 지방세입이 감소할 경우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을 최대 90%까지 사용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은 사용하지 않은 기금을 적립해 놓은 것으로, 일종의 ‘비상금 통장’이다. 기존에는 잔액의 60%까지만 사용할 수 있었지만, 이를 최대 90%까지 사용할 수 있게 기준을 완화하고, 장기적으로는 아예 제한을 없앨 방침이다.
‘포괄지방채’ 발행도 허용된다. 현재는 투자나 사업을 위한 비용을 대는 경우에 한해 지방채 발행이 허용된다. 하지만 내년부턴 인건비나 운영비 등 경상비용을 위해 지방채를 발행하는 것도 허용하기로 했다. 재정 압박 때문에 조직 운영에 어려움이 생길 경우에도 ‘빚’을 낼 수 있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쓰레기소각장 등의 시설을 인접 시·군이 함께 이용하는 공동·협력 사업도 장려하기로 했다. 각 지자체별로 소각장 시설 등을 각자 짓는 것보다는 한 곳을 공동으로 지어 함께 이용하는 편이 비용 절감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공동·협력 사업에 특별 교부세를 우선 배분하고, 중앙투자심사 기준도 완화하기로 했다.
이 같은 방향은 상당수의 자치단체들이 내년에 재정 압박에 시달릴 것이란 우려를 염두에 둔 것이다. 내년도 지방교부세 예산은 올해보다 12%가량 적게 편성됐다. 지방교부세는 내국세의 일정 비율(19.24%)를 떼어 내 지방에 주는 재원이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상당수 자치단체들에겐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또 부동산 경기 침체와 기업 실적 악화 등으로 지방세 자체 세입도 줄어들는 이중고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전년도에 쓰고 남은 예산, 즉 세계잉여금을 끌어다 쓰기도 쉽지 않다. 올해도 지방교부세가 11조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재추계’됐다. 즉 올해 쓸 예산도 부족한 상항에서 내년도 예산에 보태 쓸 잉여금이 많이 남을 거란 기대를 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 때문에 ‘비상금 통장’을 털고, ‘빚’을 내서라도 재정 위기를 넘길 수 있게 하려는 셈이다.
그러나 이는 장기적으로 지방재정의 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정부 방침과 배치된다. 정부는 지난해 말 정부는 재정건전성 강화를 이유로, 자치단체에 지방채 발행을 자제하고, 오히려 적극 상환에 나설 것을 독려한 바 있다.
실제 재정위기가 수년간 지속될 경우 ‘독’이 될 수 있다. ‘비상금’이 바닥나고, ‘빚’이 많아지면 지자체는 벌이는 사업을 줄여야 한다. 한 기초단체 재정 담당자는 “이 같은 방향은 사실상 ‘제살깍아먹기’를 하라는 얘기”라며 “비상 재원이 바닥나고, 빚 내서 인건비 주는 상황이 오더라도 알아서 버티라는 얘기”라고 했다.
특히 ‘지방시대’를 맞아 중앙에서 사무를 대거 이전받고 있는 자치단체들이 사무를 제대로 이행할 여력이 약화될 수 있다. 실제 재정 여건이나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지방으로 이양된 사무가 제대로 수행되지 못하는 사례가 벌써 나오고 있다. 2019년 국가사무에서 지방사무로 이양된 임도시설 사업의 경우 이양 전에 비해 투자비율이 69%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에 행안부는 지방으로 이양된 사무 중 지방하천 정비사업 등 주민안전이나 생활기반에 관련된 6개의 사업을 ‘우선투자 사업’으로 지정해 관리할 방침이다. 해당 사업에 과소 투자가 됐을 경우 보조금에 차등을 두겠다는 것이다.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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