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發' 수신경쟁 재현되나…'고금리 100조'가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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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촉발됐던 금융권의 수신경쟁이 다시 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 2금융권에 다음 달부터 수신 재유치 상황을 일단위로 보고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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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달비용 늘면 결국 대출금리 올라…당국도 수신경쟁 예의주시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1년 전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촉발됐던 금융권의 수신경쟁이 다시 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은행들이 지난해 고금리로 끌어모은 100조원 규모의 예적금 상품 만기가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도래하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고객 이탈을 막고, 예적금 재예치를 유도하기 위해 연 4%대 금리의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나친 수신경쟁이 은행 건전성을 악화시키고 대출금리 상승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1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20일 공시된 19개 은행의 36개 정기예금(만기 12개월 기준) 중 10개 상품이 최고 연 4%대의 금리를 제공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4%대 금리 상품은 이달 초만 해도 5개 정도였는데, 2주 새 두 배로 늘었다.
은행별로는 SC제일은행의 'e-그린세이브예금'과 전북은행의 'JB 123 정기예금'이 최고 연 4.20%의 금리를 제공해 가장 높았다. 제주은행 'J정기예금'(연 4.10%), DGB대구은행 'DGB함께예금'(연 4.05%), Sh수협은행 'Sh첫만남우대예금'(연 4.02%) 등이 뒤를 이었다. BNK부산은행 '더(The) 특판 정기예금'과 대구은행 'IM스마트예금', 케이뱅크 '코드K정기예금' 등도 연 4.00% 금리를 제공한다.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도 4%에 육박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최고금리는 연 3.90~3.95%(20일 기준)로 집계됐다. 이달 초 연 3.70~3.85% 수준에서 더 올랐다.
은행 예금금리가 올라가자 2금융권도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수신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저축은행 79곳 중 19곳에서 연 4.5%가 넘는 정기예금을 판매 중이다. 전체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평균금리도 연 4.17%로 지난달 초보다 0.14%p 올랐다.
은행권이 예금금리를 올리는 것은 지난해 하반기 유치한 고금리 예금의 만기가 도래함에 따라, 자금이탈을 막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9월말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시장이 얼어붙어 자금조달이 어려워지자, 은행들은 연 5%대 고금리 예금으로 고객을 유인해 자금을 조달한 바 있다. 이에 2금융권도 자금 확보를 위해 수신 경쟁에 뛰어들었다.
실제 5대 은행의 이달 말부터 내년 2월까지 6개월 내 예정된 정기예금 만기 도래액은 7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 2금융권까지 범위를 넓히면 100조원 이상의 고금리 수신 상품의 만기가 도래할 것으로 추산된다.
금융당국도 대규모 예적금 만기 도래 상황을 앞두고,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 2금융권에 다음 달부터 수신 재유치 상황을 일단위로 보고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이 긴장하는 이유는 고금리 수신 경쟁이 격화될 경우 은행 건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예금금리 상승은 은행 조달비용 증가에 따른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고객들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은행들이 만기가 돌아온 예금을 돌려주기 위해 다른 자금 조달 수단인 은행채 발행을 늘릴 경우 채권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는 채권시장이 막혔지만 지금은 은행채와 예적금 등 조달 방법이 다양해 지난해와 같이 수신금리가 크게 오르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수신경쟁이 심화될 경우 수신 환경과 대출금리, 은행채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연말까지는 은행권 조달 환경에 대한 밀착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jhk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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