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말 바꾸기’에 민주 갈등 증폭 6월에 “제 발로 檢 출석” 선언해놓고 ‘회기 중 영장청구’ 검찰 탓으로 돌려 단식 후 당내 우호적 여론 확산 판단 “문재인 병문안도 친문에 영향” 관측 일부 의원 “황당” “메시지 안 냈어야” 野 28표 이탈하면 가결 정족수 채워 與 “부결은 李와 공범 되는 것” 민주 압박 지도부, 21일 본회의 참석·표결 당부
“저에 대한 정치 수사에 대해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다.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검찰의 무도함을 밝히겠다.”(지난 6월19일 교섭단체 대표연설 중)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6월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07회국회(임시회) 4차 본회의에서 교섭단체대표 연설을 마친후 퇴장하고 있다. 뉴시스
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본인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해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하면서 한 발언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체포동의안 표결을 하루 앞둔 20일 사실상 부결 투표를 공개 요청하면서 3개월여 만에 약속을 뒤집은 셈이 됐다.
이 대표는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 번복의 명분으로 결국 “검찰이 지금 수사가 아니라 정치를 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민주당이 지난달 ‘회기 쪼개기’를 통해 체포동의안 표결이 필요 없는 비회기를 만들었는데도 검찰이 당시 영장을 청구하지 않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이 대표는 “(검찰 영장청구가) 가결하면 당 분열, 부결하면 방탄 프레임에 빠트리겠다는 꼼수”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전날 입원 중인 이 대표를 만났다며 “(이 대표가) 회기 중 체포영장은 반드시 국회 표결을 해야 하는데 이건 불체포특권을 포기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회기 중 구속영장 청구로 불체포특권 포기가 불가능해졌다는 논리인데, 사실상 본인의 ‘말 바꾸기’ 또한 검찰 탓을 한 셈이다.
이런 주장과 별개로,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을 번복한 건 단식으로 당내 여론이 변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 단식이 장기화하고 병원 이송까지 되면서, 계파색이 옅은 의원들 사이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확산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전날 직접 병문안을 한 것도 친문(친문재인) 의원들 사이에 우호적 여론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평이 나온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19일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방문해 입원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은 이날 이 대표 가결 요청에 우려와 비판을 쏟아냈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한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당 입장에서는 황당하다”며 “(이 대표가 의사를 분명히 한 만큼) 당내에 친명(친이재명) 호소인들의 신앙 간증 대결이 펼쳐지게 생겼다”고 평했다. 다른 초선 의원도 “이 대표가 오늘 메시지를 안 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의 부결 요청으로 민주당은 21일 체포동의안 표결과 관련해 부결 쪽으로 분위기가 기우는 모양새다. 한 초선 의원은 “2월 1차 체포동의안 때와 달리 이번엔 이탈표가 별로 없을 것으로 예상돼 부결될 걸로 본다”며 “지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매우 중요한데 만약 이 대표 체포동의안을 가결시키면 우리 지지층이 선거에 나오지 않을 텐데, 이런 게 표결에 반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침묵하는 다수’가 있다는 의견도 있어 표결 결과를 쉽사리 예측하긴 힘든 상황이다. 재적 의원 297명 중 병상에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수감 중인 무소속 윤관석 의원, 해외 순방 중인 박진 장관을 제외한 출석 예상 의원 총 294명 중 국민의힘(출석 110명)·여권 성향 무소속(〃 2명)·정의당(〃 6명)·한국의희망(〃 1명)·시대전환(〃 1명)이 모두 가결 투표한다고 가정할 경우 민주당 등에서 28표만 이탈하면 가결 정족수 148표를 채우게 된다. 지난 7월 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제안한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을 두고 당내 논의가 지지부진할 때, 비명계 중심으로 의원 31명이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한 걸 들어 ‘반란 가결표’ 규모를 가늠하는 시각도 있다.
지난 2월 이 대표 1차 체포동의안 표결 때 기권 등을 포함해 최소 31표가 이탈한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이 표 상당수가 가결로 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비명계 이원욱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1차 표결 때 기권·무효 투표한) 사람들에게 물어보니까 ‘이번엔 가결해야지’ 하는 분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최고위원회는 이날 이 대표 체포동의안 부결이 적절하다는 결론을 냈다. 다만 당론 추진은 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박광온 원내대표가 이날 오후 당 의원총회에서 이 같은 최고위 논의를 전하고 부결을 요청했다. 그러나 설훈, 김종민 등 일부 비명계 의원들이 이 자리에서 가결 주장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의총 종료 후 기자에게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는 자리였기 때문에 어떤 결론을 내리진 않았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하루 앞둔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박광온 원내대표와 조정식 사무총장이 대화를 하고 있다. 뉴스1
◆與 “李, 당당히 걸어가겠다더니… 국민 속여”
국민의힘은 20일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 국회 표결을 하루 앞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자당 의원들에게 사실상 부결을 요청한 것을 두고 “국민을 속였다”고 맹공했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체포동의안 가결은 정치검찰의 공작수사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는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 “당당하게 걸어가겠다고 하지 않았냐”면서 “(불체포 특권 포기라는) 거짓말을 하고 국민을 속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철규 사무총장은 페이스북에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던 이 대표의 말은 거짓말이 됐다”며 “정말 포기하는 줄로 믿었던 국민들을 속였다. 이 대표는 구속을 피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민주당을 향한 국민들의 냉철한 심판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적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국 시·도당위원장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유상범 수석대변인도 “이 대표가 그동안 숨어서 체포동의안 부결을 조장하더니 전면에 나서서 민주당 전체에 체포동의안 부결을 지정했다”며 “결국 지난 6월 이 대표가 국민 앞에서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호기롭게 외치던 것이 거짓말로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한민국 제1야당 정치인이 국민 앞에서 한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모습은 더 이상 정치인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했다.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검찰 수사를 창작 소설만도 못하다고 비웃으며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던 호기로운 모습은 어디 가고 소속 의원들에게 부결을 읍소하고 나섰다”며 “이 대표가 표결을 앞두고 많이 불안한가 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을 향해 “숨는 자가 범인이라고 했다.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은 이재명과 공범이 되는 것”이라고 압박했다.
또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소속 의원 전원에게 21일 본회의 참석과 표결을 당부하며 단속에 나섰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내일 본회의가 대단히 복잡한 상황”이라며 “내일은 한 분도 빠져서도 안 되고 제가 장관들도 부를 것이다. 반드시 표결에 임해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