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텀 리버티 "충분히 매력적인 V의 비밀 요원 데뷔기"

비밀스러운 조직의 요원이 상대 조직에 잠입해 임무를 수행하는 '첩보물'은 늘 인기 있는 스테디셀러다. 각종 첨단 장비로 무장하고, 위장과 연기로 적을 능숙하게 속이며 암약한다는 특유의 설정이 주는 간질간질한 로망이 있다. 이는 대개 악당의 음모를 막기 위한 '정의로운 임무'이기에 더욱 그렇다.
CD프로젝트레드 사이버펑크 2077의 DLC 팬텀 리버티가 첩보 스파이물이라는 소리를 듣고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대통령 구출이라는 거창한 임무도 그랬지만, 무엇보다 가장 좋아했던 루트 엔딩에서조차 렐릭으로 인한 시한부를 벗어나지 못했던 주인공 V가 드디어 걱정 없이 행복해지나 싶었기 때문이다.
팬텀 리버티 투어 서울에서 스파이 미션을 진행하며 이 생각은 더욱 강해졌다. 어쨌든 도그 타운의 커트 핸슨은 명백히 나쁜 놈 같았고, 밀리테크 전 CEO이자 현직 신미합중국 대통령 로잘린드 마이어스는 조금 뒤가 구린 면이 있더라도 커트 핸슨보다는 훨씬 나은 선택지로 보였다.
기자는 출시 후 시간이 조금 지난 시점에서 원작 플레이를 시작했다. 구매 결정을 위해 리뷰를 찾아보다 중대 스포일러를 밟고 굉장히 허탈했던 기억이 난다. 게다가 사이버펑크 2077은 매력적인 인물과 스토리, 퀘스트가 재미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게임이 아닌가. 앞으로 플레이할 여러분을 위해 이번 리뷰는 최대한 스포일러 없이 진행하려 한다.
장르: 오픈 월드 RPG
출시일: 2023년 9월 26일
개발사: CD프로젝트레드
플랫폼: PC, 콘솔
■ 두 가지 선택지, 개성 넘치는 다양한 등장인물

팬텀 리버티는 원작 전개와는 독립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The Human Factor 인적 요인' 퀘스트를 완료했다면 이전 세이브 파일을 활용해 이어서 플레이 가능하다. 물론 새로운 V로 팬텀 리버티 사건 이전 프롤로그부터 게임을 시작할 수도 있으며, 앞선 스토리를 건너뛰고 팬텀 리버티 스토리를 진행하는 것도 된다.
넷러너 송버드에게 연락을 받은 V는 "렐릭 관련 문제를 자신이 해결해 주겠다"라는 송버드의 제안을 받는다. 대통령이 탑승한 궤도 왕복선이 추락한다는 도그 타운으로 향한다. 전용기는 갑자기 의문의 세력으로부터 미사일 공격을 받기 시작한다. 추락한 기체에서 대통령을 무사히 구출하는 데 성공했지만 정작 송버드와의 연락이 끊긴다.
스파이 미션에서 체험했던 대로 V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두 가지로 나뉜다. 송버드와 마이어스 대통령을 믿고 정부 비밀 요원으로서 임무를 수행하는 것, 그리고 아무도 믿지 않은 채 용병으로서 자신의 살 길을 찾는 것이다.
송버드, 솔로몬 리드, 알레나 제나키스 등 협력자로 등장하는 요원들과 줄곧 그들에게 비딱하고 냉소적인 태도를 취하는 우리의 영원한 록커보이 조니 실버핸드 사이에서 V는 자신의 길을 결정해야 한다. 팬텀 리버티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저마다 사정을 숨기고 있으며, 명백한 선도 악도 존재하지 않는다.
■ 렐릭 스킬 트리 추가로 더욱 스릴 넘치는 전투

팬텀 리버티 DLC의 배경 '도그 타운'은 벽으로 둘러싸인 도시 안의 도시다. 커트 핸슨이 지배하지만 그가 대체적으로 방관적인 태도를 취하는 탓에 도시에는 각 세력들의 균형이 기묘하게 유지되고 있다. 나이트 시티와는 완전히 분위기가 달라 처음엔 조금 낯설 정도였다.
프롤로그부터 대놓고 커트 핸슨과 그의 사병 집단 바게스트를 적대시한다. 그렇기에 도그 타운으로 잠입한 V는 최대한 눈에 띄지 않아야만 한다. 이 게임을 구성하는 키워드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잠입'이다. 퀘스트 도중 '목격자가 없으면 암살' 마인드로 대놓고 공격하면 사방에서 쏟아지는 총알과 동료의 구박을 배터지게 먹는다.
도그 타운은 완전한 무법지대이므로 언제 어디서든 교전 가능하다. 물론 목격자를 없애지 못한 업보는 본인이 감수할 몫이다. 대통령을 구하며 본격적으로 바게스트들과 적대하기 전에도, 말 한 번 걸어보려고 접근했다 빨간 점이 벌 떼같이 몰려들어 사망하기도 했다.
초반부 전투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카 체이싱이다. 추격전 상황에서 적 자동차를 들이받으며 탈출하거나 혹은 역으로 포위당해 차량 째로 불타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운전 중 총알이 허락하는 한 마음껏 사격할 수 있으며, 총이 싫다면 비상 브레이크, 자폭, 풀 액셀 등 퀵핵을 사용할 수 있다.

팬텀 리버티는 여러 전투 시스템 변화가 있다. 가장 크게 체감한 것은 역시 렐릭 스킬 트리다. 송버드와 처음 만날 시 그녀가 V의 렐릭 안에 숨겨진 밀리테크 전투 소프트를 개방해 주는데, 이 때 렐릭 스킬 트리가 열린다.
은신 중점의 어쌔씬 빌드부터 치명타 위주 건슬링어, 사이버웨어 마스터 등 렐릭 스킬 트리에는 다양한 신규 능력이 존재한다. 그 중 기자가 가장 즐겁게 사용했던 것은 맨티스 블레이드다. 맨티스 블레이드로 절단하거나 마무리할 시 다음 도약 공격이 충전되며 강화된다. 그야말로 사이버펑크 닌자, '용이 내가 되는' 기분을 한껏 느낄 수 있었다.
소모품도 고유 쿨타임과 개수를 가진 한정 재화로 변경되었다. 늘 약쟁이처럼 포션을 입에 물고 싸우던 기존과 달리 조금 더 조심스러운 잠입 및 플레이가 필요하다. 또한 총기 격발 시에 스태미나가 소모되며, 스태미나가 고갈될 시 조준이 엉망이 되기 때문에 기존과는 플레이 스타일이 다소 달라진다.
이외에도 특전과 스킬이 대대적으로 개편 및 추가됐으며 방어력이 사이버웨어와 연동되는 등 여러 변경 사항이 있었다. 새로 시작하지 않고 기존 세이브 파일로 팬텀 리버티를 이어 플레이하려는 유저라면, 반드시 변경된 점을 확인하고 리스펙 후 게임을 진행하길 바란다.
■ 다면적 캐릭터와 풀 더빙 덕분에 과몰입 천국

원작도 그랬지만 DLC 팬텀 리버티 역시 한국어 풀 더빙으로 그야말로 압도적인 몰입감을 선사한다. 로컬라이징은 또 얼마나 잘 됐는지, 온갖 단어를 사용하며 한국어를 나보다 잘 구사하는 듯한 등장 인물들을 보면 가끔 헛웃음이 나올 때도 있었다.
송버드나 솔로몬 리드, 조니 실버핸드 등 V와 깊은 상호 작용을 나누는 주역 캐릭터들에게서 이 장점은 더욱 두드러졌다. V가 그들의 배경과 사정을 이해하고 속 깊은 얘기를 터 놓을수록 플레이어도 게임 속 세계에 깊게 이입한다. 소위 말하는 과몰입을 유발하는 것이다.
음악 또한 과몰입을 돕는다. 도그 타운의 각종 장소에서 흘러 나오는 음악, 라디오와 TV에서 흐르는 일상적인 소음, 누군가와 교전할 때의 배경 음악 등 때와 장소에 맞춰 흘러 나오는 음악들이 귀를 즐겁게 했다. 특히 송버드와 관련된 곡들이 좋았다.
원작을 플레이할 때도 그랬지만 과몰입하게 되는 이야기는 뭐랄까, 어느 정도의 까방권을 부여한다. 팬텀 리버티를 플레이하는 동안 자잘한 프레임 드롭이나 끼임 현상, 열리지 않는 문 등 잔 버그를 겪었지만 그 부분이 그렇게 크게 와닿지 않았다. 아마 불쾌감보다 송버드와 V의 이후 이야기가 더 궁금했기 때문일 것이다.
팬텀 리버티가 단점 없는 완벽한 게임이냐 물으면 그렇지는 않다. 다만 원작이 그랬듯 팬텀 리버티 역시 단점보다 장점이 더 크게 느껴진다는 것은 확실하다. 사이버펑크 2077의 세계와 V에 매혹되어 추가 DLC를 손꼽아 기다리던 사람이라면, 아마 만족스럽게 팬텀 리버티를 플레이할 수 있을 것이다.
1. 매력적인 캐릭터 조형과 풀 더빙
2. 더욱 박진감 넘치는 전투 시스템
3. 아찔한 차량, 오토바이 총격전
1. 끼임 현상 등 자잘한 버그
2. 잊을만 하면 등장하는 프레임 드랍
3. 운전 못 하는 사람에겐 힘겨운 도로 위 전투
suminh@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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