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네타냐후 취임 9개월만에 백악관 아닌 뉴욕서 회동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2023. 9. 21.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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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이스라엘 정상회담, 바이든 ‘사법장악’ 재차 우려 제기
“연말에는 워싱턴DC에서 보자” 백악관 초청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20일(현지 시각)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유엔 총회가 열리고 있는 미국 뉴욕에서 1시간 동안 회동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지난해 연말 재집권한 뒤 약 9개월 만에 이뤄지는 첫 대면(對面) 회동이다. 팔레스타인 정책과 사법 정비 입법 등 문제로 미국의 비판을 받아온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에도 백악관에 초청받지 못했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미·이스라엘간 긴밀한 동맹 관계를 감안할 때 양국 정상의 만남이 늦어진 것은 매우 이례적이었다”라며 “백악관이 아닌 유엔 총회 장에서 고위급 양자 회담이 열린 것은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불만을 드러내는 신호로 여겨진다”고 했다.

조 바이든(오른쪽) 미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각) 유엔 총회가 열리고 있는 뉴욕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모두 발언에서 “우리는 몇 가지 어려운 문제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며 “우리 파트너십의 핵심인 ‘견제와 균형’을 포함한 민주적 가치를 수호하고, 협상을 통한 두 국가 해법으로 가는 길을 보존하며, 이란이 핵무기를 절대 획득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견제와 균형’ 발언은 네타냐후 총리가 주도하는 이스라엘 우파 연정의 ‘사법부 무력화’ 입법에 대한 우려를 담은 발언으로 해석됐다. 백악관도 성명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은) 합의가 없는 이스라엘 민주주의 시스템 변화에 대한 우려를 거듭 강조했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우리의 생각에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이스라엘에 대한 약속은 굳건하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연말 전 워싱턴 DC(백악관)에서 만나자”고 했다.

이에 네타냐후 총리도 “우리는 빠르게 변화하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분명하고 변하지 않는 한 가지는 이스라엘의 민주주의에 대한 약속”이라며 “우리는 그 가치를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우리는 이스라엘과 사우디 간의 역사적인 평화를 구축할 수 있다”며 “이 평화는 오래 유지되면서 이슬람권과 유대 국가의 화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진정한 평화를 진전시킬 것”이라고도 했다. 이는 미국이 추진 중인 이스라엘과 사우디 간 관계 정상화 협상에 대한 기대를 나타낸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또 “우리가 함께하면 역사를 만들고 더 나은 미래를 창조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이란과 같은 위협에도 맞설 수 있다”고 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중동의 대표적 숙적인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국교 수립을 중재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중동 내 급격한 세력 확장에 놀란 미국의 다급함을 반영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었다. 지난 3월 중국은 극비리에 주도한 물밑 협상 끝에 사우디와 이란이 7년 동안 단절됐던 외교 관계를 복원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중국의 외교적 영향력이 커지는 모양새에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좌관이 지난 5~6월 잇따라 사우디를 찾아 빈 살만 왕세자와 만났었다. 중동에서 미국과 가장 가까운 이스라엘의 정상은 통상 취임 후 몇 주 안에 백악관으로 초청받아 미국 대통령과 회담해왔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극우 세력 등과 손잡고 재집권한 뒤 팔레스타인 합병 등 대팔레스타인 초강경 정책 기조와 사법부 무력화 입법 등을 예고한 네타냐후를 만나지 않았다. 이번에도 네타냐후 총리를 백악관으로 초대하지 않고 유엔 총회가 열리는 뉴욕에서 만난 것을 두고 미 언론들은 “양 지도자간 여전히 긴장이 남아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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