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비싸고 소리도 크다?… 핵 추진 잠수함에 대한 오해와 진실 [유용원의 군사세계]
1982년 포클랜드 전쟁이 발발하자 영국은 1만4400㎞ 떨어져 있는 포클랜드로 핵 추진 잠수함과 재래식 디젤 잠수함을 동시에 보냈다. 핵 추진 잠수함은 10일 만에 현장에 도착해 아르헨티나 순양함 ‘헤네랄 벨그라노’를 격침하며 해전을 승리로 이끈 주역이 됐다. 반면 디젤 잠수함은 해전이 끝난 후인 35일 만에 현장에 도착해 해전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못했다. 포클랜드 전쟁에서 디젤 잠수함의 무력함이 입증되자 당시 영국 마거릿 대처 총리는 디젤 잠수함의 조기 퇴역을 결정했다. 현재 영국은 미국처럼 핵 추진 잠수함만 운용한다. 소형 원자로로 움직이는 핵 추진 잠수함은 25노트(시속 46㎞)의 빠른 속도로 장시간 항해할 수 있는 반면, 디젤 잠수함은 고속 항해 시 배터리가 1시간 만에 방전돼 느린 속력으로 항해해야 하기 때문에 고속 기동 등 수중 작전 능력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잠수함 함장 출신인 문근식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대외협력국장은 “기차에 비유하자면 핵 추진 잠수함은 고속 열차인 ‘KTX’, 디젤 잠수함은 완행열차인 ‘무궁화호’라고 할 수 있다”며 “핵 추진 잠수함은 평균 속력이 시속 37~47㎞로 지구 한 바퀴(4만120㎞)를 도는 데 40일 정도 걸리는 반면, 디젤 잠수함은 평균 시속 11~15㎞로 지구 한 바퀴를 도는 데 140일가량 걸린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이 신형 전술핵잠수함을 공개하고, 지난 2021년 핵 추진 잠수함 확보를 공언한 김정은이 러시아를 방문해 첨단 군사 기술을 제공받기로 함에 따라 우리도 핵 추진 잠수함을 보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핵 추진 잠수함이 소음이 크고 너무 비싸 우리가 도입하기는 비효율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①소음이 너무 크다?
잠수함은 스크루 등에서 나오는 소음으로 탐지되지 때문에 소음이 크면 치명적이다. 재래식 잠수함의 ‘대표 선수’로 우리 해군도 9척을 보유하고 있는 독일제 209급은 재래식 잠수함 가운데서도 조용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데 소음이 100~110dB(데시벨) 수준이다. 3000t급 국산 잠수함인 도산안창호급은 이와 비슷하거나 약간 작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구형 핵 추진 잠수함인 중국의 ‘한’급 공격용 잠수함은 소음이 이보다 30~40dB가량 큰 140dB에 달해 ‘수중 경운기’라는 별명을 얻었다. 세계 최대 핵 추진 잠수함으로 영화 ‘붉은 10월호’의 주인공으로 유명한 러시아 ‘타이푼’급은 125dB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핵 추진 잠수함에는 터빈의 고주파와 원자로 냉각 장치, 감속 기어 소음 등 재래식 잠수함에는 없는 소음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술 발전으로 신형 핵 추진 잠수함은 소음이 재래식 잠수함과 비슷한 수준으로 낮아졌다고 한다. 미국의 최신형 버지니아급 공격용 핵 추진 잠수함은 209급과 비슷한 100~110dB 수준으로 전해졌다. 이는 잠수함이 비교적 커 부품 연결 부위 감쇄재 삽입, 선체 내외부 음향 흡수 타일 설치 등 소음의 외부 유출을 차단할 수 있는 장치 장착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②너무 비싸다?
핵 추진 잠수함은 재래식 잠수함에 비해 건조 비용이 비싸다. 1척당 건조 비용이 미국 버지니아급 핵 추진 잠수함은 3조6000억원이나 되고 영국 최신형 아스튜트급 공격용 핵 추진 잠수함은 2조원, 우리 핵 추진 잠수함의 모델로 알려진 프랑스 바라쿠다급(쉬프랑급)은 1조6000억원가량이다. 문제는 재래식 잠수함 건조 비용도 신형은 크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해군이 9척을 보유 중인 독일제 214급(1800t급)은 척당 4500억원이었지만 최신형 도산안창호급은 척당 1조원에 이른다.
지난 2017년 해군 연구 용역 결과에 따르면 국산 핵 추진 잠수함 개발에는 7년가량이 걸리고 비용은 척당 1조3000억~1조5000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됐다. 군 당국은 현재 척당 건조 비용을 1조6000억원가량으로 추정하지만 2조원 이상 되리라 보는 전문가가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작전 효용성을 따지면 핵 추진 잠수함이 더 가성비가 있다고 지적한다. 재래식 잠수함으로 북한 신형 전술핵잠수함이나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잠수함을 감시·추적하려면 배터리 성능 문제 등으로 그물처럼 촘촘히 배치해야 하는데, 수중 고속 주행이 가능한 핵 추진 잠수함은 1척만으로 가능하다는 것이다. 국책 연구 기관의 한 전문가는 “핵 추진 잠수함 1척이 재래식 잠수함 5척의 역할을 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③한미 원자력 협정이 족쇄?
국산 핵 추진 잠수함 도입과 관련해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이 한미 원자력협정이다. 한미 원자력협정 제11조는 ‘농축·재처리 등 핵물질 형상 변경은 양자 간 수행하는 고위급 협의에서 합의하고 우라늄235 동위원소가 오직 20% 미만인 경우에 한하여 농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어 제13조는 ‘협정에 따라 이전·생산된 모든 핵물질은 핵무기, 핵폭발 장치의 연구·개발이나 어떠한 군사적 목적을 위해서도 이용되지 아니한다’고 돼있다. 이에 따라 고농축은 물론 저농축우라늄(20% 이하)을 쓰는 핵 추진 잠수함 도입도 어려운 ‘족쇄’가 채워져 있는 것이다.
미국이 아닌 프랑스·러시아 등에서 20% 이하 저농축우라늄을 도입할 경우엔 미국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 하지만 한미 동맹 등을 감안할 때 ‘정공법’으로 미국과 협상해 원자력 협정을 개정, 핵 추진 잠수함 보유를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 2021년 출범한 미·영·호주 3국 안보 동맹체 ‘오커스’(AUKUS)를 통해 극히 이례적으로 호주의 핵 추진 잠수함 도입을 허용한 것은 우리에게 좋은 벤치 마킹 사례로 꼽힌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2030년대 초부터 호주에 버지니아급 핵 추진 잠수함 3척(최다 5척)을 판매하겠다고 공언했다.
최근 공개된 북한의 전술핵 공격 잠수함이 북한 연안 물속에서 작전할 경우 우리 해상 초계기가 북 연안에 근접해 작전하기 어렵기 때문에 장기간 매복 및 신속 타격이 가능한 핵 추진 잠수함 도입과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이 더욱 필요해졌다는 지적이다.
남한 겨냥한 北 신형 전술핵공격잠수함
북한은 정권 수립 75주년(9월 9일)을 하루 앞둔 지난 8일 첫 전술핵공격잠수함을 건조했다고 전격 발표한 뒤 김정은이 주관한 진수식 모습을 공개했다.
‘김군옥영웅함’으로 명명된 이 잠수함은 북한이 20여 척을 보유하고 있는 로미오급을 개량한 약 3000t급의 잠수함으로 추정된다. 구형 로미오급 잠수함에 무리하게 수직 발사관(VLS)을 10기나 집어넣다 보니 매우 기형적인 형태가 됐고, 이 때문에 성능에 한계가 많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정상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모습은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며 “외형 분석 결과 미사일을 탑재하기 위해 함교 등 일부 외형과 크기를 증가시킨 것으로 보인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추진 체계와 배터리는 구형 로미오급과 같은데 미사일을 탑재할 수직 발사관 구역이 일반적인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탑재 잠수함에 비해 기형적으로 크다. 이 때문에 ‘수중 경운기’라 불릴 정도로 수중 소음이 커지고 기동성도 제한되며 충전을 위해 더 자주 부상해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북 신형 전술핵잠수함의 수직 발사관 10기는 대형 4기, 소형 6기로 구성돼 있다. 대형 발사관 직경은 1.4m 이내, 소형 발사관은 70㎝가량으로 추정된다. 사거리 2000㎞ 이상인 북극성 3~5형(직경 1.4~2m 이상)은 탑재하기 어렵고 KN-23 미사일을 SLBM으로 개량한 미니 SLBM(직경 90여㎝)과 전략순항미사일(직경 50~60㎝) 탑재가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미니 SLBM의 최대 사거리는 600㎞ 정도로 남한과 일부 주일 미군 기지를, 전략순항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는 1500~2000㎞로 남한과 오키나와를 포함한 주일 미군 기지를 각각 사정권에 두고 있다. 군 소식통은 “북 전술핵잠수함이 현재로선 성능이 크게 떨어지더라도 북 해안 가까이 연안 물속에선 작전할 수 있기 때문에 일부 성능을 개량하면 우리에겐 실질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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