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평인]비례대표 초선의 구태 뺨치는 갈 之자 정치

송평인 논설위원 2023. 9. 20.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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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정치판을 기웃거린 것은 2016년부터다.

그는 그해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에 인재 영입 대상으로 입당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위성정당이 만들어지자 이를 비판하던 그는 6일 만에 시대전환을 탈당해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에 입당했다.

시민당에서 비례대표 6번을 공천받고 의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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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정치판을 기웃거린 것은 2016년부터다. 그는 그해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에 인재 영입 대상으로 입당했다. 비례대표 출마를 원했으나 공천을 받지 못했다. 4년 뒤인 2020년 총선을 앞두고는 시대전환을 창당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위성정당이 만들어지자 이를 비판하던 그는 6일 만에 시대전환을 탈당해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에 입당했다. 시민당에서 비례대표 6번을 공천받고 의원이 됐다. 그의 의원으로서의 첫 출발은 꼼수인 위성정당을 통해서였다.

▷조 의원은 국회 입성 후 예상대로 시대전환으로 복귀했다. 민주당은 시민당의 친(親)조국 이미지를 탈색시키기 위해 시민단체 몫이라는 구실로 시대전환의 조정훈 후보와 기본소득당의 용혜인 후보를 공천했고 두 사람 다 총선 후 민주당과 시민당의 합당에 불복한다는 이유(정확히는 구실)로 출당당해 원래 정당으로 돌아갔다. 총선 전 시대전환 탈당은 위성정당 입당과 결부된 또 다른 꼼수인 위장 탈당이었다.

▷조 의원은 이듬해인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했다. 조 의원은 “완주할 마음이 아니라면 출마하지 않았다”고 했으나 결국 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단일화를 하며 후보직을 내려놓았다. 본래부터 당선 가능성이 높지 않았다. 대신 자기 이름을 알릴 기회를 얻었고 막판에 후보직을 내려놓고 의원직을 유지해 실속은 실속대로 챙겼다.

▷조 의원은 이번 국회 전반기까지만 해도 친민주당 성향을 보여 왔으나 문재인 정부 말기와 윤석열 정부 초기를 거치면서 급속히 친국민의힘 쪽으로 돌아섰다. 결국 그제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그를 1호 인재로 영입한다고 밝혔다. 조 의원의 당적은 ‘더불어민주당-시대전환-더불어시민당-시대전환’으로 바뀌었고 다시 국민의힘을 더하게 됐다.

▷그는 본인 입으로 대학(연세대 경영학과)과 대학원(하버드대 케네디행정대학원 석사과정)은 재수해서 들어갔고 세계은행은 삼수해서 들어갔다고 강조한다. 목표를 세우면 달성을 위해 집요하게 추구하는 스타일인 듯하다. 내년 총선에 지역구 당선에 도전하면서는 국민의힘이라는 거대 정당의 조직력에 의탁하기로 마음먹은 모양이다.

▷국민의힘은 그를 서울 마포갑 지역구에 공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서울은 민주당 강세 지역이고 특히 서울 서북권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세력이 강하다. 그러나 대통령이 속한 정당에서 출마하면 떨어져도 갈 자리가 많다. 한번 거대 정당에 몸담을 기회가 있었으면 거기서 개혁을 추구해야지, 권력의 향방에 따라 거대 정당 사이를 오가는 갈지자 행보의 초선 정치인에게 어떤 개혁을 기대할 수 있을까.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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