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성범 시즌아웃인데, 거포도 못 키웠다… 과거로 돌아간 KIA, 숙제 못한 대가 치르나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2021년 KIA의 팀 타율은 0.248로 리그 평균(.260)에 못 미치는 리그 9위였다. 잘 맞지도 않는데, 멀리치는 건 더 못했다. KIA는 2021년 전체를 통틀어 팀 홈런이 66개에 그쳤다. 그 결과 팀 OPS(출루율+장타율)는 0.673으로 리그 최하위였다.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투 트랙’으로 움직였다. 거포 육성에는 시간이 걸렸다. 당장 쓸 선수가 필요했다. 마침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 최적의 매물이 있었다. 리그를 대표하는 좌타자 나성범(34)이었다. KBO리그 통산 타율이 3할이었고, 2020년 34홈런을 기록하는 등 30홈런 시즌만 세 차례, 20홈런 이상 시즌은 7번이나 됐다. 정확도에 장타력을 다 갖춘 타자였다.
구단은 화끈하게 현장을 지원했다. 돈이 있었다. 망설이지 않고 질렀다. 6년 총액 150억 원(보장 120억 원‧옵션 30억 원)에 KIA 유니폼을 입혔다. 일단 당장 중심타선에서 무게감을 잡아줄 선수는 확보했다. 하지만 KIA는 이걸로 끝내면 안 됐다. 나성범은 6년의 계약 기간이 끝나면 30대 후반의 선수였다. 점차 기록은 떨어질 것이 분명했다. 나성범의 뒤를 이을 거포 육성이 필요했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황대인과 김석환을 필두로 ‘멀리 칠 수 있는’ 선수를 눈여겨본 게 KIA였다. 특히 우타 거포 옵션들이 그랬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한화와 트레이드로 우타 거포 자원인 변우혁까지 영입했다. 이처럼 거포 육성은 KIA의 숙원이었다.
9월 20일 현재, KIA에는 양쪽 다 없다. 올해 왼쪽 종아리 부상으로 6월 23일에야 시즌을 시작했던 나성범이 다시 쓰러졌다. 이번에는 오른쪽 햄스트링이다. 19일 광주 LG전 8회 도중 다쳤다. 교체될 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큰 부상이라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정작 검진을 받아보니 햄스트링 손상 진단이 나왔다. 재활에만 10주에서 12주가 걸린다. 대다수 팀들은 이탈 기간을 넉넉하게 잡는 성향이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게 봐도 이건 시즌아웃이다.
1-4로 뒤진 8회 무사 2,3루 기회에서 타석에 들어선 나성범은 우중간에 떨어지는 적시타를 쳐 팀에 추가점을 안겨줬다. 누상에 발 빠른 주자(최원준 김도영)들이라 홈에 들어오는 건 넉넉했다. 이후 최형우 타석 때 폭투로 2루에 간 나성범은 김선빈의 우익수 뜬공 때 3루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넉넉한 상황은 아니라 슬라이딩으로 3루에 들어갔는데, 직후 곧바로 이상을 느꼈다. 바로 대주자 이우성으로 교체됐다. 이것이 올해 나성범의 마지막 장면이 됐다.
나성범은 올해 건강하지 못했다. 그러나 건강하기만 하면 여전히 리그 최고 수준의 타자라는 것을 증명했다. 시즌 58경기에서 터뜨린 홈런만 18개였다. 이는 지난해 144경기에서 나온 홈런 개수(21개)와 별 차이가 없었다. 규정타석에는 많이 모자라지만, 그래도 253타석에 나가 타율도 0.365로 굉장히 높았다. OPS는 1.098이다. “시즌을 처음부터 했으면 MVP 페이스였다”는 19일 김종국 KIA 감독의 말은 허언이 아니다.
나성범이 쓰러진 가운데, 미래를 보고 기회를 줬던 중장거리 자원들도 죄다 부진이다. 황대인이 194타석, 변우혁이 175타석을 얻었다. 그러나 두 선수가 터뜨린 홈런의 합계는 11개(황대인 5개, 변우혁 6개)로 기대에 못 미친다. 황대인은 올해 타율이 0.219까지 떨어졌다. 꾸준하게 나갈 기회를 받을 만한 성적은 아니었다. 변우혁도 기본적으로 타율이 그렇게 좋지는 않고 삼진이 많았다. 여기에 한 번 못하면 선발에 빠지고, 2군에 가고, 다시 1군에 올라오는 등 선수로서는 쉽지 않은 환경이 이어졌다.
좌타 거포 자원인 김석환은 올해 1군 4경기 출전에 그쳤다. 퓨처스리그 76경기에서 타율 0.302, 18홈런을 기록했는데 1군에서 활용이 적다. 결국 황대인 변우혁 김석환 모두 올해 유의미한 ‘스텝업’을 이루지 못했다. 팀 홈런 1위는 58경기만 나간 나성범이고, 공동 2위는 불혹의 베테랑 최형우와 외국인 타자 소크라테스 브리토(이상 17개)다. 소크라테스는 당장 재계약이 관건이고, 최형우도 3~4년 뒤를 대비한 자원은 아니다. 나머지는 두 자릿수 홈런 타자가 하나도 없다.
나성범이 빠진 가운데 KIA 타선의 장타력은 그냥 2년 전으로 되돌아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박찬호 김도영의 성장이 있기는 하지만, 팀 장타력을 끌고 갈 만한 선수는 아니다. 대안도 마땅치 않다. 지금은 지금 있는 선수들로 해야 한다. KIA 타선의 남은 시즌 고전이 예상되는 이유다. 승부의 물줄기를 바꿀 수 있는 나성범의 한 방은 두고두고 그리워질 것이다.
김 감독은 일단 나성범이 전반기 빠져 있던 당시 분전했던 세 명의 외야수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우타자인 이우성과 이창진, 좌타자인 고종욱이 그 주인공이다. 김 감독은 “일단 기존에 해줬던 이우성 고종욱 이창진과 같은 선수들이 그 공백을 최대한 메워줄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고 기대를 걸었다. 이우성은 올해 102경기에서 타율 0.296, OPS 0.788을 기록했다. 이창진은 81경기에서 타율 0.280, OPS 0.762로 활약이 나쁘지 않았고 고종욱은 대타 스페셜리스트로 위용을 떨쳤다.
여기에 수비력이 좋은 외야수 김호형이 22일쯤 엔트리에 합류한다. 하지만 김 감독은 “중심타선은 새롭게 배치를 해야 할 것 같고, 전체적인 장타력은 조금 떨어지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고 걱정도 함께 드러냈다.
이런 방향성은 20일 광주 키움전 선발 라인업에서도 확인됐다. 비로 경기가 열리지는 않았지만, 이날 KIA는 최원준(우익수)과 김도영(3루수)을 테이블세터에 배치했다. 중심 타선의 시작이자, 나성범의 자리였던 3번에는 김선빈(2루수)이 들어갔다. 김선빈은 경력 내내 장타와 그렇게 인연이 각별한 사이는 아니다. 최형우(지명타자)와 소크라테스(중견수)가 4~5번에 위치한 가운데 이우성이 선발 6번 좌익수로 들어갔다. 하위 타순은 김태군(포수)-오선우(1루수)-김규성(유격수)으로 이어졌다.
이 라인업에서는 세 가지가 보인다. 첫째, 나성범의 자리를 오롯이 대체할 선수는 없다. 3번은 김선빈이, 외야 수비는 이우성이 나눠 들었다. 둘째, 장타보다는 짜임새에 집중하겠다는 의도가 보인다. 장타력의 급감은 각오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콘택트와 타율이 좋은 김선빈을 3루에 넣어 연결력을 강화시키는 타순을 가지고 나왔다. 사실, 지금 상황에서 3번에 들어갈 선수가 마땅히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셋째, 거포 자원 육성은 올해도 실패했다. 상대 투수의 좌우와 관계없이, 지금쯤 황대인 혹은 변우혁 둘 중 하나는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 KIA의 원래 이상적인 시나리오였다. 그러나 두 선수 모두 선발에서 빠지고 좌타자 오선우가 들어가 있었다. 레귤러한 멤버를 키우지 못했다. 올해 주어진 숙제를 하지 못한 KIA는 나성범의 이탈과 함께 위기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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