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8000석 ‘대체 야구장’ 카드는 왜 갑자기 사라졌나
8월에 규모 등 상세히 제시해놓고
예고된 화두였던 안전 문제 내세워
KBO 등 ‘유연한 재검토’ 요청에도
토론토 출장 중 ‘돔 구장’ 전격 발표
6년 떠돌아야 하는 LG·두산 ‘당혹’
지난 8월이다. 잠실야구장을 함께 쓰는 프로야구 LG와 두산은 ‘서울시 균형발전본부 동남권 추진단 민자협상팀’과의 회의를 통해 잠실돔구장 건립 기간 잠실 주경기장을 대체구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접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지시에 따라 진행된 프로젝트로 전해졌다. 오 시장은 KBO(한국야구위원회) 허구연 총재와의 만남 등을 통해 야구계 의견을 청취하면서 연구 검토 지침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서울시에서 꺼내 보인 내용은 상당히 구체적이었다. 잠실야구장을 허물고 잠실돔을 세우는 동안 두산과 LG가 주경기장을 리모델링한 대체구장을 사용하는 것인데, 구장 규모와 예상 공사 기간 등도 함께 제시됐다.
대체구장의 수용 가능 관중은 1만8000명. 가운데 펜스 125m에 좌우 펜스 95m 크기로 프로야구 야간경기에 필요한 조명 시설 마련에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설명도 곁들여졌다. 이 경우, 두 구단은 2026년까지 잠실야구장을 사용한 뒤 2027년부터 2032년까지 대체구장으로 이동해 6년을 보내게 된다.
서울시는 지난 18일 오세훈 시장의 토론토 출장에 맞춰 잠실돔 건립 계획을 발표했다. 두 구단이 2025년 이후 잠실구장을 떠나 6년간 쓸 대체구장을 찾아야 하는 내용이었다. 대신 잠실돔 준공 시점은 2031년으로 당겨진다. ‘주경기장 리모델링’ 활용안보다 1년이 이르다.
서울시는 주경기장 대체구장 카드를 접으며 안전 문제를 거론했다. 여론이 시끄럽자 18일에는 관련 도면 등이 담겨 있는 보도자료를 통해 안전 문제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서울시는 류현진이 뛰고 있는 토론토 로저스센터 방문 일정 등이 있는 출장길에 잠실돔 건립 계획을 발표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9월 초에는 LG와 두산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재난안전 자문회의를 열어 직접 초빙한 재난 전문가 3인의 견해를 기반으로 안전성 문제를 공유하려 했고, KBO 또한 방문해 관련 입장을 전했다.
두 구단과 KBO는 안전관리 문제를 충분히 인지하면서도 현실적 문제의 심각성을 들어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유연한 시각에서 재검토해줄 것을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가 토론토 출장 중 잠실돔 건립 계획을 전격 발표를 한 것을 두고, 당사자인 두 구단과 KBO에서 굉장히 당혹스럽게 받아들인 이유였다.
안전 문제는 예고된 화두였다. 그러나 6년이라는 긴 세월, 서울 두 구단이 프로야구 품격을 최소한 지키면서 홈으로 쓸 구장이 사실상 전무한 환경인 것을 고려하면 결정에 이르기까지 조금 더 폭넓은 연구 조사와 함께 합당한 근거 마련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잠실 종합운동장 일대를 개발하는 ‘스포츠·마이스(MICE) 복합단지’는 우선협상대상자인 일명 ‘한화 컨소시엄’ 주도로 구체화되고 있다. 민간 사업이다 보니 ‘경제성’이 우선 부각될 수밖에 없다. 두 구단이 주경기장을 대체구장으로 사용할 경우에는 제반 시설 마련과 공사기간 1년 연장 등으로 비용이 추가 발생되는 점도, 현시점에서는 상식적 시각에서 들여다보게 되는 이유다.
안승호 선임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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