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 금물, 방전 조심

황민국 기자 2023. 9. 20.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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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뜻한 스타트 끊은 ‘황선홍호’
현지 고온다습 ‘체력 안배’ 중요
라이벌 우즈벡·일본, 일정 유리
1위 조기 확정, 로테이션 돌려야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대표팀의 주장 백승호(왼쪽)가 19일 중국 저장성 진화스포츠센터 경기장에서 열린 쿠웨이트와의 조별리그 1차전 전반전을 마친 뒤 정우영을 격려하고 있다. 진화 | 연합뉴스

황선홍호가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첫발을 잘 내디뎠다. 첫 경기 대승으로 금메달을 향해 순항하면서 체력 안배까지 고려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황선홍 감독(55)이 이끄는 남자 아시안게임대표팀은 지난 19일 중국 저장성 진화시 진화스타디움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조별리그 E조 1차전에서 쿠웨이트를 9-0으로 대파했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1-1로 비긴 바레인과 태국을 제치며 E조 1위로 올라섰다. 이번 대회에서 각 조의 1~2위 그리고 3위 중 상위 4개팀이 16강에 오른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조별리그 통과에 대한 부담은 덜어냈다. 한국이 조 1위로 통과한다면 16강 상대는 F조 2위다. 2위가 되면 F조 1위와 만난다. F조에선 나란히 1승을 따낸 북한과 인도네시아가 16강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긴 호흡으로 토너먼트를 바라봐야 하는 한국은 눈앞의 상대보다 선수들의 체력 관리가 우선이다. 한국이 16강전까지 경기를 치르는 진화시는 경기가 열린 오후 8시에도 기온이 30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무더운 날씨다. 습도도 74%에 달해 뛰는 선수들의 숨이 턱턱 막힌다. 한국이 조 1위로 토너먼트에 오르면 8강전부터 경기가 열리는 항저우도 큰 차이는 없다.

황 감독도 이달 초 창원 전지훈련부터 선수들의 체력 관리에 힘을 기울였는데, 그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적절한 로테이션이 필요하다. 목표인 금메달을 딸 때까지 19일간 7경기를, 2~3일 간격으로 치러야 하는 만큼 22명 전원을 잘 활용해야 한다.

황 감독이 쿠웨이트전에서 와일드카드(24세 초과 선수)로 뽑은 국가대표 수비수 설영우(울산) 대신 박규현(디나모 드레스덴)을 선발로 출전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설영우는 영국 원정으로 열린 9월 A매치 2연전을 모두 풀타임으로 소화했다.

한국이 체력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은 금메달을 다툴 것으로 보이는 라이벌들이 체력적으로 유리해진 상황이 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C조에 속한 우승 후보 우즈베키스탄이 개막 직전 아프가니스탄과 시리아의 대회 포기로 조별리그를 치르기도 전에 16강에 오른 것이 대표적이다. 한국의 영원한 숙적 일본 역시 단 3팀만 이름을 올린 C조에서 팔레스타인과 카타르를 상대로 조별리그 2경기만 치르는 이점을 안고 있다.

한국이 긴 안목으로 체력 안배를 현명하게 할 수 있는 길은 21일 열리는 조별리그 2차전에서 태국을 가볍게 꺾고 조 1위를 빨리 확정해 3차전 로테이션을 돌리는 것이다. 쿠웨이트전 대승으로 분위기가 좋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한국은 5년 전 대회에서도 1차전에서 바레인을 만나 6-0 대승으로 출발했지만 이어진 말레이시아전에서 1-2 충격패를 당한 아픔이 있다. 방심하지 않는 자신감이 필요한 2차전이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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