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도생만이 살길?… ‘흉기난동 오인’으로 불안에 떠는 대한민국

김지호 2023. 9. 20.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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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구로구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오모(54)씨는 최근 흉기난동오인 관련 뉴스를 보고 불안감이 더욱 커졌다.

오씨는 "어제 지하철 2호선에서 흉기난동 오인 때문에 승객들이 혼비백산하는 모습을 TV 뉴스에서 봤다"며 "제가 그 자리에 있었어도 놀라서 뛰쳐나가다가 다쳤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게 조금씩 시민 가슴 한편에 불안감이 쌓이기 시작했고, 결국 흉기난동오인으로 지하철에서 승객 수십 명이 다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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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던데…”

서울시 구로구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오모(54)씨는 최근 흉기난동오인 관련 뉴스를 보고 불안감이 더욱 커졌다. 오씨는 “어제 지하철 2호선에서 흉기난동 오인 때문에 승객들이 혼비백산하는 모습을 TV 뉴스에서 봤다”며 “제가 그 자리에 있었어도 놀라서 뛰쳐나가다가 다쳤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묻지마 범죄가 무서워 피하려다 인파에 떠밀려 더 크게 다칠까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한 달 간격을 두고 신림역과 서현역에서 흉기난동사건이 연달아 발생했다. 시간이 조금 흘러 상처가 아무는가 싶던 신림동 등산로에서도 묻지마 범죄가 발생해 시민들은 공포에 휩싸였다. 그렇게 조금씩 시민 가슴 한편에 불안감이 쌓이기 시작했고, 결국 흉기난동오인으로 지하철에서 승객 수십 명이 다치고 말았다. 온라인상에서는 “각자도생(各自圖生·각자 스스로 살기를 꾀한다는 뜻)이 살 길”이라는 개탄이 나온다.  “흉기난동 피하려다 더 크게 다치는 것이 아니냐”고 염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 6일 오전 서울 지하철 2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을지로4가역 방향으로 가던 전동차 안에서 한 30대 남성이 승객들을 양손으로 밀치며 중앙통로를 뛰어가고 있다. 서울 중부경찰서 제공
◆연이어 발생한 흉기난동오인 사건

지난 6일 출근길 서울지하철 2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을지로4가역으로 향하던 열차 안에서 ‘흉기난동 오인 대피소동’을 일으킨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남성은 열차 안에서 승객들을 밀치며, 통로를 뛰어갔다. 당시 승객들은 흉기 난동이 일어났다고 오인해 을지로4가역에서 한꺼번에 대피했고, 이에 따라 열차가 6분가량 정차했다. 모든 승객이 일시에 하차하는 소동 끝에 승객 21명이 부상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슈가가 라이브 방송에서 타투를 공개하자 일부 승객이 고성을 냈고, 이를 흉기난동으로 오인한 시민들이 놀라서 급하게 대피했다.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지난달에는 서울지하철 9호선에서 대피 소동이 일어났다. 김포공항행 지하철 9호선 급행열차 승객으로부터 “이상한 냄새가 난다”, “사람들이 뛰어다니고 넘어지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 후 조치를 위해 해당 열차가 신논현역에 정차했고, 급히 대피하던 승객 7명이 찰과상과 타박상을 입었다. 사고 원인은 그룹 방탄소년단(BTS) 슈가의 인터넷 라이브 방송을 보던 팬들 고성에 놀란 시민들이 급하게 대피하며 벌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교통공사 “무작정 대피는 2차 피해 우려”

서울지하철 2호선에서 발생한 흉기난동오인 사건과 관련해 서울교통공사가 지하철 내 긴급 상황 발생 시 승객 안전 확보와 범죄 대응 방법을 지난 11일 밝혔다. 공사는 “불필요한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긴급 상황 시 역사 내 마련된 비상호출장치 혹은 전화·스마트폰으로 직원에게 상황을 알린 뒤 지시에 따라야한다”고 강조했다.

전동차에 설치된 ‘비상호출장치(왼쪽)’와 역사 내 설치된 ‘비상통화장치’. 서울교통공사 제공
전동차에 있는 ‘비상호출장치’는 한 칸의 양쪽 끝 출입문 옆에 1개씩 부착돼 있다. 비상호출장치로 전동차에 탑승하고 있는 승무원과 바로 통화할 수 있다. 또 역사에서는 승강장에 있는 ‘비상통화장치’로 고객안전실 역 직원과 연락할 수 있다. 역 직원 부재 시에는 지하철 열차 운행을 총괄하는 관제센터에 자동으로 연결된다. 비상통화장치는 각 역당 평균 6개 설치돼 있다.
 ‘또타지하철’ 애플리케이션으로 긴급신고가 가능하며, 서울교통공사와 타 도시철도 운영기관 고객센터에도 전화나 문자로 연락할 수도 있다. ‘또타지하철’ 애플리케이션 갈무리
비상 호출·통화 장치 외에도 역 화장실에는 칸마다 ‘비상콜폰’이 있고, 엘리베이터 안에도 비상호출장치가 있다. 또 공사고객센터(1577-1234)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또타지하철’에서 ‘긴급민원’ 기능을 이용하면 곧바로 신고할 수 있다. 특히 애플리케이션으로 신고한 경우 비콘(Beacon·위치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어떤 신호를 주기적으로 전송하는 기기)을 이용해 신고자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김지호 기자 kimja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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