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평가 실종된 KBS 사장 공모 "내정자 있나" 반발
KBS 사장 후보자 공모, 21~25일 서류접수로 시작…후보자 시민평가 제도 없이 이사 면접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김의철 전 사장 해임에 따른 KBS 사장 공모가 시민평가 없이 이뤄진다. KBS 야권 이사들 사이에선 여권 이사들이 촉박한 일정을 강행한다며 '내정자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정'이라는 반발이 나왔다.
KBS 이사회는 20일 임시이사회 결과 오는 21~25일 사장 후보자를 공개 모집하고 27일 서류심사, 내달 4일 면접심사를 거쳐 최종 후보자를 선임하기로 했다. KBS 이사회가 임명제청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재가한 후보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취임하게 된다. 차기 사장 임기는 김의철 전 사장 잔여임기인 내년(2024년) 12월까지다.
이번 공모의 경우 서류 접수 다음날인 26일 이사회 사무국이 지원자의 정당가입·범죄경력 여부 등 결격사유를 조회해야 하고, 서류심사일 다음날부터 면접심사 전날까지 추석·개천절 연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사회가 후보자들을 심사하는 데 주어지는 시간은 이틀가량에 불과하다.
2018년부터 면접대상자들이 시민참여단 앞에서 정책설명회를 진행하고 평가를 받아온 시민평가 절차는 사라지게 됐다. 지난 15일과 20일 여야 이사 4인의 비공개 회의에서 시민평가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가운데, 21일 임시 이사회에서 과반인 여권 이사들의 반대로 시민평가 시행이 무산됐다. 야권 정재권 이사가 KBS 시청자위원회와 사원이 참여하는 '시청자·사원 설명회'를 대안으로 제시했으나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여권 이사들은 이날 시급성과 비용을 앞세워 시민평가를 반대했다. 권순범 이사는 TV수신료 분리징수 관련한 한국전력과의 협상, KBS 대외방송 예산 전액삭감, 다가오는 ABU(아시아·태평양방송연맹) 총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임금교섭 등을 거론하면서 “이사회가 회사를 빨리 정상화시키고 회사가 방향성을 갖고 갈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고 했다.
김종민 이사는 KBS 시청자위원회가 편파적이라 시청자·사원설명회가 부적절하다고 주장하는 한편, 시민평가가 필요하면 경영계획서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댓글로 의견을 받으면 되지 않느냐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야권 이사들은 이번 공모로는 신뢰성과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고 반발했다. 조숙현 이사는 “11명 이사들은 저를 포함해 다양성에 있어 '빵점'”이라며 “이런 구성에서 KBS 사장 후보자를 선정하는 건 KBS가 수신료로 운영되는 상황에 전혀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법에 위반되지 않는 상황에서 국민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이사는 현 이사회 구성에 대해 “10명의 50~70대 남성과 1명의 50대 여성”, 나아가 “법률가 3명에 KBS 출신이 5명, 언론사 출신 2명, 학자 1명”이라는 한계를 지적했다.
특히 “신속해야 한다는 빌미로 요식행위 밖에 되지 않는 선임 절차가 유감스럽다”며 “27일 3배수를 뽑고 추가적으로 보완 요청을 해서 답을 들을 수 있는 날이 단 하루도 없다. 누군가 내정되어있지 않다면 이런 절차로 어떻게 사장을 뽑을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류일형 이사는 “양승동 전 사장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분도 있겠지만 적어도 시민참여단 평가를 거쳐 두 번의 사장이 되어서인지 국회에 가서도 그 흔히 듣던 '낙하산 사장' 이야기를 안 들었다고 한다”며 “차선책, 차차선책까지 무시당하고 묵살당하는 상황에서 다음 사장이 어떤 분이 되실지 모르지만 그분이 계속 낙하산 사장으로서 내부·외부로부터 인정 못 받고 리더십도 발휘 못하고 KBS를 망가뜨리는 결과를 낳을 때 우리 이사회는 어떤 생각이 들까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여야 이사들간 토론이 이어지던 중 여권 서기석 이사장은 차기 사장 공모 일정, 절차, 방식 등을 차례로 표결에 부쳤다. 과반수인 여권 이사들 표를 넘지 못한 야권 이사 5명은 이사회가 시작된 지 3시간여 만에 퇴장했다. 이후 여권 이사들은 약 20분간 논의를 거쳐 차기 사장 공모를 위한 공고문을 확정했다.
한편 지난 12일 해임된 김의철 전 사장이 본인 해임처분에 대해 제기한 집행정지 가처분 관련 심문일이 오는 26일로 확정됐다. 차기 사장 후보자 공모 절차가 속도전으로 이뤄지는 가운데 법원 판단의 시기와 결론에도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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