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말 좋아요, 그런데 선생님은 초단기-저임금 노동자입니다

장현은 2023. 9. 20.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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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어학연수생 급증…7만여 한국어 교원 노동 현실은 ‘최악’
지난 2019년 10월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열린 제28회 외국인 한글백일장에서 한국어학당 학생들이 글을 쓰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갱신 기대권 없다’고 계약서에 명시한 곳도 많아요. 시험 감독, 채점, 학생 상담은 강사비에 포함 안되지만 그냥 다 해야 합니다. 그렇게 일해도 늘 재계약 안 될까 불안에 시달리는 선생님들이 많죠.”

서울대학교 언어교육원에서 외국인 유학생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20년차 한국어 교원 이창용(50)씨가 말했다. 20년 사이 유학생(어학연수생) 수가 13배 넘게 불어날 만큼 한국어 교육 수요는 늘었는데, 이씨가 볼 때 대다수 한국어 교원의 노동 조건은 거의 변한 것이 없다. 노동 조건과 범위가 주먹구구인데다, 초단시간 노동과 저임금이 만연한 탓이다.

류호정 의원실이 입수한 문화체육관광부 연구 용역 보고서 ‘한국어교원 처우 개선을 위한 법·제도 개선 방안 연구’를 20일 보면, 저임금-초단기로 일하는 한국어 교원의 노동 현실이 드러난다. 실제 이씨 같은 대학 부설 기관 한국어 교원 578명을 조사해보니, 91.8%가 석사 이상 학위를 지녔는데 84%가 월 200만원 미만을 벌었다. 이는 이들의 67%가 주당 노동시간이 15시간에 미치지 못 하는 초단시간 노동자인 영향이다.

이 비율은 초·중·고 한국어 교원 370명 대상 조사에선 91%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이마저 안정적이지 않았다. 면접 조사에서 한 응답자는 “출근을 했는데 학교 사정상 수업이 없을 때 강사비가 지급되지 않는다”고 했다. 초단시간 노동자에겐 주휴수당을 주지 않아도 되는 근로기준법 탓에 가족지원센터 한국어 교원 35명 가운데 ‘주휴수당이 있다’는 응답은 1명뿐이었다. 임금이 더 낮아지는 요인이다.

고용 지위도 불안했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으로 꼽히는 대학 부설 기관 한국어 교원 578명 가운데 82.4%가 기간제였는데, 계약기간이 3개월 미만인 경우가 49.1%로 절반에 가까웠다. ‘희망 시 재계약이 가능한’ 경우는 16.8%에 그쳤다. 대부분 상시적 고용 불안 상태에 놓인 것이다.

한국어 교원은 문체부 장관이 발급한 한국어 교원 자격을 취득한 이들로 2022년 기준 7만4882명이다. 이들은 초·중·고등학교나 대학교 부설기관의 학생,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성인과 학생을 대상으로 교육한다. 외국에 있는 세종학당, 한글학교나 민간 학원 등에서도 일한다. 2003년 1만2000명 수준이던 국내 유학생(어학연수생 포함) 수는 지난해 16만6892명에 이른다. 한류와 외국인 고용 증가로 한국어 교육 수요는 늘고 있다.

한국어 교원이 불안정 노동을 하는 배경으로 보고서는 “교원의 법적 신분이 제각각이어서 체계적·일원화된 관리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불명확한 지위로 인해 노동조건의 기준점 자체가 모호하고 이것이 한국어 교원 처우의 하향 평준화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이창용씨는 “고등교육법상 대학에서 일하는 부류는 교원, 직원, 조교 세 가지 종류인데 한국어 교원은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같은 초·중·고에서 일하는 한국어 교원이더라도 정규 수업시간을 맡는 이들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만, 방과후학교 시간에 일하는 이들은 위·수탁 계약서를 쓴다.

보고서는 한국어 교원 자격 발급 등에 책임이 있는 문체부가 한국어 교원에 대한 최소한의 노동조건을 공통적으로 규정한 ‘표준 권고안’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자격기준, 채용 조건과 절차, 업무 규정, 휴가 등에 대한 세부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호한 한국어 교원의 법적 신분을 명확히 하기 위해 한국어 교원에 적용되는 특별법 등을 만드는 것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한국어 교원은 불안정한 지위로 인해 사용자가 노동관계법상 책임을 회피하는 행태가 만연하다”며 “문체부는 연구보고서가 제안하는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한국어 교원의 지위 확립과 처우 개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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