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카페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법원 '짝퉁건물' 첫 철거 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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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카페를 그대로 베껴 지은 카페에 대해 법원이 철거 명령을 내렸다.
국내 건축물 저작권 소송에서 건물 철거 명령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곽 소장은 "건축물 표절은 그동안 소송 중 합의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저작권을 인정받기가 어려웠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앞으로 건축계에서도 표절을 미리 예방하거나 대응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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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 소송 끝에… 재판부, 건물 저작권 인정
유명 카페를 그대로 베껴 지은 카페에 대해 법원이 철거 명령을 내렸다. 국내 건축물 저작권 소송에서 건물 철거 명령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건축계는 이번 판결이 건축 표절 소송의 새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민사11부(부장 박태일)는 지난 14일 부산 기장군 카페 '웨이브온'(Wave On)을 건축한 곽희수 이뎀건축사사무소 소장이 A건축사사무소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웨이브온과 유사한 울산 북구의 B카페 건물을 철거하라는 명령과 함께 A사무소가 곽 소장에게 5,000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선고했다.
웨이브온은 2016년 12월 부산 기장군 장안읍에 지어진 카페로 2017년 세계건축상(WA), 2018년 한국건축문화대상을 받았다. "주변 자연과 잘 어우러진 건축물"이라는 높은 평가를 받으며 연간 100만 명이 다녀갈 정도로 지역 대표 명소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2019년 울산에 웨이브온의 내·외관, 형태, 규모까지 '닮은 꼴'인 B카페가 들어서면서 건축 표절 논란이 불거졌다. 곽 소장은 B카페가 웨이브온의 설계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건축주와 A사무소를 상대로 2019년 12월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약 4년간 이어진 소송에서 재판부는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감정 결과 등을 고려하면 웨이브온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창작성을 갖췄고, 건물 구조나 형식 면에서 두 건물 사이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됐다는 판단이다. 특히 재판부는 내부 계단을 따라 형성된 콘크리트 경사벽, 경사벽·돌출공간을 떠받치는 형태의 유리벽, 기울어진 'ㄷ' 자형 발코니벽 등이 유사하다고 봤다.
B카페 측은 소송에서 "웨이브온의 창작성을 인정할 수 있는 부분만 분리해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재판부는 실질적 유사성이 있는 부분만 따로 떼어 폐기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보고 전면 철거를 명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B카페 측은 항소와 함께 집행정지 신청을 검토 중이다.
건축계는 이번 판결이 건축 저작권 표절 논란에 경종을 울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유명 건축물 설계를 모방해 논란이 된 적이 있었지만 표절을 입증하기 쉽지 않아 소송으로 가는 경우가 드물었다. 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배상금 부과 등에 그쳤다.
2013년 경기 용인의 한 펜션이 같은 디자인으로 지은 강화도 펜션 측에 손해배상을 청구해 1,000만 원의 배상 판결을 받았다. 2020년 강원 강릉의 유명 카페 '테라로사'를 베껴 지은 경남 사천시의 한 카페 측도 저작권 소송에서 져 500만 원을 배상했다.
곽 소장은 "건축물 표절은 그동안 소송 중 합의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저작권을 인정받기가 어려웠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앞으로 건축계에서도 표절을 미리 예방하거나 대응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희 기자 kim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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