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서 '쿵' 전복된 트럭···유리창 뜯고 운전자 구한 남자의 정체

김태원 기자 2023. 9. 20.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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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를 내고 가족 여행을 떠나던 소방대원이 터널 안에서 1톤 트럭 한 대가 전복되자 차 문을 뜯어내 운전자를 구조한 사실이 알려졌다.

그는 "때마침 차량에 구조용 장갑을 보관해둔 게 생각이 나서 그걸로 전복된 트럭 앞 유리창을 뜯었어요. 깨진 유리창 사이로 힘을 주면 창을 충분히 뜯어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골절이 있거나 경추 손상 등이 확인되면 전문적인 구조를 기다려야 하는데 다행히 그건 아니어서 운전자를 바깥으로 끌어내서 터널 한쪽 안전지대로 이동시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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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지난 15일 오전 9시40분께 경기도 광주시 제2중부고속도로 동서울 방면 터널 안에서 1톤 트럭이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해 강원 횡성소방서 소속 이인표(32) 소방사가 구조작업을 벌였다. 사진 제공=강원소방본부

휴가를 내고 가족 여행을 떠나던 소방대원이 터널 안에서 1톤 트럭 한 대가 전복되자 차 문을 뜯어내 운전자를 구조한 사실이 알려졌다.

18일 강원특별자치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전 9시40분께 횡성119안전센터 소속 이인표(32) 소방사는 강화도를 향하던 중 제2중부고속도로 동서울 방향 터널에서 트럭 전복 사고를 목격했다. 당시 도로는 비가 온 탓에 미끄러워 차들이 서행하고 있었다.

차에서 내려도 크게 위험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판단한 이 소방사는 트럭 뒤에 차량을 대고 바깥으로 나와 운전자에게 향했다.

운전자는 다행히 의식은 있었지만 트럭 안에 있던 짐과 자재 파편 등 때문에 스스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게다가 유리 조각에 팔꿈치가 패이고 무릎에도 타박상을 입어 함부로 움직일 수도 없었다.

전복된 트럭에서 운전자 구조하는 이인표 소방사와 가족들(위 사진). 이인표 소방사가 현장에 도착한 소방관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강원소방본부

이 소방사는 큰누나에게는 뒤따라오는 차들이 서행하도록 안내할 것을 부탁하고 작은누나에게는 119 신고를 요청한 뒤 차량 트렁크에서 구조용 장갑을 꺼내왔다.

그는 "때마침 차량에 구조용 장갑을 보관해둔 게 생각이 나서 그걸로 전복된 트럭 앞 유리창을 뜯었어요. 깨진 유리창 사이로 힘을 주면 창을 충분히 뜯어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골절이 있거나 경추 손상 등이 확인되면 전문적인 구조를 기다려야 하는데 다행히 그건 아니어서 운전자를 바깥으로 끌어내서 터널 한쪽 안전지대로 이동시켰죠."

운전자를 밖으로 끌어내는 것만큼이나 신고도 쉽지 않았다. 사고 지점이 터널 안이었던 탓에 위치정보 시스템(GPS) 좌표가 잡히지 않아 119 상황실로부터 "위치 추적이 안 된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강원 원주에 살고 있는 이 소방사 역시 초행길을 운전하고 있었기에 제대로 된 위치를 알 수도 없었다.

그때 시외버스 한 대가 터널 안으로 진입했다. 이 소방사는 지나가던 시외버스를 세워 기사에게 정확한 사고 위치를 물었고 작은누나는 119 상황실에 위치정보를 알려 소방대의 원활한 출동을 도왔다.

사진 제공=강원소방본부

이후 누나들은 차에 있던 비상약품으로 운전자의 상처를 소독하며 안심시켰다. 또 사고 지점으로부터 50m 떨어진 곳에서 발생한 또 다른 트럭 단독 교통사고의 운전자를 불러 응급처치해주기도 했다. 경기소방이 현장에 도착하면서 운전자는 무사히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기소방은 소방대 도착 전 운전자를 구조하고 응급처치까지 한 이 소방사 가족의 노고를 전해 듣고는 강원소방에 전화를 걸어 덕담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방사는 "고속도로에서 난 사고라서 2차 사고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며 "다행히 도로에 차들이 서행하고 있었고 이 덕분에 차량에서 내려 구조활동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행 일정이 한 시간 정도 늦어지긴 했지만 당시에는 다른 생각이 안 들었다"며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김태원 기자 reviv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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