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대화가 필요해

2023. 9. 20.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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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가 나왔어, 쓰레기가" - 박영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뭐 쓰레기? 야 당신. 말 똑바로 해" -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지난 6일 국회 대정부질문)

이렇게 '막말'과 '고성', '조롱'의 향연이 펼쳐지는 국회에서 의원들이 입을 꾹 닫을 때도 있다는 걸 아십니까.

법안심사를 위해 상임위 전체회의를 할 때, 소위원회 회의를 열 때, 쉽게 말해 활발한 대화나 정책 토론이 필요할 땐 입을 닫고 있습니다.

수치로도 나타납니다.

'국회회의록 빅데이터'를 토대로 21대 국회 상임위 전체 발언 수를 집계해 본 결과, 총 88만7천여 건으로, 20대 국회 139만여 건, 19대 166만여 건에 비해 갈수록 감소하고 있거든요.

발언 수뿐 아니라 발언자 수도 줄고 있습니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21대 국회 상임위에서는 3,664명이 발언했는데, 20대 6,099명, 19대 7,324명에 비하면 절반 밖에 안 됐죠.

이렇게 서로의 생각을 듣고 접점을 찾으려는 토론은 하지 않으니 법안 통과는 무슨, 법안 발의도 하나마나겠죠.

- 영화 '이웃사촌'(2020)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밥 한 끼 하세"

'즐거운 만찬은 모든 사람을 화해시킨다'는데 요즘 여야 국회의원들끼리는 밥도 잘 안 먹는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여야가 아무리 싸워도 이후에 함께 숟가락을 들며 정치를 재개했지만, 지금은 끝없는 정쟁에 '식사 회동'도 사라지고, 당이 다르면 같이 출장가는 것조차 껄끄러워 한다니

싸울 때 빼곤 말도 안 섞어서야 정치는 곧 대화인데, 이래서 무슨 정치가 되겠습니까.

흔히들 내 의견이 잘 통하지 않을때 "말이 안 먹힌다"라고 하죠.

그런데 소통이란 무엇을 먹는 게 아니라 '먹히는' 겁니다. 상대의 마음에 내 마음이 먹혀야 하는 거죠. 이건 마음을 열어 듣지 않고선 불가능한 일입니다.

- 더 자주 '대화가 필요해'(2002) "대화가 필요해 우린 대화가 부족해"

아직도 모르시겠습니까.

새가 좌우의 날개로 날듯 정치에도 여야가 있어야합니다.

보기 싫다고 한 쪽 날개를 꺾거나 묶어버린다면 그 새는 어디로 가겠습니까. 아니 갈 수나 있으면 다행이죠.

이런 새는 언제 죽어도 할 말이 없지 않을까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대화가 필요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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