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소득' 아닌데 건보 피부양자?…정산시차 줄여 무임승차 막는다
11월 최초정산 시 시행령 개정後인 작년 9~12월分…내년부터 全기간 적용
"발생연도 소득 반영해 부담 형평성 높여…성실 납부자 피해전가 문제 해소"
# 프리랜서 A씨는 지난 2019년 2천만원을 벌어들였다. 하지만 그는 거래처로부터 약속한 금액을 지급받지 못했다며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해촉증명서를 제출했다. 보험료 산정 근거가 되는 소득 자체가 없으니 건강보험료를 낼 처지가 아니란 취지다.
A씨 주장의 사실 여부를 파악할 수 없었던 공단은 이를 그대로 받아들였고, 그는 배우자 B씨의 피부양자로 등록됐다.
이후에도 A씨는 2020년 연간 2천만원의 소득을 올렸지만, 여전히 보험료를 한푼도 내지 않았다. 1월부터 10월까지의 건보료는 '2년 전' 종합소득을 기반으로 부과돼 당시 소득을 실시간으로 알 수 없는 탓이다. 전년도 소득자료는 이듬해 10월 국세청으로부터 제공받아 11월 이후(당해 11~12월)에야 반영된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공단은 2021년 10월 국세청을 통해 A씨의 1년 전 소득내역을 확인했지만, 밀린 건보료를 받아낼 수는 없었다. 잘못된 정산으로 미납된 보험료를 소급 징수할 법적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위 사례에서 A씨가 수년간 낸 보험료는 '0원'이다. 건보 부과체계의 형평성 문제를 지적할 때마다 언급된 소위 '무임승차'에 해당된다. 매달 월급에 요율을 곱한 액수(50%는 사업장이 부담)를 꼬박꼬박 내는 직장가입자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할 수밖에 없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남부지사 스마트워크센터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대상 설명회에서 오는 11월부터 시행되는 소득정산 제도를 통해 이같은 편법성 납부 회피를 방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9~12월분 보험료 조정·정산을 신청한 약 29만 명(약 38만 세대)이 대상이다.
현재 건보공단은 휴·폐업, 퇴직(해촉) 등으로 소득 활동이 중단되거나 소득이 감소한 경우, 건보료 조정 신청을 받아 증빙자료가 확인되면 이를 감면해주고 있다.
만약 A씨 같은 지역가입자가 △연소득 2천만원 이하 △재산과표 9억원 이하 또는 재산과표 5억 4천만원 이하면서 연소득이 1천만원 이하일 경우 △직장가입자에게 생계의존 등 3가지 요건을 동시에 충족하면 피부양자로 등재돼 보험료를 아예 내지 않아도 된다.
당초 조정 신청은 부득이한 사유로 보험료 정상납부가 어려운 지역가입자 등을 보호하고자 운영됐으나, 일부 가입자가 제도의 빈틈을 이용하면서 형평성 문제와 재정 누수를 낳았다.
소득 활동을 계속하고 있거나 오히려 전년 대비 소득이 증가했는데도 허위로 서류를 꾸며 보험료를 감액 받는 사례가 잇따른 것이다. 현재 소득과 건보료 부과기반이 되는 과거 소득이 불일치한다는 게 맹점이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9월 소득보험료 정률제 도입과 함께 직장가입자의 보수 외 소득기준을 연 3400만원에서 2천만원으로 강화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 부과체계 2단계 개편을 단행한 바 있다. 피부양자를 가르는 소득 기준도 연간 3400만원에서 2천만원으로 낮춰 부담능력이 있는 지역가입자는 보험료를 납부토록 조치했다.
재산공제는 확대하고 소득 비중은 높여 가입형태를 떠나 보험료를 공정하게 부과하고 납부대상을 넓히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번에 지역가입자·소득월액보험료를 납부하는 직장가입자(보수 외 소득 연 2천만 이상)를 대상으로 하는 소득정산제 또한 2단계 체계개편의 후속조치라는 게 공단의 설명이다.
공단은 오는 11월 국세청 연계 소득자료를 제공받아, 건보료를 감액받은 조정 신청자들의 실소득을 재산정할 계획이다. 정확하게 확인된 작년 소득을 토대로, 앞서 조정한 보험료가 적절했는지 들여다보겠다는 뜻이다.
정산 차액에 따라, 더 많이 낸 보험료는 환급해주고 미납분(分)은 11월분에 추가로 부과하게 된다. 다만 최초 정산인 금번에는 시행령 개정 이후 보험료에 한해 판단이 이뤄지게 됐다.
내년 11월 정산부터는 올해 1~12월분 조정 신청자에게 모두 적용되며, 규모는 약 100만 명(약 150~200만 세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공단은 이번에 정산될 보험료에 대한 '추가 조정'은 원칙적으로 불가하다고 밝혔다. 또 보험료 소득 조정으로 피부양자 자격을 부당하게 취득했거나, 건보료 감액·본인부담상한제 등의 혜택을 받은 경우라면 추후 취소되거나 환수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공단 측은 '꼼수 감면'을 차단해 성실 납부자에게 피해가 전가되는 문제를 상당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직장인 연말정산'과 유사한 소득정산을 지역가입자 등으로 넓힌 2단계 개편 이후 조정건수는 이미 감소 효과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단에 따르면, 2021년 9~12월 보험료 조정 건수는 157만 2589건에 달했지만 개편 직후인 2022년 동기간 조정건수는 32만 8303건으로 무려 79.1%(124만 4286건) 급감했다.
조정으로 인한 소득금액(보험료로 부과 중인 연간 소득액)도 14조 1394억에서 5조 8090억으로 58.9% 감소했다.
공단은 폐업자들을 상대로 알림톡·안내문을 발송하는 한편 내달까지 정산대상자들에게 사전 안내를 진행할 예정이다. 공단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 'The 건강보험'을 통해 본인이 직접 정산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중이다.
엄호윤 건보공단 자격부과실장은 향후 소득정산이 모든 지역가입자(조정 미신청자 포함)로 전면 확대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방향성은 (그렇게) 가는 게 맞다"며 "일부만 정산한다는 게 솔직히 형평성 차원에 맞지는 않지만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그 내용이) 복지부가 발표할 건보 중장기 로드맵에 담기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2단계 개편 때도 몇 달 간은 직원들이 거의 몸살을 앓을 정도로 전국 모든 지사가 민원에 시달렸는데 이번에도 걱정이 안 된다고 할 순 없을 것 같다"며 "민원 완화를 위한 단계적 안내, 홍보와 함께 민원 관련 대응매뉴얼이나 큐앤에이(Q&A) 교육 등을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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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은지 기자 leunj@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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