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해도 임금·승진 차별...특성화고, 이유있는 추락 [집중취재]
양질의 일자리 부족 등의 이유로 특성화고등학교 졸업이 취업까지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학령인구 감소와 여전히 잔존한 실업계고의 부정적 이미지 등으로 특성화고의 취업률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20일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의 ‘마이스터고 성과분석: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 졸업생의 노동시장 이행 성과 비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특성화고 졸업생의 월평균 소득은 185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취업을 위한 특성화 교육을 받았음에도 20세 미만 평균 임금(연봉 2천700만원·월 기준 225만원)에도 미치치 못했다. 특히 이들의 정규직 비율은 30%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특성화고에 진학하려는 학생 수도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경기지역에서 특성화고를 졸업한 학생은 2020년 1만5천464명에서 2021년 1만3천993명, 지난해 1만3천401명까지 줄었다.
이처럼 특성화고 진학생이 빠르게 줄어드는 것은 기본적으로 학령인구 감소의 영향이 크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이전 ‘실업계고’의 부정적인 이미지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원의 한 특성화고 관계자는 “명칭도 바뀌고 학과 개편 등 재구조화를 통한 많은 변화가 있었음에도, 여전히 ‘실업계고등학교’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일부 남아 있다”면서 “특성화고에 대한 인식개선 등 정책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특성화고 교사는 “‘고졸’ 신분으로 취업의 문턱을 넘더라도 승진이나 임금 등에서 차별을 받는 문제가 있다 보니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해 대학을 가야 한다는 부모들의 인식은 바뀌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선 단순한 취업 지원보다 양질의 일자리를 구축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박남기 광주교육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는 “많은 기업들이 구직난에 시달리고 있어 외국인 노동자를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취업률이 0%라는 것은 학생들이 기피하고 있다는 의미”라면서 “특성화고 졸업생들이 중소기업에 취업을 하더라도 열악한 근무여건과 낮은 급여 등을 보완할 수 있는 대안적인 요인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이는 교육의 문제가 아닌 일자리 질의 문제”라며 “사회적 차원에서 함께 고려를 해야한다. 교육의 문제로만 보면 해결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 제언 616억 투자에도 취업률 '저조'…효율적 예산 운용 필요
경기지역 특성화고등학교의 취업률이 점차 하락하는 가운데 적절한 예산 활용 등을 통해 취업률을 제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일 도교육청의 ‘2023 경기직업교육 정책추진 기본계획’에 따르면 올해 경기지역 특성화고에 투입된 예산은 616억원이다.
구체적으로는 산학연계 직업계고 교육력 강화를 위해 224억5천여만원이 투입됐으며, 취업지원센터를 통한 취업역량 강화에 43억여원이 편성됐다. 또 하이테크 직업계고 운영에 163억원, 하이테크 실습환경 조성에 204억여원이 반영됐다.
도교육청은 이를 통해 특성화고 학생들의 취업역량을 제고하고, 미래사회 변화에 대응하는 직업교육 체제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막대한 예산 투입에도 도내 특성화고의 취업률이 여전히 20~30%대에 머물고 있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효율적인 예산 운용을 통한 특성화고의 경쟁률 제고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변숙영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특성화고의 교육 방향성은 다양한 학습자의 요구를 반영한 진로의 다양화로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현실적인 문제점들이 부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학과가 다양화되고 특성화고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불필요한 예산이 많이 투입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최근에는 일명 ‘먹방’(먹는 방송)이 유행하면서 특성화고에 방송 관련 학과가 생기고, 케이팝이 인기를 끌면서 실용음악학과나 뮤지컬학과도 생기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일반 예술고등학교와 차이가 없음에도 특성화고의 지위로 지원을 받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다.
변 선임연구위원은 “특히 경기도에는 다양한 유형의 특성화고가 많다. 학과 재구조화를 통해 신산업 분야의 학과들이 신설되면서 ‘이런 학과들도 막대한 예산을 들여 특성화고로서 지원을 하는 게 맞냐’는 등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면서 “이런 부분들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만큼 예산 반영에 있어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제언했다.
김경희 기자 gaeng2da@kyeonggi.com
한수진 기자 hansujin0112@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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