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타이칸이 쏘나타보다 덜 내는 자동차세... '㏄→가액' 기준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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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자동차세 과세 기준을 현행 배기량(㏄)에서 가격(차량가액)으로 바꾸는 작업에 착수했다.
마지막으로 개편된 33년 전엔 차량의 배기량과 가격이 대체로 비례했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다만 최근 자동차 회사들이 환경 규제를 피하기 위해 터보나 하이브리드 기술을 적극 활용해 고급 차량 배기량을 계속 낮추고 있어, 전문가들은 가액 중심 개편이 결국 자동차세 부담이 커지는 쪽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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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정책 포기, 이중과세 논란도
정부가 자동차세 과세 기준을 현행 배기량(㏄)에서 가격(차량가액)으로 바꾸는 작업에 착수했다. 마지막으로 개편된 33년 전엔 차량의 배기량과 가격이 대체로 비례했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터보 기술 발전(다운사이징) △하이브리드 차량 대중화 △전기차 급증 탓에, 비싼 차가 세금을 덜 내는 역진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에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차량가액만을 기준으로 삼으면 친환경 차량 유도 정책이 퇴색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일 행정안전부는 한국지방세연구원과 "26일 자동차세 개편 추진단을 꾸리고 전문가, 관계부처 등의 의견을 수렴해 내년 상반기까지 개편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행안부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 개편안 마련 후 공청회 등을 거쳐 하반기에 입법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비영업 승용차 기준 자동차세는 배기량 1,000㏄ 이하는 ㏄당 80원, 1,600㏄ 이하는 ㏄당 140원, 1,600㏄를 초과하면 ㏄당 200원을 부과한다. 이에 따라 △출고가 9,540만 원인 벤츠 E350 4MATIC AMG라인(1,991㏄ 터보)보다 △출고가 2,808만 원인 현대 쏘나타 프리미엄 트림(1,999㏄ 자연흡기)의 자동차세가 더 높게 책정된다. 전기차는 일률적으로 10만 원(여기에 30% 지방교육세 추가)의 자동차세가 적용되어, 출고가 2억 원 내외인 포르쉐 타이칸의 자동차세가 쏘나타보다 훨씬 적다. 이 때문에 부자들이 세금을 더 적게 내고 있다는 역진성 논란이 이어졌다.
자동차세 부과 체계를 가액으로 한다는 정도의 원칙만 정리됐을 뿐, 어떤 기준을 추가할지, '1만 원당 얼마'의 형식으로 어떻게 부과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최근 자동차 회사들이 환경 규제를 피하기 위해 터보나 하이브리드 기술을 적극 활용해 고급 차량 배기량을 계속 낮추고 있어, 전문가들은 가액 중심 개편이 결국 자동차세 부담이 커지는 쪽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김필헌 한국지방세연구원 지방세연구실장은 “차량가액으로 과세표준이 바뀌면 (가격이 비싸고 배기량이 낮은) 중소형 수입 자동차를 중심으로 세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반면 국산차 소유주는 상대적으로 세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증세로 이어지지 않고, 가급적 기존 세수를 유지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 전체 자동차세 세수(4조8,000억 원) 중 대부분(4조6,000억 원)을 차지하는 비영업용 승용차에 전기차가 빠르게 보급되고 있는 만큼 기존 세수 유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가액을 기준으로 부과할 경우 이중과세 논란도 제기된다. 이미 자동차 소유주들이 구입 당시 차량 가격에 비례하는 취등록세를 냈는데, 매년 보유세 성격으로 납부하는 자동차세에까지 가액을 연동하면 이중으로 세금 부담을 진다는 것이다. 또 배기량이 큰 차에 더 큰 세금을 매긴 것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목적도 있었던 만큼, 친환경차 보급 유인책을 포기한 처사라는 지적도 있다. 외산 차량에 결과적으로 불리한 제도라서 통상 마찰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행안부도 가액 기준을 원칙으로 하되, 이산화탄소 배출량(내연기관 차량)이나 중량(전기차) 등 여러 요소를 더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최병관 행안부 지방재정경제실장은 “자동차세는 국민 민감도가 매우 높은 만큼 다양한 대안을 시뮬레이션해 합리적 방안을 도출할 것”이라며 “각계 의견을 반영해 세부 개편안을 만들고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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