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배출권 이월한도 3배로 완화

이정우 2023. 9. 20.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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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내 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권 이월한도를 '배출권 순매도량의 1배'에서 3배로 대폭 완화한다.

 기업이 증권사에 배출권 거래를 위탁할 수 있도록 하고, 내년부터는 ETN(상장지수증권), ETF(상장지수펀드), 선물 등 다양한 배출권 관련 금융상품을 출시해 시장을 활성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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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출권할당위, 활성화 방안
정부 배출권 이월 할당량 제한에
2020년 t당 4만 원→7월 7020원↓
규제 풀어 기업 배출권 운용 촉진
상쇄배출권 전환기한 3년 더 연장
금융기관·개인 등 참여 대상 확대
기업들 '시장안정 방안' 마련 촉구

정부가 국내 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권 이월한도를 ‘배출권 순매도량의 1배’에서 3배로 대폭 완화한다. 기업이 증권사에 배출권 거래를 위탁할 수 있도록 하고, 내년부터는 ETN(상장지수증권), ETF(상장지수펀드), 선물 등 다양한 배출권 관련 금융상품을 출시해 시장을 활성화할 방침이다.

정부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8차 배출권할당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배출권 거래 시장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배출권 거래제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정부가 매년 배출권을 할당하고, 할당량보다 적게 배출한 기업은 남은 배출권을 더 필요한 기업에 팔 수 있는 제도다. 그러나 그간 우리나라 배출권 거래 시장은 거래량이 적고 가격 변동성은 높아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투자를 유도하기에 한계가 있었다. 이번 방안은 시장 기능을 왜곡시키던 규제는 개선해 개방적인 시장으로 활성화하는 데 방점을 뒀다.
먼저 배출권 이월한도가 대폭 늘어난다. 예를 들어 A라는 기업의 배출권 할당량을 100t이라고 했을 때, 50t만 배출했다면 나머지 50t을 배출권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 남은 50t 중 다른 기업에 10t의 배출권을 팔았을 경우 나머지 40t 중 매도량과 같은 양(10t)만 내년 할당량으로 이월할 수 있도록 제한을 뒀다. 남은 30t은 소멸된다. 이러다 보니 기업은 헐값에라도 남은 배출권을 팔았고, 그 결과 가격은 급락했다. 2020년 초 1t당 4만2500원을 기록했던 배출권 가격은 지난 7월에는 7020원까지 떨어졌다.

이에 정부는 기업의 자유로운 배출권 운용을 위해 이월한도를 기존의 3배로 올리기로 했다. 올해 10t을 매도하면 잉여분 중 30t이 이월가능한 셈이다. 아울러 기업이 나무를 심거나 배출권 거래 대상이 아닌 협력업체의 설비 개선을 통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등 외부에서 달성한 배출량 감축 실적을 ‘상쇄배출권’으로 전환해야 하는 기한도 2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대부분 기업 간 거래로만 진행되던 배출권 거래를 증권사를 통해 위탁거래할 수 있도록 하고, 금융기관‧개인 등 거래에 참여할 수 있는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또 현물뿐만이 아닌 배출권 가격과 연동된 ETN, ETF 등 금융상품을 통해 누구나 배출권 시장에 참가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2025년까지 위험 관리를 위한 선물 시장도 개설할 계획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배출권거래제는 NDC(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핵심 수단인데 과도한 규제로 적정 가격 형성에 한계를 겪고 있다”며 “이날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기존 할당계획의 배출허용총량을 일부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배출권 거래 시장 활성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

비영리 에너지·기후정책 싱크탱크인 사단법인 넥스트 김은성 부대표는 “이월 제한 완화에 선물 시장 활성화까지 진행된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좀 더 배출권을 유연하게 운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EU(유럽연합)의 MSR(예비분 비축제도)와 미국 일부 주에서 운영하고 있는 가격 밴드 등과 같이 우리나라의 가격 안정화 제도들이 함께 이번에 함께 추진되지 않은 점은 다소 아쉽다”고 말했다. 

기업들 역시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시장안정화 방안에 대한 조속한 대책 마련도 촉구했다. 업계 관계자는 “배출권을 둘러싼 여러 상황을 종합해 정부가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수요와 공급, 적정가격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내년 중 한국형 시장안정화제도(K-MSR) 도입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정우·정재영·채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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