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재산 누락 정경심 처벌됐는데”···이균용 “스스로에 엄격”
국회에서 20일 이틀째 열린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도 야당은 이 후보자의 증여세 탈루 의혹, 비상장주식 미신고 등 재산 논란을 집중 추궁했다. 이 후보자는 “남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스스로에게 엄격하다”고 했지만 야당은 ‘부적격’이라고 했다.
야당 인사청문위원들은 황인규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변호사)를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불러 이 후보자 배우자 A씨 등이 내야 할 부산 만덕동 토지 증여세가 조세심판원의 불복 심판을 거쳐 91.5% 줄어든 것을 어떻게 보는지 물었다. 황 교수는 “유사한 연령의 부모님이 매입대금을 지급하고 자녀들이 토지를 취득한 심판례 2건을 확인한 결과 2건 모두 과세관청이 대금에 대해 증여세를 과세한 처분이 조세심판원에서 유지됐다”며 “당시의 다른 심판례들과 달리 청구인에게 유리한 결론을 내렸다는 점에서 이상하게 보인다”고 답변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후보자 가족이) 증여세를 탈루하기 위해 법을 악용한 것으로 상당히 유감스럽다”고 했다.
전혜숙 민주당 의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씨가 재산신고 누락 때문에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됐다며 이 후보자의 비상장주식 미신고 등 재산신고 누락도 위법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 의원은 “정경심 교수 판결에 의하면 이 후보자의 건도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할 수 있다. 내로남불”이라고 했다. 이 후보자는 “저는 그런 구성요건에 해당될 수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여당 인사청문위원들은 이 후보자를 두둔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조세심판원 심판에 대해 “사실관계와 법리에 맞춰 판단하고 결정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같은 당 정점식 의원은 “정경심씨 사건과 이 후보자 사건은 전혀 다르다”며 “정 교수 건은 허위 자료 제출로 공직자윤리위원회의 검증 업무를 방해해서 처벌이 된 것이고, 이 후보자는 바뀐 기준을 몰라서 등록을 안한 것 아니냐”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검찰이 수사권을 남용하는데 법원이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다고 이 후보자에게 따졌다. 검사의 압수수색 영장 청구에 대한 법원의 발부율이 지난해 95%에 달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최기상 의원은 “많은 국민들이 수십년 동안 검찰의 수사, 기소, 압수수색, 구속과 관련해 고초를 겪은 현대사가 있다”며 “검사가 위법·부당한 목적으로 수사와 기소 권한을 남용하면 처벌돼야 하지만 그런 사례가 없다”고 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법원이 검찰의 수사권 남용에 대해 철저히 확인하는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오랜 기간 법조인들 모임인 민사판례연구회(민판연) 회원이었고 윤석열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이 후보자가 재판의 공정성과 사법부 독립을 담보할 수 있겠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수진 의원이 “민판연 법관들이 대부분 요직을 차지해왔다는 점을 인정하냐”고 묻자 이 후보자는 “대부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판연은 판사와 교수들이 학계이론 및 실무를 배우는 목적으로 설립된 단체로, 보수라든지 특정 이념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했다.
“대통령과의 관계로 국민들이 의구심을 가질 수 있지 않냐”는 같은 당 민주당 김회재 의원 질의엔 “저는 대통령과 그렇게 가까운 사이도 아니고, 평생 재판을 해오면서 어느 쪽에 기울어지는 판단을 했다고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다”며 “사법부 독립을 수호하는 데 제 마지막 인생을 걸겠다”고 했다. 김 의원이 “대법원장을 하면서 그런 부분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증폭된다면 중간에 사퇴할 의사가 있느냐”라고 묻자 “국민의 뜻이 그렇다면 제가 (대법원장직을) 유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대한민국 건국 시점은 1948년”이라던 기존 입장을 이날 청문회에서 번복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옛 국정교과서를 제시하며 “교과서 어느 대목에 건국이라는 말이 있냐. 1948년 8월 15일은 대한민국 건국일이냐, 정부 수립일이냐”고 묻자 이 후보자는 “정부 수립일”이라고 답변을 정정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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