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NANCE] 선당후곰? 이젠 선곰후당… 내집마련 급해도 청약은 신중하게
포기 땐 재가입 후 납입횟수·금액 쌓아야
'생애최초특공' 박탈 등 페널티 확인 필요
#"조급한 마음에 신혼부부 특별공급(신혼특공) 청약을 넣었는데 덜컥 당첨될 줄 몰랐어요. 자금여력이 안되는데 서울 아파트 계약 포기해야 할까요."(부동산 커뮤니티)
최근 전국 집값이 다시 상승세로 전환한 가운데, '내집마련'에 마음이 급해진 이들이 청약을 넣었다가 당첨돼 고민이 깊어지는 사례가 종종 나오고 있다. 집값이 과열됐던 시기에 등장했던 '선당후곰(먼저 당첨된 뒤 고민)'이라는 용어가 다시 회자되고 있는 상황인 것.
실제 최근 서울의 분양열기는 과열이 우려될 정도다. 올해 7월 용산구에서 분양했던 '용산 호반써밋 에이디션'은 1순위 청약에서 평균 162.9대 1의 경쟁률을 나타내며 전 타입이 마감됐다. 8월에 나왔던 성동구 '청계 SK뷰'의 경우, 평균 183.4대 1의 경쟁률을 보였고 정당계약과 예비당첨자 계약을 거치며 완판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런 청약 시장 분위기에 '묻지마 청약'도 덩달아 나오고 있다. 얼마 전 부동산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례가 대표적이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나온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 전용면적 84㎡ A타입에 당첨됐는데 자금 사정 등의 이유로 계약이 고민된다는 글이다. 일반공급 가점제에 청약을 넣었다는 글쓴이는 가점 59점으로 당첨됐지만, 총 분양가가 12억 4000만원 수준이라 계약을 망설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영끌'에도 한계가 있는데다가 1층 물량이라 포기해야할지, 어떻게든 계약을 해 전세를 놓아야하는지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이에 "동작구에서 그 분양가 다시 보지 쉽지 않을 것" "포기하고 후회하지 말라"며 계약을 해야한다 댓글도 있긴 했지만, "요즘 분양가로는 앞으로 오르긴 하겠지만 대중교통이 너무 불편한 곳" "1층이면 전세받기 쉽지 않아 충분한 현금이 필요해보인다"는 현실적인 조언도 이어졌다.
자신의 자금사정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은 상태에서의 이런 '묻지마 청약'은 당연히 주의가 필요하다. 시세보다 2억원이 더 비싸도 완판된 단지지만, '후분양 물량'이라 계약 후 중도금과 잔금을 치르기까지 6개월밖에 남지 않아 자금 조달 일정이 빠듯해 당첨자의 고민이 더 깊어질 수 밖에 없다.
청약 전에는 계약을 포기하게 될 경우의 페널티에 대한 숙지도 필요하다. 몇년 간 차근차근 모아왔던 청약가점이 한번에 사라지기 때문이다. 실제 당첨 후 계약포기는 해당 청약통장을 사용한 것으로 간주, 다시 청약을 하려면 재가입으로 납입횟수와 금액을 처음부터 쌓아야 한다.
최대 10년의 재당첨 제한도 부담이다. 투기과열지구나 분양가상한제 적용 단지라면 당첨된 날로부터 10년간의 규제지역 페널티가 발생한다.
앞서 언급한 사례처럼 가점제로 당첨된 경우라면 향후 2년간 가점제 청약도 불가능해진다. 생애 처음으로 청약에 당첨된 경우인데 계약을 포기하면 '생애최초특별공급' 기회도 박탈된다. 이에 최근에는 청약통장이 없어도 되는 '줍줍청약'이나 미분양에도 수요가 몰리고 있다. 자금은 마련할 수 있는데 가점이 낮은 이들이 무순위 청약 규제 완화와 계약조건 변경을 내건 미분양에 눈을 돌리는 모양새다.
실제 올해 6월 동작구 '흑석리버파크자이' 2가구 무순위에는 93만 4700여명이 청약을 넣어 46만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국민평형(전용 84㎡) 12억원대'로 고분양가 비판을 받았던 '광명센트럴아이파크'는 27가구 무순위 모집에는 3450명이 몰렸고, 역시 고분양가로 '청약 미달' 성적표를 받았던 동탄2지구 '어울림파밀리에' 1가구 무순위에도 3000여명이 청약을 넣었다.
미계약분이 남은 현장에서는 일부 계약 조건을 바꾸며 '미분양 털기'에 나섰다. 인천 미추홀구 '포레나 인천학익'은 1차 계약금 1000만원 정액제와 계약금을 10%에서 5%로 낮췄다. 초기 자금 부담을 줄여 계약을 유도하겠다는 복안이다. 대거 미분양이 발생했던 강원 원주 '힐스테이트원주레스티지'는 계약만 해도 200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고, 서울에서 1년 넘게 미분양 단지로 남아있는 강북구 '포레나미아'도 최근 계약금을 분양가의 10%에서 5000만원 정액제로 바꿔서 공급 중이다.
미분양 단지의 이런 조건 완화가 '할인 분양' 여부인지에 대한 체크와 추후 분양가 이하로 집값이 떨어지지 않을지에 대한 분석에는 충분한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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