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신랄한 현장목소리 낸 34년차 선생님… "교사 `평가권 회복`부터 해결을"
"교칙어긴 학생도 좋은평가 안하면 '교원평가'때 부정적 평가 받는 구조"
"개인·자유 무시한 평준화, 정치편향 무방비한 교실…교육본질 회복해야"
교육부는 지난 15일 '제1차 부총리-현장 교원 간 대화' 간담회 행사를 열었다. 정부·여당이 4개 입법으로 챙기고 있는 교권보호 현안에 대해 비주류 교원단체와 현직 교사들의 목소리를 듣고 반영하는 자리로 관심을 모았다. 이 자리에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현직 교사를 장관 보좌역으로 위촉했다. 교사를 향한 익명의 언어폭력 악용이 잇따르는 교원능력개발평가(교원평가)의 시행을 유예하고, 학생의 교사 성희롱성 답변 제출 논란을 빚었던 서술형 문항을 없애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과중한 업무와 학부모 민원 등에 노출돼 기피대상이던 담임교사·보직교사 수당이 길게는 20년간 동결돼있던 현장 문제도 풀었다.
간담회 당시 조윤희 부산 금성고 교사는 "현재의 교원평가는 (폐지보단) 재구조화할 필요가 있고, '자기 평가' 도입도 필요하다"는 제안을 했다. 교총(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원노조(교사노동조합연맹), 인디스쿨(초등교사 커뮤니티) 측 핵심인사들 외에 대한교조(대한민국교원조합)가 참석했다. 조 교사는 대한교조 상임위원장이다. 일각에선 교육부가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연대 4단체를 부르지 않고, '서이초 사건' 계기 집단 연가·병가를 통한 9·4 우회파업보다 교육현장 사수를 선언한 대한교조는 초청했다며 정치적 해석을 덧댔다. 하지만 조 교사는 경력 34년차 선생님이자 정식 교원노조 일원으로서 문제해결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냈다.
조 교사로부터 '교원평가 재구조화' 제안 배경 등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어봤다. "교사의 솔직한 수업 과정·내용을 기록할 수 없게 된 지금의 평가권 박탈 상태에서 학생들의 익명에 기댄 교원평가는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교사의 사기만 떨어뜨릴 뿐이다. 현재의 (학생에 대한) '교과 세부 능력 특기사항'이나 '행동 발달 상황' 기재 등이 교사의 실명제나 다름없으므로 또 다른 민원의 소지가 있어 부담이다. 초등의 경우 민원으로 직결될 것이지만, 중·고등 특히 입시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이라는 전형의 사정 대상인 생활기록부를 학생의 진학과 인생이 달려있다는 생각 때문에 부정적으로 기재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생들의 평가가 반영되는 교원평가의 경우, 학생들이 교칙을 어기고 거친 행동을 하거나 심지어 동료를 괴롭히는 경우조차도 좋은 말만 해줘야 10월에 좋은 학생평가를 받을 수 있다. 원칙과 기준을 강조하면 '꼰대' '꽉 막힌 교사'로 부정적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의 시스템이다". "학부모 평가의 경우, 대부분 학부모는 생업에 쫓겨 자녀들의 교사에 대해 정보가 전혀 없거나 부분적으로만 알 수 있고, 집에서 학생들이 교사의 칭찬보다 불만에 대해 토로하는 것만 듣고 평가에 임하게 되기도 한다. 집에서 학생들이 학부모 권한으로 두번 평가를 하는 경우도 있어서 교원평가는 대단히 불합리한 점이 많다."
조 교사는 이에 따라 △객관적 '체크 리스트' 식 메타평가로 교원평가 운영 △학업성취도 향상을 위해 학생 성적 평가 항목에 중요하게 반영 △산간벽지·초소형 학교 등 교원평가의 '학교 평가'로 대체 △교원평가와 연동된 현행 성과급제 개혁 △높아진 업무강도와 동떨어지지 않는 교원 수당 현실화 등을 교육부에 제안했다고 한다. 가장 역점을 둔 부분은 '교사의 교실 내 평가권 회복'이다. "초등도 시험치고, 평가가 제대로 반영되게 해줘야 학부모가 교사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교실이 정상화될 것이고 교실 안 학생 행동 정량평가가 생기부에 객관적이고 엄정하게 기록될 근거라도 마련됐으면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조 교사는 1990년 교직 생활을 시작했다. 지난 주말 고3 담임으로서 제자들의 수시 원서접수 마감을 챙겼고, 중간고사 출제에도 여념이 없었다. 다문화교육 전공으로 두번째 석사학위를 준비 중인 '대학원생'이기도 하다. 2021년부터 4대 위원장을 맡은 대한교조 활동도 빼놓지 않으면서 그의 말처럼 "날마다 전쟁"이다. 이 와중 교육부 간담회도 가졌는데, 대한교조로선 교육의제에 정식으로 목소리를 낸 첫 계기다. 조합 차원에서 교권 회복에 관한 '4대 정책 13대 과제'도 부처에 전달했다. 일례로 4대정책의 첫번째는 '문제행동 학생 대책'으로 △학교폭력 제도 개선 △통합교육에 대한 교사의 판단 강화 △교사의 생활지도권 강화 3개 과제를 내세웠다.
학교폭력 제도 개선과 관련해 "'일과 시간 내에 일어난 일'과 '학생 간 사안' '교내에서 일어난 일'만 다루도록 학교폭력 개념 재정의가 필요하고, 학폭 업무는 경찰서로 이관하고 학교는 학생 생활지도 내용에 집중해 '교육' 업무를 수행하는데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외에도 △교권 4법 개정 △학생인권조례 전면 폐지 △교사의 평가권 강화 △교육감 직선제 폐지, '학교환경 개선' △교원인턴제도 도입 △무분별한 위원회 및 각종 학부모 위원 필수 규정 삭제 △혁신학교 폐지 △교장 공모제 폐지, '교원의 지위 향상' △교사진급제도 도입 △교육계 부당관행 개선을 위한 수당의 현실화 등 올바른 교육을 위한 '법·제도 정비'를 주장한다.
일각에서 제기한 '체벌부활' 음모론과는 단단히 선을 그었다. 대한교조는 "학교 현장은 교사와 학생, 관리자와 교사 간의 상호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 결국 교사와 학생의 인권은 분리될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교사는 "저희는 교권을 살리려면 교사도 자성하고 교육 본질 회복을 벌여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또 "지금의 교육은 공정을 앞세웠으나 개인의 발전과 선택을 무시한 평준화이고, 자율과 자유는 실종됐으며, 현장 교실은 정치선동에 무방비상태로 편향됐다"는 게 그와 조합의 인식이다. 고질적인 학력저하, 교단의 정치화 등을 둘러싼 논쟁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인식이 읽혔다.
대한교조는 공교육 정상화, 교사 전문성 강화 등 정책지향 외에도 '자유우파'를 표방하고 있다. 조 교사는 지난 2020년 2월3일 출범한 '올바른 교육을 위한 전국 교사 연합'(올교련)의 공동대표 일원으로도 활동해왔다. 2019년 10월 서울 관악구 인헌고 교원이 학생들에게 반일(反日) 구호를 외치도록 강압한 사건이 계기였다. 당시에도 그는 "진정한 교권을 생각하는 단체는 그간 없었다"며 "특히 전교조가 강조하는 교육에 대해 잘못됐다고 지적할 수 있는 단체는 더더욱 없었다"고 비판했다. 장기간 '개점휴업' 상태였던 대한교조를 이끌게 된 뒤로는 올교련과 함께 6·25 전쟁 발발 72주기, 73주기 세미나를 열어 '학교에선 6·25를 어떻게 배우나' 등을 공론화하기도 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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