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복제공장 설립 시도’ 전 삼성전자 임원, ‘기술 유출’ 추가 기소

수원법원종합청사. /뉴스1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설계 자료를 빼돌려 중국에 똑같은 ‘복제 공장’을 지으려 했던 전직 삼성전자 임원이 또 다른 기술유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삼성전자 임원 출신 최모씨를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핵심 기술들을 부정 취득·사용한 혐의로 기소했는데, 여기에 더해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디스플레이의 자료도 빼돌린 것으로 파악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부장 박진성)는 최근 전 삼성전자 상무 최씨와 전 삼성디스플레이 직원 김모씨, 삼성전자 협력업체 직원 현모씨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영업비밀국외누설 등) 혐의로 기소했다.

최씨는 2018년 8월부터 2019년 4월 중국 시안(西安)에서 반도체 공장을 건립하는 과정에서 삼성엔지니어링의 ‘초순수 시스템’ 운전 매뉴얼을 부정 취득해 사용하고, 삼성디스플레이의 초순수 시스템 발주사양서를 부정 취득해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초순수는 반도체 수율(收率)에 핵심적 영향을 주는 순수한 물을 말한다. 극도로 정제된 물로 반도체 공정에 필수 요소다.

김씨 또한 이런 혐의와 함께 2018년 8월 삼성전자의 평택 반도체 공장 가스 공급 시스템 계통도와 PFD(공정 흐름도) 자료 및 가스 분배장치 도면을 부정하게 취득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씨는 김씨에게 삼성전자의 영업비밀인 평택 반도체 공장의 가스 공급 시스템 계통도 등 자료를 누설한 혐의다.

검찰은 최씨가 자신이 중국에 차린 모 회사 임직원에게 삼성전자 자료를 확보해 공장 건설에 사용하도록 지시하고, 승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씨는 이미 삼성전자의 기술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최씨와 전 삼성전자 직원 7명 등은 지난 2018년 대만의 한 전자 제품 생산·판매 업체에서 8조원 규모의 투자를 약정받아, 중국 시안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불과 1.5㎞ 떨어진 곳에 ‘복제 공장’ 건설을 시도했다.

최씨 등이 삼성전자에서 빼낸 기술은 크게 세 가지로, 국가 핵심 기술인 반도체 공장 BED(Basic Engineering Data)와 공장 설계도면, 공정 배치도다. BED는 반도체 제조가 이뤄지는 ‘클린룸’을 불순물이 존재하지 않는 최적의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환경 조건 자료다.

이날(20일) 오후 수원지법 형사14단독(재판장 이지연) 심리로 진행된 재판에서 최씨 등은 추가 기소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이날 최씨는 “진실이 뭔지 떳떳하게 밝히고 싶지만, 구속 상태에선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며 재판부에 보석을 신청했다. 검찰은 “피고인이 반도체 업계에서 영향력이 큰 인물로, 참고인들을 회유·협박할 가능성이 크다”며 보석 신청을 불허해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