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억 안주면 징역 10년 산다"... 캄보디아 '셋업범죄' 일당 검거

골프 여행을 가자고 캄보디아로 유인한 뒤 성매매 범죄에 연루된 것처럼 꾸며 돈을 뜯은 일당이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국제범죄수사1계는 20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공갈) 위반 혐의를 받는 박모씨(63) 등 5명을 검거했다. 박씨 등은 60대 사업가인 피해자 A씨에게 성매매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으니 뇌물로 13억원을 주고 무마하라고 속여 돈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골프 모임 회장인 박씨는 평소 모임을 통해 알고 지내던 A씨에게 골프 여행을 하자며 캄보디아 시엠립으로 유인했다. 박씨는 자신이 섭외한 바람잡이 B씨와 A씨, 다른 회원들까지 함께 지난 6월 30일 캄보디아로 출국했다.

이들은 7월 3일 오후 A씨와 B씨가 성매매하는 상황을 조장해 성범죄에 연루된 것처럼 꾸몄다. 이들 일행은 이튿날 오전 11시20분 주유소에서 현지 경찰로 추정되는 인물들에게 체포됐다. 이어 실제 경찰서에서 5시간 동안 붙잡혀 있었다. 경찰은 통역을 통해 성매매 혐의로 체포됐으며, 특히 미성년자와의 성매매는 징역 5~10년형까지 선고될 수 있는 중한 범죄라고 설명했다. 이어 100만달러(한화 13억원)를 뇌물로 주면 수사를 무마하겠다고 제안했다. 옆에서 B씨도 바로 돈을 주고 풀려났다고 했다. 성매매 혐의 수사 자체가 사기이며 경찰과 통역자까지 모두 박씨가 섭외한 공범이라는 사실을 모른 A씨는 돈을 입금하고 풀려났다. 박씨는 A씨가 범죄를 의심하자 합의금을 공동분담하자며 5억원을 돌려주기도 했다.

남은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박씨 등 피의자들은 은행 34곳을 통해 범죄수익금 13억원을 모두 현금화했다. 범죄수익금은 공범 한사람당 약 1억원씩 돌아갔다. 이 과정에서 또다른 공범 김모씨(50) 등 3명이 범죄수익금을 세탁해줬다. 경찰은 이들을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거했다.

첩보를 입수한 경찰이 수사 끝에 박씨가 과거 캄보디아에서 살면서 알게 된 현지 한인 브로커 주모씨(51)를 통해 범행을 계획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씨는 실제 경찰로 추정되는 현지인을 포함해 공범들을 모집하는 등 박씨의 범행을 도왔다. 경찰은 주씨에 대해 여권 무효화 조치 및 인터폴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경찰 추정 피의자들에 대해선 인터폴을 통해 관련 사실을 해당 국가 경찰청에 통보 및 공조수사를 요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셋업 범죄는 피해자 본인도 범죄에 연루된 것으로 생각하고 피해신고를 꺼린다는 점을 이용한 범죄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