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곧은 말 결 고운 글’ 30돌 충북 독립언론 충청리뷰

오윤주 2023. 9. 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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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검찰 성역 보도에 백지광고 사태…시민 격려 광고로 지켜
이재표 충청리뷰 편집국장. 오윤주 기자

‘올곧은 말 결 고운 글’

충북의 독립신문으로 발을 뗀 충청리뷰를 30년 동안 지탱해 온 힘이자, 지향이다. 19일 오전 청주시 흥덕구 사운로에 있는 주간지 충청리뷰를 찾았다. 승강기 없는 4층 꼭대기 층, 열린 문틈으로 ‘타닥탁탁’ 자판 두드리는 소리가 새 나온다. 누구도 알은체를 하지 않는다. 충청리뷰는 매주 화요일 기사를 마감하는데, 마침 1286호 마감에 한창이다. 편집국 맞은편 벽, 만원권 5장이 든 액자가 눈에 들어온다. “90을 눈앞에 둔 노인이어서 안경을 쓰고도 제목만 본다. 더는 볼 수 없으니 다른 분께 보내달라”는 내용을 담은 편지가 있다.

구순을 바라보는 한 독자가 보낸 편지와 5만원. 오윤주 기자

이재표(55) 충청리뷰 편집국장은 “저 액자만 보면 숙연해진다. 이런 독자가 있는 한 충청리뷰는 게으를 수 없다”고 했다.

충청리뷰는 지난 15일 창사 30돌 특집호를 냈다. “참 많이도 흔들렸습니다.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나무를 꿈꿉니다. 가뭄에 마르지 않는 샘이 깊은 물을 바랍니다.” 용이 승천하는 듯한 대청호 사진에 ‘용비어천가’라는 30돌 기념사를 곁들인 표지가 절묘하다. 사진은 ‘길 위의 사진가’ 김진석 작가의 작품이다. 그는 10여년 전 대청호를 지나는 비행기에서 용을 만났다.

충청리뷰 창사 30돌 특집호. 오윤주 기자

서른 살 충청리뷰는 작게 출발해 강하게 성장했다. 충청리뷰는 1993년 9월15일 충북 연고 동양일보에서 퇴사한 20~30대 젊은 기자 5명의 의기투합으로 발을 뗐다. 창간을 주도한 권혁상 전 충청리뷰 대표는 “당시 때 묻지 않은 젊은 기자들이 지역에 바른 언론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 하나로 모였다. 형편에 따라 100만~500만원씩 출자해 청주 사직동 작은 사무실에서 시작한 게 30년이 됐다”고 밝혔다.

충청리뷰의 사시. 오윤주 기자

당시 해직교사였던 도종환 시인(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초대 발행인을 맡았다. 도 의원이 정한 사시 ‘올곧은 말 결 고운 글’은 지금도 충청리뷰 사무실을 지킨다. 월간지로 시작한 충청리뷰는 1994년 국내 언론 처음으로 ‘노근리 사건’을 보도하는 등 빠르게 자리 잡았다. 창간 3년 만인 1997년 9월 도민주를 공모하고, 출자금을 모아 지금의 타블로이드판 주간신문으로 전환했다. 권 전 대표는 “외연을 넓혀 영향력을 키우고, 속보성을 강화해 자주 독자를 만나려고 주간으로 전환했는데 때마침 국제통화기금(IMF) 위기가 겹치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상당한 위기였다”고 했다.

충청리뷰를 태동한 젊은 기자들의 바람인 ‘지역에 바른 언론 하나’는 2002년 현실이 됐다. 그해 9월 충청리뷰는 ‘법화…그 깊은 상처’ 기획 시리즈를 내놨다. 지금도 그렇지만 절대 권력 검찰의 인권 침해 등을 다룬 기사의 파장은 컸다. 역린을 건드린듯 검찰의 역공은 거셌다. 당시 윤석위 대표를 구속하고, 광고주 등으로 수사선을 넓혔다. 이에 충북지역 시민사회단체 39곳은 ‘충청리뷰 검찰 탄압 범도민대책위원회’를 꾸리고 검찰에 보복성 수사 중단을 요청하는 등 충청리뷰 지키기에 나섰다. 이 무렵 충청리뷰는 예정된 광고가 떨어져 나가면서 ‘백지광고’ 사태가 이어졌다. 하지만 전국 곳곳의 시민들은 백지를 ‘격려광고’로 채우는 등 충청리뷰를 응원했다. 이재표 충청리뷰 편집국장은 “당시 사태가 오늘의 충청리뷰를 있게 한 힘이 됐다. 충청리뷰는 언론 존재 이유를 제시했고, 시민이 그 언론을 지킨 작은 반란이었다”고 말했다.

더불어 2015년 불공정 선거 기사와 관련해 언론사에 사과문·정정보도문 게재를 강제한 공직선거법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끌어낸 것도 충청리뷰의 노력 때문이다.

최근 충청리뷰는 뉴스타파·경남도민일보 등 언론 6곳, ‘세금도둑 잡아라’ 등 시민단체 등과 ‘검찰 예산공동취재단’을 꾸려 검찰 특수활동비 등 보도를 준비하는 등 여전히 검찰 등 권력 감시에 날을 세운다.

충청리뷰는 인터넷 언론 충북인뉴스를 설립·분사했으며, 사회적기업 형태로 동네 신문의 터전을 마련하는 ‘청주 마실’을 세우는 등 언론 외연 확장에도 힘썼다.

30년 앞을 바라보는 충청리뷰는 다양한 글을 실으며 운동장을 넓게 쓰는 데 관심을 둔다. 이런 이유로 충청리뷰는 전국구 저술가를 여럿 영입했다. 변상욱 전 시비에스(CBS)대기자, 김영이 전 경향신문 기자, 김종대 전 국회의원, 경제학자 우석훈, 여행가 정연일, 김상욱 알마티 국립대 교수 등이 글을 쓴다. 길 위의 사진가 김진석 작가도 틈틈이 사진을 싣기로 했다. 이재표 충청리뷰 편집국장은 “충북 안에 머물지 않고 전국에서 지역을, 지역에서 전국을 보는 등 시야를 넓히는 충청리뷰가 되려 한다. 소중한 지역 이야기를 담는 것은 기본”이라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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