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용미로 마무리된 '무빙', 다음 시즌이 시급하다 [현혜선의 시스루]

[리뷰]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
위기의 디즈니+ 살린 구원투수로 작용
시즌2 가능성 열며 20부작 대장정 마무리

[서울경제]

드라마, 예능의 속살을 현혜선 방송 담당 기자의 시점으로 들여다봅니다.

'무빙'이 20부작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피날레에서는 거대한 세계관의 캐릭터들이 한 데 모여 화려한 액션신을 선보였고, 따뜻한 가족애로 메시지를 남겼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극본 강풀/연출 박인제)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과거의 아픈 비밀을 숨긴 채 살아온 부모들이 시대와 세대를 넘어 닥치는 거대한 위험에 함께 맞서는 초능력 액션 히어로물이다. '무빙'의 피날레에서는 대한민국의 초능력자를 처단하고, 그 자녀들의 능력 유무를 확인하려는 북한 초능력자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 나선 남한 초능력자들의 대결이 그려졌다. 이들은 비슷한 초능력으로 비등하게 싸웠지만, 가족을 지키고자한 남한 초능력자들의 의지는 강했다. 하나씩 북한 초능력자를 처단하고, 가족과 함께 일상으로 돌아갔다.

'무빙'은 각 에피소드마다 캐릭터의 전사와 능력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극의 후반부에서는 흩어져 있던 인물들이 학교에 모여 힘을 모아 적과 맞서 싸우는 방식으로 진행됐고, 이들의 만남을 기대하는 시청자들에게 장면은 카타르시스를 자아내기 충분했다. 히어로물의 매력은 캐릭터 고유의 능력을 이용해 싸우는 액션신에 있는데, 극의 후반부에 이를 집대성한 것이다. 무한 재생 능력으로 계속해서 살아나는 장주원(류승룡), 오감을 이용해 총으로 적을 제압하는 이미현(한효주), 괴력으로 적과 맞서는 이재만(김성균), 전기 능력의 전계도(차태현), 아이들을 지키려는 일념을 앞세운 선생님 최일환(김희원) 등 성인 캐릭터를 비롯해 비행, 오감 능력을 지닌 김봉석(이정하), 재생 능력 장희수(고윤정), 괴력과 스피드를 갖고 있는 이강훈(김도훈)이 자신의 능력을 한껏 발휘했다.

외피는 화려한 액션신으로 충족했다면, 내피는 진한 휴머니즘이 깔려 있다. 급소를 피해 북한군을 쏜 김두식(조인성)과 아이들은 해치지 않으려는 북한 보위부 소속 요원 김덕윤(박희순)의 모습은 차가운 이념의 선을 넘는다. 가족에 대한 사랑은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요소다. 북한 요원들이 움직이는 이유는 남겨진 가족을 위해서고, 어른들은 자식을 지키기 위해 자식들은 부모를 지키기 위해 죽음을 불사한다. 이재만이 아들을 살리기 위해 온몸으로 건물 잔해를 막는 장면, 김봉석이 엄마 이미현을 구하기 위해 날아올라 적과 싸우고 다친 엄마를 업고 나는 장면 등이 있다.

결말은 용두용미로 깔끔하다. 살아남은 북한군 정준화(양동근)는 북으로 돌아가 고위 간부를 처단하고, 김두식을 풀어준다. 남한으로 돌아온 김두식은 모든 일을 계획한 국정원의 민차장(문성근)을 살해하고 가족에게 돌아간다. 김봉석은 졸업 후에도 사람들을 구하며 히어로의 삶을 살고 있고, 장준화와 장희수는 남겨진 북한군 권용득(박광재)을 거둬 일상을 산다. 모두에게 행복이 찾아온 것이다.

'무빙'은 위기에 빠진 디즈니+의 구원투수로 떠오른 작품이다. 지난 2021년 한국 서비스를 시작한 디즈니+는 이용자 수 최하위를 기록하며 고전했다. 그러던 중 '무빙' 공개 직후 디즈니+의 일간사용자수(DAU)는 기준 8월 62만 명을 돌파했다. '무빙' 공개 전인 7월에 30만 명 이하를 기록한 것에 비해 약 40% 이상 늘어난 수치다. 지난 13일에는 이용자 수 약 81만 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또 국내 콘텐츠 데이터 분석 플랫폼 키노라이츠에 따르면 '무빙'은 공개 직후부터 5주 연속 통합 랭킹 1위를 지키는 저력을 보였다.

때문에 다음 시즌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무엇보다 탄탄한 원작 웹툰이 이미 존재한다는 점에서 청신호를 띤다. 많은 시청자들은 극 중반 등장한 영탁 캐릭터로 이미 다음 시즌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영탁은 강풀 작가 세계관의 주요 캐릭터로, 전반에 등장하며 '무빙'의 다음 시즌 격인 '브릿지'에서 '무빙'의 주요 캐릭터들과 함께 나온다. '무빙'의 최종회와 쿠키 영상에서도 다음 시즌을 예상하게 만든다. 국정원에 들어간 이강훈, 학생으로 위장했다가 정체를 드러낸 신혜원(심달기), 민차장의 죽음 이후 새로운 수뇌부가 된 마상구(박병은) 등의 존재가 그렇다. 한국 히어로물의 새로운 지평을 연 '무빙'의 다음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현혜선 기자 sunshi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