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 셋방살이’에 이승엽도 반발…서울시 “최적의 잠실 대체구장 마련”
염경엽 “최적지 놔두고 다른 곳 찾는 건 팬에 죄송”
서울시, 잠실주경기장 대체구장 활용 불가 입장
“1만8000명 관중 봉은교 1개 통로로 몰려…인파사고 우려”
서울시가 잠실종합운동장을 세계적 수준의 ‘스포츠·마이스(MICE) 복합단지’로 조성하고, 잠실야구장을 호텔과 연계된 첨단 돔구장으로 재건축한다는 계획을 밝히자 야구계가 반발하고 있다. 현재 잠실야구장을 홈구장으로 쓰고 있는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가 6년 간 다른 구장을 빌려 경기를 치러야 하고, 서울을 떠나 있어야 할 수도 있어서다. ‘국민 타자’ 이승엽 두산 감독이 나서서 “팬이 우선”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20일 최적의 대체 구장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미 출장 중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6일(현지 시각) 캐나다 토론토에서 류현진 선수가 뛰고 있는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홈구장인 로저스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잠실야구장 자리에 국제 경기 유치가 가능한 3만석 이상 규모의 돔구장을 짓겠다고 밝혔다. 돔구장은 호텔과 연계해 지어지고, 호텔방에서 야구 경기를 관람할 수도 있도록 설계된다.
서울시는 그동안 여러 차례 잠실야구장 재건축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계획에서 새 구장은 현재 위치에 지어진다. 현 잠실야구장을 허물고 호텔과 연계된 돔구장을 지으면서 야구장 건축 기간이 6년으로 늘었다. 서울시 계획에 따르면 2025년 시즌까지 기존 잠실야구장에서 경기를 치르고, 잠실 돔구장을 2026년 착공해 2031년 말 준공한다.
서울시는 잠실 돔구장 건축 계획을 발표하면서 6년간 잠실야구장을 홈구장으로 쓰는 LG와 두산이 사용할 대체 구장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고척돔, 목동야구장이나 수원, 인천 등 기존 구단과 같이 나눠서 쓸 수 있는 방안을 KBO와 구단 등과 협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 계획이 발표되자 야구계가 반발했다. 최대 2만5000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KBO리그에서 가장 큰 구장을 6년이나 사용하지 못하고, 2032년에야 새로운 야구장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잠실야구장을 홈구장으로 쓰는 LG와 두산은 관중 동원력이 큰 인기 구단이기도 하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전날(19일) 홈구장을 6년 간 비워줘야 하는 데 대해 “야구 보러 오시는 분이 편하게 보셔야 한다”며 “서울은 특수한 도시라 두산 팬들만 생각할 수는 없다. 원정 관중까지 쾌적하게 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염경엽 LG 감독은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구단과 KBO 의견은 잠실주경기장 활용으로 알고 있다. 안전 문제가 있다고 하지만, 절대로 배제해서는 안 된다”라며 “팬도 서울 시민이다. 최적지를 놔두고 다른 곳을 찾는다는 건 팬에 죄송한 일”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잠실 돔구장 계획 발표를 앞두고 KBO와 LG, 두산 측과 논의를 진행했다. 야구계에서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잠실야구장 옆 잠실주경기장을 개조해서 사용하는 방안을 고려했다. 부산시는 롯데 자이언츠가 사용 중인 사직구장을 허물고 그 자리에 새 야구장을 지을 계획인데, 대체구장으로 인근 아시아드주경기장을 고려하고 있다. 비슷한 대안을 떠올린 셈이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날 잠실주경기장을 대체 야구장으로 운영하면 안전사고 우려가 있다며 선을 그었다. 서울시는 잠실종합운동장에 삼성동 코엑스 2.5배 규모의 대형 전시컨벤션 시설을 짓고, 수변공간을 더해 ‘스포츠·마이스 복합단지’로 개발할 계획이다. 잠실주경기장을 대체구장으로 사용할 경우 대부분의 기간 동안 잠실종합운동장 전역에서 공사가 진행되어 관람객이 탄천 봉은교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잠실주경기장을 대체구장으로 만들면 1만8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데, 경기 종료 후 관람객이 하나의 통로로 집중되면서 인파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봉은교는 잠실주경기장 출입구보다 5.5m 높다. 관람객들은 임시로 설치한 높이 6m, 길이 100m 경사로로만 봉은교로 진입할 수 있어 보행 동선이 매우 열악할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시는 KBO, LG, 두산이 참여하는 재난안전전문가 회의에서도 안전 사고 우려 때문에 잠실주경기장을 대체구장으로 활용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확인했다고 밝혔다. KBO와 LG, 두산은 지하철 2호선 종합운동장역에서 들어오는 진출입로를 추가 확보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공사 구역을 최소 300m 통과해야 해 관중 안전이 확보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시는 2016년에는 잠실야구장을 지금의 보조경기장 자리인 한강변으로 옮겨 3만5000석 규모의 개방형 구장으로 짓겠다고 발표했었다. 돔구장으로 계획이 변경된 데 대해 서울시는 “기존 위치에 공사비가 두 배 이상 필요한 돔구장으로 건립하기로 한 것은 KBO와 야구계의 요청을 적극 반영한 결과”라고 했다. 그러면서 “KBO와 LG, 두산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할 예정”이라면서 “서울시와 건설·안전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최적의 대체 구장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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