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국 자생식물 이야기〈9〉 용담(Gentiana scabra Bunge)

2023. 9. 20.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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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과 공생하는 청보라빛 꽃, 용담
이동준(국립백두대간수목원)


대부분의 벌은 집을 짓고 집단생활을 하는데 반해
, 집 없이 떠돌아다니는 벌이 있다. 여름부터 가을까지 용담이 필 때 찾아오는 좀뒤영벌이 그렇다.

좀뒤영벌은 뒤영벌 중 가장 먼저 출현하며, 벌집의 해산이 가장 빨라서 여름 전에는 해산한다. 여름철부터 개화한 용담을 찾은 좀뒤영벌은 이꽃 저꽃 옮겨다니면서 꿀을 빨아먹고 꽃가루를 묻히고 돌아다닌다. 오후에 해가 저물기 시작하면 용담 꽃잎이 닫히고, 집없는 떠돌이 좀뒤영벌은 용담 꽃 속에서 밤새 호사를 누린다.

용담은 숙소를 제공하고, 온 몸에 꽃가루를 묻힌 좀뒤영벌은 용담 꽃의 수정을 돕는다. 꽃과 곤충이 서로 도와가면서 공생하는 현상은 흔하면서도 늘 경이롭다.

용담(龍膽)은 한자 뜻 그대로 용의 쓸개를 뜻한다. 뿌리의 쓴 맛이 웅담(熊膽 : 곰의 쓸개) 보다 강해서 용담이라고 부른다. 국내 자생 용담속에도 종류가 꽤 많다.

쓴풀류에는 쓴풀, 개쓴풀, 자주쓴풀, 네귀쓴풀이 있다. 꽃통이 길쭉하게 발달하는 용담과 달리, 쓴풀류는 꽃통이 발달하지않고 꽃이 편평하게 핀다. 한해 또는 두해살이풀로 개화하고 결실하면 생을 마감한다.

구슬붕이류에는 구슬붕이, 큰구슬붕이, 흰그늘용담이 있다. 꽃통이 발달하는 점에선 용담과 같으나, 여러해살이풀인 용담과 달리 구슬붕이류는 두해살이풀로서 개화하고 결실하면 죽는다.

용담(Gentiana scabra Bunge)은 일본에 분포하며, 국내에선 전국의 산야에서 자란다. 높이 20~60정도로 자라고, 줄기에는 4개의 가는 줄이 있다, 줄기는 직립하나, 개화기에는 옆으로 눕는다. 꽃은 8~10월에 청보라색으로 피며, 줄기 윗부분의 잎겨드랑이와 끝에 여러 송이가 모여 달린다.

꽃받침통은 길이 1~2이다. 꽃잎과 꽃받침이 뒤로 젖혀지며, 꽃잎에는 흰색 반점이 산재한다. 열매는 삭과로 10~11월에 성숙한다. 꼬투리 안에는 먼지 같은 미립종자가 빼곡이 들어찬다. 뿌리는 비대해진다.

과남풀은 중국, 러시아 등에 분포하며, 국내에선 전국적으로 산지의 습지에서 자란다. 높이 20~60정도로 자라고, 줄기는 곧추 서고 전체적으로 분백색을 띈다. 꽃은 7~8월에 진한 보라색으로 피고, 잎겨드랑이와 끝에 2~5개의 꽃이 모여 달린다. 용담과 달리, 꽃잎이 완전히 벌어지지않고 살짝 벌어진다. 꽃잎에 흰색 반점도 없다.

열매는 삭과로 9~10월에 성숙하고, 꼬투리 안에는 미립종자가 빼곡이 들어찬다. 뿌리는 굵어진다.

용담(백두대간 수목원 제공)

재배특성 및 번식방법

용담은 해발 700~1,500미터 정도에서 자라는 고산성 식물로서 15~25정도에서 잘 자란다, 습기를 좋아하되 배수가 잘 되는 환경에서 잘 자란다. 부식질이 많은 사질양토가 적당하다. 여름철 고온 환경에서도 반그늘 및 통기 조건만 맞춰주면 생육에 무리가 없으며, 이식에도 강하다.

종자 번식, 뇌두를 이용한 포기나누기, 줄기삽목 모두 가능하다. 종자 대량 채종이 용이하고, 발아율이 양호하므로 종자 번식이 일반적이다. 10~11월경 성숙한 열매를 따서 말리면 꼬투리 끝이 벌어지면서 꼬투리와 미립종자가 간단하게 분리된다.

정선한 종자는 가을에 온실에서 직파하거나, 봉투에 담아 냉장(1~4) 보관했다가 이듬해 봄 2~3월경에 파종하면 발아가 잘된다. 발아는 잘되나, 파종 후 발아까지 말리지않고 습기를 충분히 유지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빠른 성장 및 뿌리 비대를 기대한다면 2~3개의 눈을 붙여서 분주한다.

대량생산을 목적으로 할 경우 연결트레이(식물생장용기)를 활용하여 규격묘를 생산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이 때, 한 구멍에 종자를 2~3립 넣어주되, 발아가 진행되면 가장 생육이 왕성한 1개체만 남기고 솎아준다.

개화 초기에 진딧물이 잘 붙는데, 병해 발생 초기에 살충제를 시용하여 조기 방제하는 것이 좋다. 토양선충 발생 등 연작에 취약하므로, 연작시 토양훈증제를 처리하고 1~2주 정도 비닐을 덮어준다.

원예·조경용

청보라색으로 피는 용담은 시선을 한 눈에 끌기에 절화로서 인기가 많다. 절화로 재배시, 5~6월경 높이 20~30정도로 자랐을 때 순따기를 진행한다. 순을 따주면 새순을 내어 10~20정도 자란 후 개화한다.

꽃이 화려하므로 비탈면 절개지, 너덜지대, 암석원 등에 경관조성용으로 대규모 군락을 조성하면 좋다.

식·약용

용담 뿌리에는 겐티오피크린(gentiopicrin), 겐티아닌(gentianine) 등 주요 약리성분이 함유되어 있다고 한다. 겐티오피크린은 침과 위액의 분비를 촉진하고 장을 활성화시켜 소화불량 및 식욕부진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겐티아닌은 염증을 없애고 통증을 완화하는 효능이 있다고 한다.

필자가 근무하는 백두대간수목원 전시원, 증식온실에서도 과남풀이 피기 시작했고, 용담은 꽃대를 준비하고 있다. 머잖아 산과 들, 숲길과 임도길에서 청보라빛으로 피는 용담과 과남풀을 손쉽게 만날 수 있겠다.

최근 지구온난화의 여파로 살인적인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대한민국 전역을 암울하게 하고 있다. 이 와중에도 제철에 맞춰 꽃은 피고, 수정을 하고, 열매를 맺는다. 시간이 지나면 피해상황도 어느 정도 복구될 것이고, 그 와중에 숲길에서 만나는 청보라빛 용담, 과남풀 꽃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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