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학교는 지옥” 교사 유서에도 ‘순직’ 아냐…교육공무원 자살 순직 인정률 15% [공무원재해법 5년]
20건 중 3건만 승인…인정률 15% 그쳐
소방 54%, 경찰 57%, 일반 30%
업무상 원인 찾기보다 개인사로 축소

[헤럴드경제=박지영·박혜원 기자]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는 뭘까? 그만두지 못하며 매일매일 지옥문으로 들어서는 것이 힘들다. 나에게 학교는 지옥이다. 뭔가 형벌을 받고 있는 것 같다. 하지 않으려는 아이들을 억지로 끌고 가야 하는 것도 못할 짓이다. 학교에 나와 다른 선생님 얼굴 마주치는 것도 두렵다. 이젠 끝내고 싶다.”
2018년 만 44세의 나이로 사망한 교사 A씨의 유서다. A씨는 새로운 학교에 부임한 이후 4개월 만에 교실 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는 폐교위기인 학교에 부임해 3개월 동안 6개의 신규 사업을 진행했다. 퇴근 후 집에서 계속 일을 했고, 주변에는 학교 업무로 힘들다는 말을 부쩍 자주했다. A씨가 소화불량으로 찾은 병원은 A씨에게 신경안정제를 처방했다. 하지만 인사혁신처는 A씨가 공무가 아닌 ‘개인적 이유’로 사망했다고 판단했다.
교육공무원 10명 중 8명은 A씨처럼 학교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로 극단적 선택을 하고도 순직(업무상 사망)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공무원 자살 순직 승인율의 절반도 못 미친다. 지난 2020년 아동학대로 고소당해 자살한 부산의 교사 A씨는 사망장소가 집이라는 이유로 순직을 인정받지 못했고, 2021년 6개월 간격으로 사망한 경기 호원초 교사 2명도 순직이 아닌 단순 추락사로 처리됐다.
![최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 마련된 시민추모공간에서 추모객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연합]](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309/20/ned/20230920170614494hdsz.jpg)
20일 인사혁신처가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공무원 직종별 자살 순직 현황’에 따르면 자살 교육공무원에 대한 순직 승인율은 15%에 불과했다. 2018년 10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총 20명의 자살 교사 유가족이 순직 인정을 신청했고, 이 중 3건만 순직으로 승인됐다. 교육공무원에는 유치원 및 초·중·고교·특수학교 교사와 교장·원장, 대학교와 전문대학 교수와 조교, 기타 교육연수기관 종사자, 장학관과 교육연구관 등 교육전문직 등이 속한다.
순직을 결정하는 기관은 인사혁신처다. 유가족이 순직을 신청하면 공무원연금공단은 사실조사서를 작성해 인사혁신처에 넘기고, 인사혁신처는 심의를 통해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불복할 경우 공무원재해보상연금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하거나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교육공무원의 순직 인정비율은 다른 직종에 비해 특히 낮은 편이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직종별 순직 승인율은 ▷소방공무원 54.16% ▷경찰공무원 57.89% ▷일반(소방·경찰·교육직을 제외한 직종) 30.43%이며, 교육공무원을 포함한 전체 공무원의 순직 승인율은 36.36%였다. 2018년 공무원 재해보상법 시행으로 더많은 공무원과 유가족들이 적합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지만 직종별로 편차가 유지되는 등 개선되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업무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획일적인 판단 기준, 사회적 편견 등 순직 인정을 막는 불합리한 요인은 여전히 많다.
황유진 교사노동조합연맹 수석대변인은 “교사가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하면 일단 쉬쉬하고, 원인도 우울증 등 개인사로 종결하는게 대부분이다. 서이초 사건도 발생 초반 곧바로 우울증 이야기가 나왔다”며 “중요한 건 우울증이 발병한 원인이다. 개인의 일로 치부하고 업무관련성을 들여다볼 생각도 하지 않으니 순직 사례가 축적되지 않고, 이는 (다음 사망자와 유가족이) 순직을 신청할 생각조차 할 수 없게 만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실제 A씨의 사례를 살펴보면 인사혁신처는 “표면적인 업무량은 현저히 과도하다고 보기 어렵다. 경찰 내사 자료에서도 업무과다로 인한 연관성을 발견할 수 없다”며 개인 성격상 취약성과 신경쇠약증이 주된 사망 원인이라고 불승인 이유를 적었다. A씨의 유가족은 행정소송을 냈고 법원은 A씨 유가족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인사혁신처가 제시한 초과근무 내용에는 체험학습 관련 내용만 있어 그 외 사업계획 및 시행작업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 귀가 후 자택에서 추가 업무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 자살장소와 시간이 교실과 업무시간이었다는 점 등을 들어 공무상 스트레스로 우울증세가 악화됐다고 판결했다.
park.jiyeong@heraldcorp.com
klee@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걸 누가 쓰나 했는데?” 박지성 호주머니 속 뜻밖의 ‘휴대폰’ 정체
- ‘주호민 사태’ 재발 막는다…교사 동의없는 ‘녹음’ 금지·수업방해 학생 ‘분리’ 가능
- “23살 공익男, 탈모에 코털마저 빠졌다” 요양원서 무슨 일 했길래
- “北 자연미인, 연예인보다 예뻐” 중국 ‘실검 1위’ 오른 북한 女선수단
- 유빈, 권순우 사과문에 '좋아요' 꾹…비판 아랑곳 굳건한 사랑
- “2030男, 너흰 쓰레기” 유시민 발언에…“전두엽 부패했나” 진중권 일침
- 선우용여 “남편, 지인 빚보증 섰다가 결혼식날 구속”
- “'월 800만원' 건물주 남편 밤낮 없이 게임만…한심” 신혼 2년차 아내의 고충
- "큰 잘못이겠어?"…피싱 조직에 SNS 계정만 팔아도 징역 2년6월
- 서경석, 46억 건물 최초 공개…"누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