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로 체포한다" 경찰서까지 갔는데…알고보니 '연극'

김남희 기자 2023. 9. 20.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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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사업가 A씨는 지난 6월 지인들과 캄보디아로 골프여행을 갔다가 주유소에서 현지 경찰들에게 체포당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박씨 등이 현지 경찰로 추정되는 인물들까지 끌어들여가며 치밀하게 계획한 셋업(Set up) 범죄에 걸려들었다.

경찰관으로 보이는 체포조 6명이 들이닥쳐 A씨의 여권을 확인하고 현지 경찰서로 연행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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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술집서 '미성년자 성매매' 상황 조작
다음 날 주유소에 경찰관 6명 들이닥쳐 연행
경찰서 앉혀놓고 "100만달러 주면 풀려난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비행기표와 여권을 들고 있는 시민(사진과 기사는 관련없음) 2022.07.27.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남희 기자 = 60대 사업가 A씨는 지난 6월 지인들과 캄보디아로 골프여행을 갔다가 주유소에서 현지 경찰들에게 체포당했다. 한 명은 경찰 제복을 입고 있는 데다 끌려간 곳은 실제 경찰서였다. A씨에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은 20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공갈 위반 혐의로 총책 박모(63)씨 등 4명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김모(50)씨 등 3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박씨 등이 현지 경찰로 추정되는 인물들까지 끌어들여가며 치밀하게 계획한 셋업(Set up) 범죄에 걸려들었다.

A씨는 10여년 전 알고 지내던 지인 박씨를 지난해 골프모임에서 다시 만났다. 박씨는 다른 지인들을 골프모임에 초대해 함께 어울렸고, 올해 여름 A씨에게 '동남아시아로 골프여행을 가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 여행은 박씨 일당 8명이 수개월 전부터 치밀하게 계획한 범행 무대였다. 박씨는 과거 캄보디아에 체류하면서 알게 된 현지 브로커 주모씨를 통해 현지 경찰을 섭외하고, 범죄수익을 세탁해 줄 공범을 모았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A씨는 6월 30일 캄보디아 씨엠립으로 박씨와 공범 1명과 함께 여행을 떠났다. 일행 6명 중 3명은 범행과 상관없는 일반인이었다.

7월3일 A씨 일행은 현지 술집을 찾았다. 박씨 일당은 이 곳에 있던 성매매 여성을 이용해 A씨가 성매매에 연루되는 상황을 연출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여성에게 100달러를 주고 A씨와 함께 호텔로 들어가도록 했다. A씨는 자신의 방에 들어온 여성을 그냥 돌려보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일행이 다음 날 오전 라운딩을 마치고 주유소에 들렀을 때 본격적인 연극이 시작됐다. 경찰관으로 보이는 체포조 6명이 들이닥쳐 A씨의 여권을 확인하고 현지 경찰서로 연행해갔다. 1명은 실제 경찰 제복을 착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피의자들이 범죄수익을 현금으로 교환하는 모습(좌), 피해자에게 일부 현금을 송금하는 모습(우) *재판매 및 DB 금지

이들은 A씨를 속이기 위해 공범 한 명이 같이 체포됐다가 돈을 내고 먼저 풀려난 것처럼 꾸미기까지 했다. 경찰서에서 5시간 가량 대기하며 겁에 질린 A씨에게 박씨 일당은 "미성년자 성매매로 걸리면 징역 5년, 10년을 살아야 한다"며 "100만달러를 주면 수사를 무마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지어를 몰라 박씨 일당의 통역에 의지하던 A씨는 속아 넘어가 100만달러(한화 약 13억원)를 송금했다.

A씨가 풀려난 뒤 일행은 한인 식당에 들러 밥을 먹었다. 그런데 A씨 이야기를 들은 식당 주인이 "캄보디아에선 그 정도 돈까지 안 줘도 풀려나는데 금액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고 한다.

A씨는 이상함을 느꼈지만 일단 그날 밤 비행기를 통해 귀국했다. A씨가 계속 의심을 품자 박씨 일당은 "합의금을 공동분담하자"며 5억원을 A씨에게 돌려주며 신고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뒤에서는 '자금세탁조'가 은행 34곳을 돌아다니며 범죄수익을 현금화 하고 각자 맡은 일에 따라 수익을 나눠가졌다.

A씨가 7월 중순 피해사실을 경찰에 신고하면서 전모가 드러났다. 과거 수 차례 비슷한 범행을 저지른 박씨를 비롯한 7명이 체포됐고, 현지에서 마사지샵을 운영하는 브로커는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 브로커는 현지 경찰 섭외에 필요하다며 박씨로부터 '착수금' 3500만원을 받아갔다. 또 범행 후에도 한국에 들어와 5000만원을 추가로 받아 챙겼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국제범죄수사계는 '체포조'로 동원된 현지인 6명이 실제 캄보디아 경찰로 추정되는 만큼 인터폴을 통해 캄보디아 당국에 협조를 요청한 상태다. 경찰은 "저희 사법권이 미치지 않는 곳인 만큼 최선을 다해 공조수사를 요청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na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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