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이 농산물도 껑충’ 고물가에 등골 휘는 추석… “시금치 대신 얼갈이로”
차례상에 황태포 빼거나
과일 선물세트 대신 와인·홍삼으로
[헤럴드경제=사건팀 박지영·박지영 기자] “체감 상으로는 물가가 10% 정도는 오른 것 같아요. 추석 차례상에 나물을 아예 뺄 수는 없고, 시금치가 너무 올라서 부추나 얼갈이로 대신하려고요.”(주부 42세 송모 씨)
20일 방문한 서울의 한 대형마트. 추석을 앞두고 제사용 과일과 채소를 고르는 주부들의 방문이 이어졌지만, 선뜻 장바구니엔 물건을 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송씨 또한 정가보다 30% 할인하는 코너에서 양파나 상추 등을 고르고 있었다. 주부 조모(71)씨 또한 1개에 3990원짜리 사과를 들었다 놨다 하다 결국 아무것도 사지 않은 채 돌아섰다. 조씨는 “올해 차례는 아주 간단하게 지내려고 한다”며 “사과 3개, 배 3개, 감 3개, 밤, 대추만 놓을 예정”이라고 했다.
추석을 앞두고 과일 값과 채소 값이 들썩이면서 추석 차례상을 간소화하거나 대체품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가격이 싼, 못난이 농산물의 가격도 껑충 뛰어 사기가 쉽지가 않다. 지난 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8월 농축산물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달과 비교해 시금치는 59.3%, 수박은 27.3%, 사과는 12.1% 올랐다. 과일, 채소 가릴 것 없이 물가가 오르면서 “지갑 열기가 무섭다”는 것이다.
대형마트에서 만난 시민들은 차례상은 차려야 하기 때문에 제사용품은 구매하지만, 가짓수를 줄이고 있다고 했다. 주부 박정숙(59)씨는 “지난해 추석에는 4인 가구 기준 30만원을 썼는데, 올해는 가짓수를 더하지 않아도 50만원은 써야 한다”며 “원래 황태포, 삼실(대추, 밤, 감)을 올렸는데, 잘 먹지 않는 것 같아 이 두 가지를 빼려고 한다”고 했다. 오모(77)씨는 벌써 일주일 전 LA갈비를 구매했다. 오 씨는 “추석에 임박해서 사면 가격이 너무 비싸지니까 일주일 전에 갈비찜을 해먹으려고 50% 할인하는 LA갈비를 사서 냉동실에 얼려놨다”며 “원래는 한우로 갈비찜을 해먹었는데, 올해는 안오른 게 없어 LA갈비를 산 것”이라고 했다.
지난 13일 가격조사기관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올해 4인 가족 기준 전통시장 차례상 차림 비용은 작년보다 9000원(3%) 오른 30만9000원이다. 같은 기간 대형마트는 7990원(2%) 오른 40만3280원을 기록했다. 이동훈 한국물가정보 선임연구원은 “전체 차례상 물가는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올 설에 이어 추석 차례상 물가 또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해 여전히 고물가”라고 분석했다.
예년 추석때 과일 선물세트를 샀던 사람들도 다른 품목들로 눈을 돌렸다. 노모(61)씨는 “과일 가격이 터무니없이 많이 올라서 10만원은 쉽게 넘어갔다”며 “대신 가격이 비슷하거나 조금 더 저렴한 양주나 와인을 중심으로 선물했고, 그 아래 가격대에는 홍삼을 선물했다”고 했다. 선물세트를 사려고 마음을 먹고 방문했다는 50대 중반 주부 유모 씨는 “배, 사과 합해서 10개 남짓으로 구성된 선물세트가 11만원을 호가하더라”라면서 “쉽게 손대기 어려운 가격이어서 한 번 더 고민해봐야겠다”고 했다. 서모(71)씨는 과일 선물세트 외에도 견과류, 더덕, 버섯 선물세트로 눈을 돌렸다. 버섯 선물세트를 판매하는 직원은 “올해는 배나 사과 같은 과일세트보다 5만원 선인 버섯 선물세트가 훨씬 잘 나간다”고 했다.
과일 가격이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못난이 농산품’의 가격도 올랐다. 못난이 농산물이란 모양이 울퉁불퉁하고 흠집, 멍이 있는 농산물이다. 경북에서 사과를 재배하는 음병욱(52)씨는 “못난이 사과의 경우 지난해에는 사과 4㎏ 기준 2만원 중반대였는데, 지금은 50% 정도 올라 3만7000원에 팔고 있다”며 “올해 작황 상황이 좋지 않아 못난이 과일 가격도 크게 뛰었다”고 했다. 충남 아산에서 배를 재배하는 방모(30)씨 또한 “올해 냉해 때문에 열매를 맺지 못해 작황 상황이 좋지 않았다”며 “못난이 배의 경우 15㎏ 기준 작년에는 3만5000원에 팔았는데 올해는 4만5000원에 팔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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