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기저귀 폭행 견딜 교사 세상에 없다" 보육교직원 3000여명 복지부 앞 집결
【베이비뉴스 전아름 기자】
사단법인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17개 시도연합회가 20일 오후 1시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앞에서 '보육교직원 교권 인권 수호를 위한 결의대회'를 열고 보육교직원의 교권 보호 강화를 위한 법적 조치 마련 등을 촉구했다.
전국에서 모인 3000여명의 보육교직원들은 상하의 검정색으로 통일된 옷을 입고 '교사인권 존중' '교권보호 마련' '악성민원 중단' 등을 연호했다.
주최 측은 "최근 보도된 어린이집 학부모의 이른바 '똥귀저기' 사건은 아이를 위해 헌신해온 보육인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혔지만 '갑질'하는 부모는 더이상 용납할 수 없다는 사회적 분위기를 이끌어냈다"고 설명했다.
지난 10일 세종시의 한 병원 화장실에서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학부모로부터 똥이 묻은 기저귀로 얼굴을 맞은 사건이 일어났다. 해당 학부모는 인분이 묻은 기저귀를 교사의 얼굴에 비비고 벽에 밀치는 등의 행위를 저질렀다. 교사는 학부모를 폭행 및 상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피해교사의 남편은 국민청원 사이트에 '어린이집 교사의 보호에 관한 청원'을 올리고 해당 청원은 16일 자정 43분 기준으로 5만 명의 동의를 받아 소관위원회인 보건복지부로 회부됐다.
한어총은 "교사에게 '똥싸대기'가 웬말이냐. 이런 상황에서 누가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겠나. 이런 일을 감당할 교사는 세상에 없다. 교사 없이 성장하는 아이는 없다"라며 "보육현장에서 교사의 행복은 곧 아이들의 행복이다. 사랑과 정성으로 아이들을 가슴에 품는 교사가 행복해야 아이들이 행복하다. 마음껏 사랑하고 행복을 펼치며 보육할 수 있도록 교사의 인권을 지켜주고 존중해 달라"고 호소했다.
한어총은 ▲교사인권 존중 ▲악성민원 중단 ▲'똥싸대기' 학부모 반성 ▲복지부의 교권보호 마련 ▲교사행복 아이행복 등을 연호하며 집회를 이어갔다.
육태유 세종시어린이집연합회 회장은 이날 결의대회에서 ▲정부는 교사의 교권 보호 방안을 담아 발의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의 취지를 검토해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는 점 ▲교사에 대한 무고성 아동학대와 악성 민원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시급히 마련하고, 특히 보육지침에 관련 규정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는 점 ▲교권침해로 인한 현장의 현실을 방관하지 말고 전수조사하고, 있는 그대로의 결과를 받아들이고 더이상 되풀이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점 ▲교육현장의 최일선 현장 전문가인 보육교직원의 의견을 반영한 보육정책을 수립해야한다는 점 등 보육교직원 교권 정상화를 위한 총 4가지 건의사항을 전국 보육교직원들을 대표해 발표했다.
한편 한어총은 지난 8월 보육교직원 교권 침해 사례를 조사하고 교권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을 복지부와 교육부, 국회에 건의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11일 이주호 교육부장관 간담회, 21일 교육부-어린이집 교권보호 긴급회의가 이뤄졌으며, 이달 14일에는 강기윤 의원의 대표로 나선 '어린이집 교권보호를 위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김경숙 한어총 회장은 "보육교직원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갑질하는 부모를 처벌하거나, 중대한 책임을 지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음은 이날 결의대회서 발표된 건의서 전문이다.
9월 20일(수) 오늘 전국 3천여명의 어린이집의 보육교직원들은 각자 맡은 일을 뒤로할 수밖에 없는 끓어오르는 심정으로, 스스로 살고자 복지부 청사 앞에 모였습니다.
이번 학부모의 똥기저귀 사건으로 교사의 얼굴은 물론 옷에도 대변으로 범벅이 됐습니다. 결코 믿어지지 않지만, 바로 여기 세종시의 어린이집 교사에게 실제로 벌어진 일입니다.
이렇듯, 대한민국 아이들의 첫 번째 선생님이자 두 번째 부모라는 사명감을 갖고 살아가는 우리의 교권은 무너졌고, 생명을 위협받는 직업으로 전락해 버렸습니다. 우리의 참담한 현실이 여실히 언론에도 드러나고 있지만, 변한건 없습니다. 오히려 더 낮은 자세로 있으라는 목소리들만 들릴 뿐입니다.
그나마 우리 스스로 버틸 수 있도록 버릇처럼 되뇌며 만든 사명감 마저 권리 없는 희생과 책임만을 강요당하는 우리는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정부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할 것이며, 현 실태를 있는 그대로 파악하고 교권 회복과 함께 예방이 대한민국 아이들이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는 기본임을 인지하여,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보육교직원 교권 정상화를 위해 다음과 같이 건의합니다.
첫째, 정부는 교사의 교권 보호 방안을 담아 발의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의 취지를 검토하여,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협조하십시오.
둘째, 교사에 대한 무고성 아동학대와 악성 민원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시급히 마련하십시오. 특히 보육지침에 관련 규정을 충분히 반영하여 주십시오. 지금 이 순간에도 보육교직원들은 무고성 아동학대 민원에 구체적인 매뉴얼이나 법적 보호장치 없이 방치된 채 아이들만을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셋째, 교권침해로 인한 현장의 현실을 방관하지 말고 전수조사를 하십시오. 있는 그대로의 결과를 받아드리고 더이상 되풀이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십시오.
넷째, 교육현장의 최일선 현장 전문가인 보육교직원의 의견을 반영한 보육정책을 수립하십시오. 점점 나아지겠지라는 희망의 한편으로 현장과 동떨어진 정부 보육정책을 접할 때, 우리는 숨 막히는 갑갑함과 절망을 느낍니다.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십시오.
일부 몰지각한 학부모의 교권침해는 아이와 학부모. 교사 간 관계를 불신하게 만들어 교육 체제를 무너지게 합니다.
서이초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이 얼마 지나지 않아 교사들의 자살 소식이 계속 들리고 있는 요즘, 이들의 죽음은 배후가 엄연히 존재하는 사회적 타살입니다. 잘못을 한 교사는 처벌할 수 있는데, 갑질하는 학부모를 마땅히 처벌 할 수도 피할 수도 없는 교사들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학부모 악성 민원과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라는 총알이 다음엔 누구를 겨눌지 두렵습니다. 그 총알에 누구든 맞을 수 있고, 맞으면 죽게 될 것입니다.
어린이집 일선 현장의 교사들이 아이들이 건강하고 올바르게 성장하는데만 전념할 수 있도록 정부가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교권 보호대책 마련에 나서줄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2023. 9. 20.
세종시어린이집연합회 회장 육태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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