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모범은커녕···‘꼼수 간접고용’ 늘리는 문체부 방송 3사

조해람 기자 2023. 9. 20.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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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방송 3사가 정규직은 점점 줄이는 대신 프리랜서·비정규직 비중을 높여 온 것으로 드러났다.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는 ‘무늬만 프리랜서’ 계약으로 인해 관련 노동자 10명 중 8명이 연장·야간수당을 받지 못하고 있다. 방송 비정규직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흐름에 정부 기관이 모범을 보이긴커녕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하는시민연구소·유니온센터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방송스태프지부, 류호정 정의당 의원실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문체부 산하 방송3사 프리랜서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발표 및 개선방안 마련 토론회’를 열어 이 같은 실태조사를 공개했다. 문체부 산하 방송 3사는 KTV, 아리랑TV, 국악방송이다. 일하는시민연구소와 류 의원실은 6월21일부터 7월21일까지 3사의 프리랜서 110명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3사의 정규직 비중은 2022년 51.9%에서 2023년 4월 기준 49.1%로 줄었다. 같은 기간 프리랜서도 45.1%에서 38.6%로 줄었지만 도급·자회사 비정규직 비율이 2.2%에서 12.2%로 크게 늘었다. 프리랜서·비정규직 비중이 50.8%로 절반을 넘겼다.

3사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무늬만 프리랜서’를 지나치게 많이 고용한다고 지적받았다. 당시 경향신문 보도를 보면 지난해 3사는 10명 중 4명 이상을 프리랜서로 고용하고 있었다. 국감 지적이 나왔음에도 1년 새 개선은커녕 고용 불안정은 더 악화했다.


☞ [단독]방송 비정규직 눈물 외면하는 정부 방송사들···‘무늬만 프리랜서’ 착취 만연[국감 2022]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210171106011

프리랜서의 경우 청년 여성 노동자가 특히 많이 고용됐다. 3사의 프리랜서 평균 연령은 32.3세였다. 남성이 33.0%, 여성이 67.0%였다.

프리랜서들은 정식 근로계약을 맺은 노동자보다 훨씬 열악한 대우를 받았다. 3사 프리랜서의 79.1%가 ‘연장·야간수당이 없다’고 답했다. 아리랑TV 프리랜서 중 96.6%는 ‘연장·야간수당이 없다’고 답했다. 3사 프리랜서 92.7%는 ‘성과급·인센티브가 없다’고 했다. 프리랜서들은 주 평균 34시간 작업하며 최저임금보다 조금 높은 월 221만6000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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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프리랜서로 계약을 하지만, 실제로는 사업장에 종속돼 지휘·감독을 받는 ‘노동자’로 일했다. 81.8%는 ‘채용 면접 때 방송사 직원이 참여한다’고 답했다. ‘방송사 직원이 노동조건을 결정한다’는 응답은 95.5%에 달했다. ‘제작 관련자의 업무지시를 받는다’는 응답은 93.6%로 나타났다. ‘방송사 직원이 출·퇴근 시간을 정한다’는 응답도 56.4%였다. 법원은 프리랜서의 노동자성을 판단할 때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정하고 노동자가 이에 구속 당하는지를 본다.

응답자 70.9%는 ‘방송사 장비를 사용한다’고 답했고, 69.1%는 ‘방송사의 사내전산망을 사용한다’고 했다.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소유 여부도 법원이 프리랜서의 노동자성을 판단하는 기준 중 하나다.

앞서 대법원은 2011년 KBS 프리랜서 영상취재요원(VJ)이 노동자라고 판단했고, 2014년에도 MBC 방송제작 프리랜서 PD가 노동자라고 판단했다. 고용노동부도 2021년 12월 근로감독을 벌여 지상파 3사와 프리랜서 계약을 맺은 보도·시사·교양 프로그램 방송작가 363명 중 152명(41.9%)이 노동자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정작 정부 산하 방송사에서 편법적인 ‘무늬만 프리랜서’ 계약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은 “문체부 방송 3사는 청년·여성 비정규직과 프리랜서가 절대다수 활용되는 곳”이라며 “각 방송사와 문체부가 합동으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했다. 김 소장은 “최저임금 수준의 저소득 해결,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프리랜서를 법상 노동자로 검토하는 근본적인 제도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유경 노무사는 “문체부의 프리랜서 표준계약서가 ‘무늬만 프리랜서’를 양산하고, 이마저도 권고에 그치는 탓에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조항을 수정하거나 아예 서면체결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적어도 노동자성이 뚜렷한 직종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하도록 의무화하는 지침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류 의원은 “방송 노동자들의 노동인권 보장을 위한 실질적인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문체부를 중심으로 방송통신위원회와 노동부는 부처 간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올해 국정감사에서 문체부 산하 방송 3사의 프리랜서 노동자 고용 및 노동실태를 점검하고,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근로계약서 작성을 포함한 개선방안 마련을 요구하겠다”고 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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