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 보호” 아동복지법 ‘정서적 학대’ 조항 개정 논의에 아동·사회복지 전문가들 우려하는 이유는
최근 ‘교권 보호’ 방안으로 ‘교원의 학생생활지도’는 정서적 학대행위에서 제외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교사들이 강력하게 원하고 있어 아동복지법 내 ‘정서적 학대’를 규정하는 조항이 개정될 것으로 보인다.
아동·사회복지 전문가들은 개정안에 지속해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한 법 조항의 본래 취지를 훼손할 수 있고, 학교 밖 아동학대 판단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전문가들은 아동학대 신고 오남용으로부터 교사들을 보호할 다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18일 전체회의를 열고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과 고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아동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 2건을 안건 상정했다. 교권 보호 대책 마련 중에 나온 법 개정안으로 국회법 59조에 규정된 숙려기간(15일)이 지나지 않았지만, 복지위 위원 간 합의로 이날 안건 상정이 의결됐다. 복지위 산하 제1법안심사소위는 20일 해당 법안들을 심의했다.
두 개정안의 핵심은 아동에 대한 ‘정서적 학대’를 금지한 제17조 제5항에 “교원의 정당한 학생 생활지도로 인한 행위는 제외한다”는 단서를 신설하는 것이다. 고영인 의원이 대표발의 법안 중 ‘아동학대’를 정의한 조항에도 같은 단서를 넣었다.
학교 현장에서는 교사의 교육활동·생활지도를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아동학대가 아니라고 해도 법원이 최종 판단할 때까지는 교사들이 고충을 겪는다.
한국아동복지학회와 아동권리학회는 지난 15일 성명을 내고 “학교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사건이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노력이 아동학대 피해자에 대한 보호를 소홀히 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동복지학회 등의 성명에는 20일까지 비판과대안을위한사회복지학회, 한국가족사회복지학회, 한국사회복지교육협의회 등 아동·사회복지 학회 및 협회 등 총 15곳이 연대 단체로 이름을 올렸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2022년 아동학대 연차보고서’를 보면 아동학대 행위 가해자의 82%는 부모다. 교사를 포함한 대리양육자의 학대는 10.9%다. 학대유형 중 ‘정서적 학대’가 38.0%로 비중이 가가장 크다. 아동복지 전문가들은 이런 아동학대 발생 특성상 해당 조항이 변경되거나 ‘정당한’ 등의 단서가 붙는 것은 학교 안팎에서 아동학대 발굴·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복지위가 현재 들여다보고 있는 2건의 아동복지법 개정안은 ‘정서적 학대’ 조항 자체를 없애거나 표현을 바꾸지는 않는다. ‘유아교육법’ 및 ‘초·중등 교육법’에 따른 ‘교원의 학생생활지도 행위’에 한해 면책사유를 단서로 신설한다.
박명숙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지금 선생님들의 안타까운 죽음에 충분히 애도하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면서 “(악성 민원 등의 문제를) 교사 개인이 아니라 교육청이나 학교, 전문가 기구가 해결하는 방법을 강구하되 아동복지법을 개정해 해결할 문제는 아니”라고 했다. 이어 “교사의 ‘정서적 학대’라는 부분이 모호해지고 아동학대 신고 의무가 있는 교사들 입장에서도 아동이 가정에서 겪는 ‘정서적 학대’에 관해 소홀해질 수 있다”고 했다. 학교 밖에서 ‘정서적 아동학대’가 발생했을 때 누군가는 ‘교사의 학생 생활지도’와 동일선에 있다고 주장할 여지가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어떤 규범이나 정책, 공동체의 합의를 통해 풀어나가야 할 문제를 최소한의 규범인 법을 통해 해결하려고 하면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라는 것이 모호해지는데 교사가 이걸 증명해야 하는 일이 수반된다. 과연 이게 해법으로서 실효성이 있는지도 봐야 한다”고 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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