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태화루 옆 누각 설치 놓고 논란···“경제 활성화” Vs “역사성 훼손”
울산 중구 태화강변에 있는 ‘태화루’는 진주 촉석루, 밀양 영남루와 함께 ‘영남3루’로 불린다. 7세기 중반 건립된 사찰 ‘태화사’의 부속시설로 임진왜란을 전후해 소실됐다가 420여년 만인 2014년 복원되면서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이런 태화루 옆에 울산시가 관광객 유치를 위한 스카이워크를 만들기로 해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8일 찾은 태화루에선 태화강국가정원이 훤히 내려다 보였다. 백로와 까마귀 도래지로 누각에서 제법 멀리 떨어진 태화강 십리대숲까지도 시야에 들어왔다.
산책을 나온 박정숙씨(50)는 “스카이워크가 들어서면 아무래도 관광객들이 늘어나고 주변 상가와 전통시장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시민 최만식씨(67)는 “누각은 고즈넉하고 조용한 멋이 있는데 스카이워크를 만들면 시끌벅적해지고 태화루의 고풍스러움이 사라질 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다.
태화루에서 방문객을 안내하던 한 40대 자원봉사자는 “단순히 즐길꺼리를 찾는 관광객에게는 스카이워크가 관광상품이 될 수 있겠지만 태화루의 역사문화를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인공구조물 설치를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카이워크를 둘러싼 찬반 논란은 최근 관련 직능단체들까지도 합세해 갈등이 커지고 있다.
태화루 인근 중구 태화·우정시장 상인회와 16개 울산시민단체보수연합은 조속한 스카이워크 설치 추진을 원하고 있다. 이들은 “태화강국가정원 방문객은 하루 평균 1000여명인데 비해 태화루 방문객이 50여명에 불과한 것은 태화루 주변에 즐길꺼리가 없기 때문”이라며 “스카이워크를 만들면 태화루에서 중구 원도심까지 사람이 몰려들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울산시민연대는 “스카이워크는 태화강국가정원 구역과 태화루 사이에 끼어 있어 주변 경관과 조화를 깨트린다”면서 “태화루와 국가정원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사업 철회를 촉구했다.
김지훈 울산시민연대 사무처장은 “태화루는 울산시민과 기업, 행정당국이 뜻을 모아 복원한 것으로 울산의 역사문화를 상징하는 랜드마크가 됐다”면서 “관광투자가 목적이라면 다른 곳에도 있는 스카이워크가 아닌 지역특색을 살린 창의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스카이워크는 태화루 오른쪽 ‘용금소’ 일대 하천암벽에 길이 35m, 폭 30m 규모로 설치될 예정이다. 울산시는 스카이워크 바닥을 투명하게 만들어 방문객들이 마치 강 위를 걷는 기분으로 태화강을 조망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스카이워크는 울산 중구 일부 주민들이 1년여 전에 울산시의회 의원에게 건의했고, 울산시가 이를 수용하면서 추진됐다.
울산시의회는 울산시가 제출한 스카이워크 설치비 61억원에 대한 제3차 추경예산안을 지난 15일 원안대로 가결했다. 울산시는 현재 진행 중인 스카이워크 설계를 오는 11월까지 마무리하고 빠르면 내년 1월 착공할 계획이다. 준공은 내년 말이 목표다.
울산시 관계자는 “하천변에 설치되는 인공물인 만큼 낙동강유역환경청과 공원조성계획 변경 등을 협의해야 한다”면서 “스카이워크 폭을 일부 줄이고, 자연경관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관광객을 태화루 쪽으로 유치할 수 있는 방향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백승목 기자 smbae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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