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은 ‘열 올린다’ 오해 아직도?

하지혜 2023. 9. 20.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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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인삼콘퍼런스’서 발전방안 논의
젊은층 겨냥 제품 다양화·기능성 강조 필요
박범인 충남 금산군수가 19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인삼콘퍼런스’에서 기조 발제를 하고 있다.

인삼 수확철인 가을이면 으레 조명받는 난제가 있다. 인삼산업의 위기다. 인삼 종주국이란 말이 무색하게 국내 인삼업계는 소비부진과 만성적인 재고 누적으로 시름하고 있다. 위기를 벗어나려면 국내외 시장에서의 약진이 절실한 상황이다. 승열작용 등 인삼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는 동시에 젊은층 입맛에 맞춘 제품을 개발하고, 해외에서의 위상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충남 금산군, 매일경제신문이 19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개최한 ‘2023 대한민국 인삼콘퍼런스’에서도 이같은 의견들이 쏟아졌다. 

‘고려인삼 세계화 전략’이란 주제로 기조 발제에 나선 박범인 금산군수는 먼저 국내 인삼업계가 처한 현실을 하나하나 짚었다.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관심은 늘었지만 인삼의 건기식 시장 점유율은 2010년 55%에서 2021년 26%로 줄었다. 그만큼 인삼 소비가 부진하다는 얘기다. 케이지시(KGC)인삼공사·농협 등이 보유한 인삼제품 재고는 2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인삼값은 하락했다. 2020년 1만5000원(750g) 했던 원료용 수삼(파삼) 가격은 올해 5000원까지 감소했다. 인삼농가의 경작 의욕도 함께 떨어졌다. 종자 수요가 줄면서 종자 한말당 가격은 2018년 31만원에서 올해 16만원으로 내려앉았다.

인삼산업 위기의 주요 원인에 대해선 젊은층 공략 실패를 지목하는 시각이 많다. 기존 소비층은 고령에 접어들었고 건기식은 나날이 다양해지고 있다. 젊은층을 타깃으로 한 제품 개발·홍보·판매전략 등이 절실하지만 아직 괄목할 만한 성과가 없는 상태다. 박 군수는 “만병통치약으로 불리는 인삼과 다르게 다른 건기식은 다이어트·당뇨·남성건강·피부미용 등 단일 기능을 앞세워 젊은층을 대상으로 한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며 “인삼도 고유 성분과 다른 약초의 성분을 결합해 특정 기능을 강조할 수 있는 여러 제품이나 쓴맛을 줄인 제품 등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삼 소비를 가로막는 사안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가장 큰 걸림돌은 ‘고려인삼을 먹으면 몸의 열이 올라간다’는 승열작용에 대한 오해다. 국내 연구진뿐 아니라 농촌진흥청이 중국과 국제공동연구를 거쳐 2012년 고려인삼의 승열작용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아직도 오해가 해소되지 않아 국내외 시장에서 고려인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남아 있다. 

인삼제품의 인삼 성분 함유량 기준이 너무 낮은 점도 문제다. 홍삼 농축액의 경우 홍삼 원액이 1%만 들어가도 판매가 가능한데, 이처럼 미미한 함유량이 소비자 신뢰를 저하시킨다는 것이다. 박 군수는 “홍삼 원액 함유량이 적은 농축액을 먹은 소비자는 효과가 없다고 느끼고 다시 홍삼 농축액을 구매하지 않게 된다”며 “이런 악순환을 막으려면 인삼 성분의 최소 함유량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해외시장 역시 인삼산업의 위기 타개를 위해선 포기할 수 없는 영역이다. 고려인삼의 명성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인삼 수출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3.2%에 불과하다. 인삼 수출국 순위는 캐나다(45.5%), 중국(28.4%), 홍콩(8.9%), 미국(7.4%)에 이어 5위에 그친다. 국내 인삼산업이 위축된 것과 달리 세계 인삼시장과 건기식시장은 꾸준히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적극적인 해외시장 공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기현민 KGC인삼공사 글로벌기획실장은 “세계 2위 건기식시장을 갖고 있는 중국은 코로나19 이후 건기식 구매빈도가 증가한 데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중국삼(장백삼)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MZ세대 친화적인 복용방식, 매스티지(준명품) 제품화, 온라인 판매 확대 등의 공략을 통한 성장기회가 있다”고 밝혔다.

우수 품종의 개발·보급이 농가소득 안정뿐 아니라 수출 확대를 도모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양태진 서울대학교 식물생산과학부 교수는 “국내에서 개발한 인삼 품종이 34개에 달하지만 보급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고 농가가 기존에 재배해왔던 재래종을 선호하다 보니 보급률이 10% 안팎에 불과하다”며 “금산에서 개발한 ‘금선’ 등 품종은 품질이 우수하고 균일한 데다 생산성, 병해 저항이 높아 품종 명품화, 제품 개발을 집중 추진하면 세계시장을 공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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