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희경루 100년 만에 복원 경사… 강기정 광주시장 한글 현판은 옥에 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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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572년 전인 1451년(문종 원년). 당시 무진군수 안철석은 무진군(광주광역시 옛 지명)처럼 전라도의 큰 고을에 누각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방회도는 1546년(명종) 과거시험에 합격한 뒤 광주목사를 지낸 최응룡, 전라도관찰사를 지낸 강섬 등 동기생 5명이 희경루에서 20여 년 만에 만난 것을 기념해 그린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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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희경루 방회도' 고증 거쳐
'동방제일누각' 정면 5칸 '웅장'
姜 시장이 직접 쓴 현판 두고
"시민 정서 안 맞아" 논란도
지금으로부터 572년 전인 1451년(문종 원년). 당시 무진군수 안철석은 무진군(광주광역시 옛 지명)처럼 전라도의 큰 고을에 누각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예전에 허물어져 없어진 공북루 터에 누각을 건립하라는 지역 원로들의 자문을 받고 공북루보다 더 큰 누각을 몇 달 만에 세웠다. 이 누각은 남북(정면)으로 다섯 칸, 동서(측면)로 네 칸에 달할 정도로 그 규모가 웅장했다. 조선 초기 문신인 신숙주(1417~1475)는 이를 두고 "동방(東方)에서 제일가는 누각"이라고 했다.
이 누각이 준공될 즈음 때마침 고을엔 또 하나의 경사가 터졌다. 1430년(세종 12년) 하급 관리가 목사를 폭행한 사건으로 광주목이 무진군으로 강등됐다가 21년 만에 다시 광주목으로 승격한 것이다. 이에 주민들은 "함께 기뻐하고 서로 축하한다"라는 뜻으로 누각의 이름을 희경루(喜慶樓)로 짓고, 이를 누각에 새겨달라고 안 군수에게 요청했다. 안 군수도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매우 기쁜 경사'라는 뜻이 담긴 희경루였지만 부침이 없었던 건 아니다. 1533년 불에 타 소실됐다가 이듬해 중건(重建·1차)됐던 희경루는 1566년엔 대수선을 받았고, 이후 1906~16년 사이 일제에 의해 헐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역사 속에 사라졌던 희경루가 20일 다시 중건됐다. 광주시가 전라도 정도(定道) 천년을 기념해 2018년 광주공원에 정면 다섯 칸, 측면 네 칸, 팔작지붕, 중층 누각 형태의 중건 공사에 착수한 지 5년여 만에 희경루를 복원했다. 부지 면적은 5,375㎡. 사업비만 60억 원이 투입됐다. 희경루 외관은 동국대 소장 보물 제1879호 '희경루 방회도(榜會圖)'를 바탕으로 철저한 고증을 통해 건축됐다. 방회도는 1546년(명종) 과거시험에 합격한 뒤 광주목사를 지낸 최응룡, 전라도관찰사를 지낸 강섬 등 동기생 5명이 희경루에서 20여 년 만에 만난 것을 기념해 그린 그림이다. 두 번째로 중건된 희경루엔 심언광의 희경루기(記), 김태원(1870~1908) 의병장이 동생 김율(1882~1908) 의병장에게 보낸 편지, 5·18민주화운동 당시 전남도청을 지키다가 계엄군의 총에 맞아 숨진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 열사의 마지막 연설문 등이 편액으로 걸려 있다.
광주 대표 누각 희경루가 100여 년 만에 복원되는 경사를 맞았지만 강기정 광주시장이 직접 쓴 희경루 후면의 한글 현판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영구히 보존할 역사 유산에 현직 시장의 글씨체와 낙관을 새긴 현판을 내건다는 게 시민 정서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광주시는 "중건 취지에 적절하다"는 희경루중건자문위원회 자문에 따른 것이라고 했지만, 일각에선 "뭔가 개운하지 않다"는 뒷말은 여전하다. 그도 그럴 게 정면 한자 현판은 조선왕조실록 문종 공순 대왕실록에서 집자한 것이다. 강 시장은 "'함께 기뻐하고 서로 축하한다'는 희경의 뜻은 민선 8기 시정 목표"라며 "시민이 기뻐하고 축하할 일이 많아지는 광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과연 그렇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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