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앞둔 환자 수천명과 만난 이 남자…“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줄게요”

최현재 기자(aporia12@mk.co.kr) 2023. 9. 20.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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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한국계 목사 준 박 사연 조명
종합병원 목사로 일하며 환자·가족 위로
어린시절 학대 경험에 봉사하는 삶 택해
“환자들, 자신의 삶 후회하고 가족 걱정”

미국의 한 종합병원에서 일하며 임종을 앞둔 수 천명의 환자와 가족들을 상담해온 한국계 목사 준 박(41)의 사연이 CNN 방송의 조명을 받았다.

19일 CNN에 따르면 그는 미 플로리다주 탬파 종합병원에서 목사로서 8년간 일하며 임종 전 환자들의 마지막 목소리와 환자 가족들을 만났다. 갓 태어난 세 쌍둥이를 잃게된 어머니, 죽음을 앞둔 배우자를 지켜 봐야하는 사람, 예정된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10대 소녀 등 공포와 슬픔에 잠식당한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 그의 노력은 종교적인 대화보다 환자와 가족들의 감정을 이해하고 위로하는 데 집중된다. 박 목사는 “종교적 상담도 가능하지만, 내담자의 정신 건강과 슬픔에 대해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는 어떤 이야기든 하고 싶어하는 이들을 위해 존재한다”고 말했다.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 종합병원의 원목을 맡고 있는 준 박(사진 오른쪽) 목사가 동료 목사와 함께 병원에서 기타를 치며 찬송가를 부르고 있다. [사진 출처=CNN 홈페이지]
박 목사가 지켜본 환자들은 공통적으로 자신보다 남을 위해 살아온 과거를 후회하고 자신의 죽음 뒤에 남겨질 가족들을 걱정했다. 그는 상담을 통해 환자들의 불안을 치유하고 그들 스스로에게 솔직한 모습을 이끌어내도록 돕는다. 박 목사는 “환자들은 삶에서 완전히 자기 자신이 될 수 없었다고 말하고, 자신의 죽음이 가족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불안해한다”며 “내 바람은 환자의 이야기를 온전히 보고 듣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병원 원내 목사로 일하게 된 이유는 어린 시절 겪었던 학대 경험에 있다. 한인 이민자 2세인 박 목사는 플로리다주 라르고에서 권위적인 부모 밑에서 자라며 언어적·신체적 학대를 당했다. 성인이 된 이후 약물·상담 치료와 성찰을 통해 트라우마를 이겨내려 노력했으며, 영성에서 위안을 찾았다. 노스캐롤라이나의 한 신학교를 졸업한 그는 트라우마를 겪는 이들을 위해 일하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힘든 이에게 ‘롤 모델’이 되어주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박 목사는 “항상 나처럼 트라우마를 경험한 이들을 자문해주고 목소리를 들어줄 수 있는 분야에 종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 개인 정보가 드러나지 않는 한에서 자신의 상담 경험을 소셜미디어(SNS) 플랫폼인 인스타그램과 X(구 트위터)에 공유한다. 임종과 사망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꺼리는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싶다는 취지다. 그는 “너무나 많은 (환자들의) 목소리가 묻히는 것을 보았다”며 “환자들과 함께하는 모든 시간 동안 우리는 각자 이야기를 하고 목소리를 내야한다는 것을 배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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