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건설 재해 세계 1등` 불명예, 불법하도급 성행 때문"…발주자와 하청도 처벌 추진

이미연 2023. 9. 20.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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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100일 집중단속 결과 발표…무자격자 하도급도 66%
'불법하도급 의심' 건설현장, 10곳 중 3곳서 불법 적발
불법하도급 발주자·하청도 처벌 강화…최대 5배 징벌적 손해배상

"몇십년 만에 처음으로 이뤄진 단속이었다. 불법하도급 단속 결과 35.2%에 해당하는 179개 현장에서 불법하도급이 적발됐다. 이는 불법하도급이 현장에 광범위하게 만연하고 있고 ,큰 기업·작은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불법하도급이 만연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정부가 불법하도급이 의심되는 건설현장 508곳을 불시에 방문해 조사한 결과 179개 현장에서 불법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불법하도급 발생시 원청뿐 아니라 발주자와 하청에도 책임을 물어 처벌하고, 발주자가 원청의 불법 하도급을 적발할 경우에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국토교통부는 20일 부실 공사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건설현장 불법하도급' 100일 집중단속 결과와 근절 방안을 공개했다.

지난 5월 23일부터 8월 30일까지 노무비 지급률, 전자카드 발급률이 낮은 공사 현장 등 508곳을 불시에 방문해 조사한 결과 179개 현장에서 249개 업체의 불법 333건이 적발됐다. 의심 현장 3곳 중 1곳 이상(35.2%)에서 불법 하도급이 일어난 것이다.

적발된 업체는 원청 156개사와 하청 93개사다. 무자격자·무등록자 하도급이 221건(66.4%)으로 가장 많았고, 재하도급은 111건(33.3%)에 달했다.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르면 하청업체는 하도급받은 공사를 재하도급할 수 없으며, 발주자나 수급인(시공사)의 서면 승낙을 받는 등 특정 요건을 갖출 경우 에만 가능하다.

특히 불법하도급은 공공발주(28.2%)보다 민간발주(43.4%) 현장에서 많았다. 토목공사(22.8%)보다는 건축공사(42.0%)에서의 적발률이 높았으며, 토목 공사에선 하천공사(37.9%), 건축 공사에선 근린생활시설(63.6%)에서 빈번했다.

원 장관은 "하도급의 문제점은 결국 건물의 하자와 근로자 안전이 떨어지는 결과로 나온다"며 "우리 국민들의 불신 그리고 '건설 재해 세계 1등'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것들이 일어나는 현상 원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자격이 없거나, 계약 내용대로 이행하지 않는 불법하도급이 성행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적발된 업체들의 명단이 공개되지 않은 부분에 대한 질문에 원 장관은 "아직 처분 절차가 끝나지 않았고 해명 절차도 남아있기 때문에 공개하지 못했다"며 "처분 후에 공개할 수 있을지 여부는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번 집중단속에선 불법하도급 외에도 임금을 부적정하게 지급한 116개 건설 현장이 적발됐다. 시공팀장이나 인력소개소가 팀원 월급을 일괄 수령한 경우다.

국토부는 발주자·원도급사·감리에게까지 하도급 관리 의무를 부여하고 불법하도급 처벌 수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현재는 발주자, 하청업체에 대한 불법하도급 처벌 조항이 없다.

지난 7월 국민의힘 엄태영 의원 대표발의로 국회에 발의된 정부의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은 과징금을 불법하도급 대금의 30% 이하에서 40% 이하로 높이고, 불법하도급으로 인한 부실시공으로 사망사고 발생 시 최대 5배 범위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도록 했다.

원청이 불법하도급을 지시·공모했다면 피해액의 5배, 관리 의무 불이행의 경우에는 3배 이내의 손해배상금을 부과한다.

불법하도급을 준 자에 대한 처벌은 징역 3년 이하에서 5년 이하로 높이고, 이를 지시·공모했다면 원청은 물론 발주자도 5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 불법하도급으로 일감을 받은 하청은 1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또 불법 하도급을 확인한 발주자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는 공사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 경우에만 계약 해지를 할 수 있다.

불법하도급으로 공사대금이 새지 않도록 근로자에게 임금이 직접 지급되는 체계는 강화한다.

불법하도급 상시단속 때 건설현장의 시공팀장이 근로자 임금을 일괄 수령한 사실이 확인되면 고용노동부에 임금체불 조사를 요청하고, 형사 고발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내년 초까지 시공팀장의 불법하도급을 차단하기 위한 '표준근로계약서'를 마련해 숙박비·식비는 실비 정산하고 성과급은 사전에 약정한 대로 수령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건설현장 개별 근로자의 임금을 보호하기 위한 차원이다.

한편 국토부는 건설산업 정상화 TF 논의 및 집중단속 결과자료 등을 토대로 '건설산업 카르텔 혁파방안'도 10월 중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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