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수도 그렇게 안 살아”…‘음식쓰레기’ 먹는 ‘식용犬’들의 삶

서다은 2023. 9. 20.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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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을 아예, 좌우로도 움직일 수 없게 해놨어요. 무게가 많이 나가는 개들 있잖아요. 꺼낼 때 힘이 세니까, 수고를 덜기 위해 그렇게 해놓은 거예요. 앉았다 일어섰다만 할 수 있는. 사형수도 그렇게 안 살잖아요."

"조그만 케이지에 개를 서너 마리씩 꾸겨서 넣는 거예요. 트럭에 싣더라고요. 도살장 거쳐서 보신탕집으로 가는 거지요. 그때 개들과 눈이 마주쳤어요. 삶을 포기한듯 살려달라는듯, 애달팠지요. 아무 것도 못했어요. 너무 맘이 아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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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개농장 ‘뜬장’에서 옴쭉달싹하지 못하다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개들의 삶에 대해 동물보호활동가 박성수 씨는 “사형수들도 그렇게 살지 않는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캡처(동물보호활동가 박성수 씨 제공)
 
“몸을 아예, 좌우로도 움직일 수 없게 해놨어요. 무게가 많이 나가는 개들 있잖아요. 꺼낼 때 힘이 세니까, 수고를 덜기 위해 그렇게 해놓은 거예요. 앉았다 일어섰다만 할 수 있는. 사형수도 그렇게 안 살잖아요.”

개농장 개들의 삶에 대한 책 ‘들리지 않는 짖음’을 쓴 박성수 씨의 말이다. 그는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개들을 보고 몇 일 동안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에게 털어놨다.

“조그만 케이지에 개를 서너 마리씩 꾸겨서 넣는 거예요. 트럭에 싣더라고요. 도살장 거쳐서 보신탕집으로 가는 거지요. 그때 개들과 눈이 마주쳤어요. 삶을 포기한듯 살려달라는듯, 애달팠지요. 아무 것도 못했어요. 너무 맘이 아팠습니다.”

죽을 때가 되어서야 나올 수 있는 곳, 불법 개농장. 머니투데이 캡처(동물보호활동가 박성수 씨 제공)
 
개 농장에 가까이 가면 나는 지독한 냄새는 분변 뿐 아니라 ‘짬밥’(음식 쓰레기) 때문이기도 하다. 식용 개들에게는 군 부대 등에서 받아오는 짬밥을 먹인다. 짬밥을 묽게 만들어 밥그릇에 짜준다. 짬밥 그릇에는 모기 유충, 구더기가 득실거린다. 당연히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개들이 많다.

그래서 개들이 먹는 ‘짬밥에는 항생제가 들어간다. 박씨는 “워낙 병균이 많은 데라 일찍 폐사할까봐, 죽이기 전까진 살려야하니 약을 타서 먹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다보니, 구조한 뒤 병원에 와서 죽는 경우도 많단다. 약 기운으로 겨우 버틴 삶이었 것.

옴쭉달싹할 수 없는 뜬장 안에서 썩은 음식물 쓰레기를 먹으며 고작 8∼9개월을 살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삶. 목소리가 없는 그들을 대신해 ‘이게 사는 거냐’고 소리친 이가 박씨였다. 이 열악한 것 좀 보라고, 그는 담당 공무원이며 경찰을 불러모았다고 한다.

개농장에서 갓 태어난 강아지들은 자신들이 처한 현실을 모른 채 어미개의 젖을 빨고 있다. 어미개는 자신을 보는 사람을 보고 있다.  머니투데이 캡처(동물보호활동가 박성수 씨 제공)
 
어떤 개농장은 많은 개들이 눈이 빨갛게 된 채 멀어 있었다. 개들을 죽일 때는 감전이 잘 되도록 물을 뿌린다고 한다. 감전봉으로 지져도 움직이면 망치로 머리를 때리거나 칼로 목을 찌른다.

반려견을 키우는, 평범한 음식점 사장이었던 박씨는 어느 순간 견딜 수 없게 됐다. 운영하던 강아지 유튜브 채널 알고리즘에 학대 당하는 강아지들의 이야기들이 떴던 것.

그는 지난 3년간 전국을 돌며 개농장, 개 경매장 철폐를 요구해왔다. 개 경매장 주인들로부터 고소도 5건이나 당했다. 명예훼손, 영업방해, 모욕, 허위사실 유포 등 혐의였다. 무혐의도 있었으나 벌금이 나온 것도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아이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 갇혀 신음하고 있다. 조금만 귀 기울이면 말 못하는 아이들의 짖음이 들릴 거다. 이를 대신해 들어주고 목소릴 내어주고 싶었다.”

서다은 온라인 뉴스 기자 dad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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