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 파업 1년 뒤…상여금 50% 회복
상용직 중심의 고용구조를 위한 TFT 구성
지난해 여름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라고 외치며 51일간 파업을 했던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이 올해 단체교섭에서 상여금 50% 회복, 상용직 숙련노동자 중심의 고용구조 확대를 위한 노사협의체(TFT) 구성 등을 끌어냈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20일 서울 중구 한화 본사 앞에서 2023년 단체교섭 타결 기자회견을 열고 “8월 초 파업권을 확보한 뒤 여름휴가 이후부터 집중교섭을 진행해 지난 13일 노사 잠정합의를 도출했다”고 밝혔다.
지회는 올해 단체교섭이 형식과 내용 두 가지 모두에서 일보 전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는 파업 40일이 지나도록 하청업체들은 개별교섭을 고수해 교섭이 파행됐다. 하지만 올해는 100여개 하청업체들로 구성된 사내협력사협의회의 제안으로 18개 하청업체들이 5명의 교섭위원을 꾸려 지회와 대표교섭을 진행했다. 지회는 “다만 대표교섭으로 만들어낸 단체협약을 한 장의 합의서로 체결하는 것을 하청업체들이 거부하고 굳이 18개 하청업체 각각 협약 체결을 고집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밝혔다.
내용 면에선 한화오션 하청 노사가 상여금 50% 지급에 합의했다. 2016년 이전 하청노동자 상여금이 연간 550%였는데 이 중 50%를 회복했다. 지회는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하기 위한 하청업체의 불법, 탈법, 편법에 따라 상여금 550%를 모두 빼앗긴 하청노동자에게, 비록 50%일지라도 다시 상여금이 회복된다는 것은 분명히 긍정적인 신호”라고 밝혔다.
아울러 하청 노사는 ‘(단기계약인) 일당제를 (무기계약인) 시급제로 전환 등 임금제도 개선, 상여금 향상 등 상용직 노동자 고용안정 및 처우개선’을 위한 노사협의체를 다음 달 15일까지 구성·운영하기로 했다. 노사협의체 구성은 지난해 단체교섭 합의사항이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지회는 “상여금 50% 회복 합의와 마찬가지로 상용직 숙련노동자 중심의 고용구조 확대·강화라는 방향을 명확히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조선업은 호황기에 접어들었지만 현장에선 상용직 숙련노동자 대신 사외업체, 아웃소싱·물량팀 등 다단계 하청 노동자가 늘어났다. 지회는 “하청 노사가 상용직 숙련노동자 중심의 안정적 고용 확대에 합의한 만큼 원청인 한화오션은 노사협의체 구성과 운영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화오션은 원청이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를 거부한 것이 부당노동행위라는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지회는 “한화오션은 부당노동행위 판정을 수용해 지회와 직접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지회는 또 “지난해 파업 뒤 대우조선해양이 노조 집행부 5명에게 47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한화오션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조용한 전략으로 이 소송을 지속하고 있다”며 소송 취하를 요구했다. 이 소송의 첫 재판은 21일 오후 3시 창원지법 통영지원에서 열린다. 변호사 30여명으로 구성된 법률대리인단은 재판 전 오후 2시 통영지원 앞에서 소송 취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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