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안 쓰러진 1t 트럭, 휴가 가던 소방관이 유리창 뜯어 구했다

문지연 기자 2023. 9. 20.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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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진 트럭에 갇힌 운전자 구조하는 이인표 횡성소방서 소방대원. /강원특별자치도 소방본부 제공 뉴스1

터널 한가운데 뒤집힌 1톤 트럭. 다친 몸으로 차 안에 갇혀버린 운전자를 침착하게 구해낸 한 영웅의 이야기가 화제다. 휴가 기간 가족여행을 떠나다 현장을 목격한 이인표(32) 소방사다.

강원특별자치도 소방본부에 따르면 사고는 지난 15일 오전 9시40분쯤 제2중부고속도로 동서울 방향 터널 안에서 발생했다. 흰색 1톤 트럭이 둔탁한 소리를 내며 쓰러졌고 그 충격으로 문이 열리지 않아 운전자 A씨는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됐다. 의식을 잃진 않았지만 유리 조각에 팔꿈치가 패이고 무릎은 타박상을 입은 상태였다.

이때 한 청년이 달려와 A씨의 상황을 확인했다. 횡성소방서 소속 이 소방사였다. 당시 그는 휴가 기간 중 가족들과 함께 강화도 여행을 떠나던 길이었다. 비가 내려 도로가 미끄러운 탓에 차들이 서행 중이었고, 이 소방사는 본인이 차에서 내려 사고를 수습해도 크게 위험하지 않다고 판단해 A씨에게 향한 것이다.

이 소방사는 함께 있던 큰누나에게 뒤따라오는 차들이 서행하도록 안내해달라고 부탁했다. 작은누나에게는 119 신고를 요청했다. 그리고 자신은 구조용 장갑을 끼고 트럭의 정면 유리창을 힘껏 뜯어내기 시작했다. A씨를 트럭 밖으로 꺼낸 뒤에는 누나들과 함께 터널 내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

쓰러진 트럭에 갇혀 있다 구조된 운전자 치료 돕는 이인표 횡성소방서 소방대원과 가족들. /강원특별자치도 소방본부 제공 뉴스1

구조는 침착하게 이뤄졌지만 119 신고가 쉽지 않았다. 사고 지점이 터널 안이었던 탓에 위치정보 시스템(GPS) 좌표가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119 상황실은 “위치 추적이 안 된다”고 전달했고, 초행길이었던 이 소방사 역시 제대로 된 위치를 파악하기 힘들었다. 이때 이 소방사의 눈에 들어온 건 터널 안으로 막 진입한 시외버스 한 대였다.

이 소방사는 버스를 세워 기사에게 정확한 사고 위치를 물었다. 이를 들은 작은누나는 119 상황실에 위치 정보를 알려 소방대의 출동을 도왔다. 구조대가 오는 동안 이 소방사의 누나들은 차에 있던 비상약품으로 A씨의 상처를 소독하며 안심시켰다. 또 50여m 떨어진 곳에서 발생한 다른 트럭 단독 교통사고 운전자의 응급처치를 해주기도 했다.

A씨는 곧이어 도착한 구조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무사히 치료를 받았다. 이 소방사 가족의 이야기를 알게 된 경기소방은 강원소방에 연락해 이 소방사를 칭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소방사는 “소방대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다. 누구나 그 상황을 봤다면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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