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10곳 중 3곳은 ‘불법하도급’… 원청·발주처 책임 더 커진다
건설현장 10곳 중 3곳에서는 여전히 불법 하도급이 자행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건설현장에 만연한 불법 하도급을 뿌리뽑기 위해 원청·발주처의 책임을 강화하는 법 개정을 추진한다. 불법 하도급을 준 업체 뿐 아니라 이를 지시·공모한 원청·발주처도 형사처벌하는 조항이 신설된다.
국토교통부는 20일 불법 하도급 집중단속 결과를 발표하며 불법하도급 근절 대책을 내놨다. 5월23일부터 8월30일까지 100일간 건설사가 근로자에게 직접 지급한 임금 비중이 현저히 낮은 508개 현장을 조사했다. 그결과 179개 현장(35.2%)에서 총 333건의 불법 하도급이 적발됐다.
유형별로는 무자격자 불법 하도급이 221건으로 가장 많았고, 재하도급 111건, 일괄 하도급 1건이 그 뒤를 이었다. 적발업체는 총 249곳으로, 원청은 156곳, 하청은 93곳이었다. 발주자 별로는 공공발주(24.82%)보다 민간발주 현장(43.4%)에서 적발률이 높게 나타났다.
정부는 공사비 절감을 통한 기대 이익이 불법 하도급에 대한 처벌 수준보다 더 크기 때문에 불법 하도급이 근절되지 않는다고 봤다. 이에따라 지난 7월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발주자·원도급사·감리의 관리 의무를 강화하는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 통과를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불법 하도급으로 5년간 3회 처분을 받으면 등록말소가 되는 ‘3 스트라이크’ 규정은 현행대로 유지하되, 불법하도급·부실시공·사망사고를 합쳐 5년간 2회 처분을 받으면 등록말소되는 ‘2 스트라이크’ 규정이 추가됐다. 등록말소 후 등록제한 기간도 1.5년에서 5년으로 늘어난다.
원도급사가 하도급사의 불법 재하도급을 관리해야 한다는 선언적 규정도 손질했다. 증빙자료 구비 등 구체적인 관리 의무를 부여해 불법 재하도급에 드는 ‘비용’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불법 재하도급을 지시·공모한 원도급사에게 부여되는 과징금은 30%에서 40%로 상향된다.
원도급사 뿐 아니라 발주자 책임도 강화했다. 기존에는 원도급사의 불법하도급이 적발돼도 공사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경우에 한해서만 계약을 해지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불법하도급이 적발되는 즉시 계약해지가 가능해진다.
불법하도급과 관련한 형사처벌 대상도 확대된다. 앞으로 불법하도급을 지시·공모한 원도급사와 발주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불법하도급을 받은 하수급인은 1년 이하의 징역을 받을 수 있다. 불법하도급을 한 자에 대한 처벌수준도 3년 이하 징역에서 5년 이하 징역으로 높아진다.
정부는 근로자에게 임금이 직접 지급되도록 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현재 건설현장에서는 시공팀장이 근로자의 임금을 일괄 수령한 뒤 숙박비·식비·성과급을 제외하고 팀원에게 임의 배분하는 방식이 통용되고 있다. 이번 집중단속에서는 22%에 해당하는 건설현장(116개)에서 일괄수령이 확인됐다.
정부는 시공팀장이 임금을 임의로 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숙박비·식비의 실비정산과 성과급 약정 내용등을 담은 건설현장 표준근로계약서를 마련해 보급하기로 했다. 내년 하반기까지 기능등급 관리 시스템에서 시공팀장의 경력을 별도 관리하는 체계도 구축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이번 집중단속에서 적발된 불법 하도급 사례를 수사의뢰를 하는 한편, 특별사법경찰제도의 연내 도입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는 국토부나 지자체의 단속 공무원에게 강제 수사 권한이 없어, 건설사 협조 없이는 불법 하도급을 입증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장에 불법하도급이 만연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한 만큼, 그 원인을 철저히 분석해 가능한 모든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단속된 업체에 대해 처분관청(지자체)이 제대로 처분하는지도 관리할 계획”이라고 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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