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돌린 측근들…송영길 턱밑 향해가는 돈봉투 수사
수수의원 20명·송영길 조사도 추석 이후 초읽기 들어갈듯
(서울=연합뉴스) 박형빈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을 전면 부인하던 송영길 전 대표 캠프 관계자들이 줄줄이 법정에서 기존 입장을 뒤집고 있다.
송 전 대표의 책임을 거론하는 발언까지 나오면서 검찰의 수사도 정점인 송 전 대표의 턱밑까지 향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돈봉투 의혹 핵심 피의자로 구속기소된 무소속 윤관석 의원 측은 지난 1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결백을 주장하던 기존 입장과 달리 일부 혐의를 인정했다.
윤 의원 측 변호인은 "범행에 가담한 점을 깊이 반성하고, 다소 과장된 부분을 제외하고 사실관계 대부분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에게 돈봉투 20개를 받았고, 봉투 속에는 100만원씩이 들어있었다고 인정했다.
300만원이 든 봉투 20개를 받아 총 6천만원을 수수했다는 혐의와는 액수에서 차이가 있지만 '돈봉투'가 전대 국면에서 등장한 사실은 인정한 것이다.
윤 의원은 올해 4월 첫 검찰 압수수색 당시에는 입장문을 내고 "돈봉투 의혹과 저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항변했다. 6월 국회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됐을 때도 "정치 검찰의 짜맞추기 수사는 부당하다는 것이 입증됐다"며 결백을 주장한 바 있다.
6천만원을 윤 의원에게 제공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도 최근 법정에서 전달 액수를 3천만원으로 줄여 혐의를 인정했다.
강씨의 변호인은 이어 전날 공판에서는 "공소사실대로라면 당 대표 선거의 형사적 책임은 최종적으로 총괄라인인 송 전 대표가 져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책임을 돌리기도 했다.
경선 당시 캠프의 자금관리 총책이던 박용수 전 보좌관 측도 이달 12일 법정에서 윤 의원에게 6천만원을 제공했다고 실토했다. 박씨는 지난 5월 검찰에 출석할 때에는 '돈봉투를 본 적도 없는 것이냐'는 취재진 물음에 "당연하다"고 말한 바 있다.
윤 의원과 강씨·박씨 모두 일부 혐의를 부인하거나 법리적으로 다투면서도 검찰 수사 단계에서와 달리 '돈봉투 자금 마련과 전달'이라는 공소사실의 큰 줄기는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검찰이 '이정근 녹취록' 등 상당수 증거를 확보해 혐의를 무조건 부인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자칫 모든 죄책을 뒤집어쓸 상황을 우려하는 일종의 '죄수의 딜레마'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법조계에서는 나온다.
이들이 입을 열기 시작하면서 한동안 소강상태인 것처럼 보이던 검찰 수사에도 다시 탄력이 붙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은 공여자에 대한 수사가 성과를 거뒀다고 판단하고 추석 이후 즈음부터 수수 의원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검찰은 이미 여러 차례 압수수색과 당시 국회 출입 기록 등을 토대로 무소속 이성만 의원 등 수수자를 특정했다. 윤 의원과 이 의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 과정에서 19명의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윤 의원이 만약 입장을 조금 더 선회해 돈봉투 전달 과정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진술을 내놓는다면 검찰이 전격적으로 강제수사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윤 의원은 아직 돈봉투를 누구에게 전달했는지는 구체적으로 진술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의원의 변호인도 이에 대해서는 "수사팀에서 입증할 문제"라고 말했다.
기소된 주요 피고인들이 '각자도생'을 선택하고 등을 돌리면서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해온 송 전 대표 입장도 난처해졌다.
검찰은 증거와 사실관계를 다진 후 이르면 10월 초중순경 송 전 대표를 소환해 조사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송 전 대표 캠프에서 당내에 살포한 것으로 지목된 9천400만원 외에 추가 자금이 불법적으로 유입·사용된 정황도 파악해 수사 중이다.
특히 송 전 대표의 외곽조직인 '평화와 먹고사는문제연구소'(먹사연)를 불법 후원금 조달 창구로 의심하면서 먹사연과 유관 사업가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대가성 여부 등을 살피고 있다.
송 전 대표는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다며 혐의를 부인하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binz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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