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싫으면 돈 내야” 동남아 골프여행 중 체포상황 연출해 13억 갈취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2023. 9. 20.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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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현지에서 범죄에 연루돼 체포되는 것처럼 연출한 뒤 수사를 막아주겠다며 13억 원을 갈취한 이른바 '셋업 범죄(Set up)' 일당이 검거됐다.

박 씨 등은 현지 술집에서 미성년자와 성매매하는 상황을 조장해 A 씨를 범죄에 연루된 것처럼 만들고, 다음 날 주유소에서 현지 경찰에게 체포되는 상황을 연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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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들이 범죄수익금을 현금으로 교환하는 모습(왼쪽)·피해자에게 일부 현금을 송금하는 모습. 뉴시스
동남아 현지에서 범죄에 연루돼 체포되는 것처럼 연출한 뒤 수사를 막아주겠다며 13억 원을 갈취한 이른바 ‘셋업 범죄(Set up)’ 일당이 검거됐다. 피해자를 속이기 위해 실제 현지 경찰도 섭외한 것으로 추정됐다.

20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국제범죄수사계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공갈 위반 혐의로 총책 박모 씨(63) 등 4명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김모 씨(50) 등 3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공갈 혐의 피의자 4명은 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됐으며 자금세탁 피의자 3명 중 2명은 불구속 송치됐다. 나머지 1명도 조만간 송치 예정이다. 현지 브로커인 주모 씨(51)에 대해선 여권을 무효화하고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적색수배를 통해 추적 중이다.

박 씨는 골프 모임에서 알고 지내던 피해자 A 씨가 재력 있는 사업가인 것을 알고 범행 대상으로 정해 지난 4월부터 계획을 세웠다. 그는 A 씨와 함께 라운딩하며 친분을 쌓은 뒤 6박 7일 골프 여행을 가자고 제안해 지난 6월 30일 캄보디아로 출국했다.

박 씨는 수개월 전부터 주 씨를 통해 상황 연출에 필요한 현지인들을 섭외했다. 주 씨는 현지에서 10년 넘게 마사지샵을 운영하며 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 등은 현지 술집에서 미성년자와 성매매하는 상황을 조장해 A 씨를 범죄에 연루된 것처럼 만들고, 다음 날 주유소에서 현지 경찰에게 체포되는 상황을 연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에 따르면 주 씨가 섭외한 현지인 6명이 주유소에 들이닥쳐 A 씨의 여권을 확인한 후 실제 현지 경찰서로 연행했다. 6명 중 1명은 실제 경찰 제복을 착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씨는 A 씨에게 “성매매로 체포된 것 같다. 현지에서 징역형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A 씨를 속이기 위해 공범 1명이 같이 체포됐다가 돈을 내고 먼저 풀려난 것처럼 보이게 했다. 주 씨는 “풀려나려면 100만 달러(약 13억 원)를 내야 한다”고 A 씨를 속인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A 씨는 수사 무마 명목으로 100만 달러를 송금한 후 풀려났다.

일당은 귀국 후 은행 34곳을 돌아다니며 범죄수익금을 모두 현금화하고 수익을 분배했다. A 씨가 의심을 품기 시작하자 합의금을 공동 분담하자며 5억 원을 돌려주고 신고를 막으려 시도했다.

그러나 A 씨가 7월 중순경 경찰에 신고하면서 빠른 검거가 이뤄졌다. 박 씨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셋업 범죄를 저지른 전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본건은 피해자를 함정에 빠뜨린 후 수사 무마 명목으로 금품을 요구해 갈취하는 전형적인 셋업 범죄”라며 “셋업 범죄는 피해자 본인도 범죄에 연루된 것으로 생각해 신고를 꺼린다는 점을 이용한 범죄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당부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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