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 ‘과격의 일상화’ 우려 [뉴스in뉴스]
[앵커]
어느 해보다 뜨거운 여름을 보낸 가운데 지구 온난화를 막아야 한다는 환경 운동 단체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의 활동이 적극적인 정도를 넘어 과격 양상이 짙어지고 있습니다.
김혜송 해설위원과 함께 자세한 내용 알아봅니다.
과격한 방식의 시위로 최근 어떤 사례가 있습니까?
[기자]
지난 일요일 독일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수도 베를린에는 독일 통일의 상징과도 같은 브란덴부르크 문이 있는데요.
환경운동가들에 의해 훼손됐습니다.
사흘 전 '마지막 세대'라는 환경 단체 단원들이 이 문의 기둥 6곳에 오렌지 색 페인트를 뿌렸습니다.
현장에서 14명이 경찰에 체포됐는데요.
이들은 정부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했습니다.
[환경단체 '마지막 세대' 단원 : "우리는 숄츠 총리가 행동에 나설 때까지 평화적이면서 단호하게 시위를 계속할 것입니다. 많은 사람이 함께해야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동참을 요청합니다."]
[앵커]
이들이 요구하는 바는 무엇입니까?
[기자]
최근의 폭염과 산불 등을 예로 들면서 화석 연료 사용 반대에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요구했습니다.
독일은 앞서 2045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약속한 상태입니다만 이걸 10년 이상 앞당기라는 것입니다.
일부 단체들은 이 같은 주장을 펴면서 공공 시설을 훼손하기도 했습니다.
올 들어 독일 등지에서는 '마지막 세대' 단체의 활동가들이 도로를 점거하고 시위를 벌이는 일이 잇달았었습니다.
일부는 접착제를 바른 손을 길바닥에 붙이며 차량 통행을 막았는데요.
시민들로부터 항의도 받았지만 강제 해산될 때까지 시위를 계속했습니다.
[앵커]
남의 권리를 침해하더라도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한 행동을 이전부터도 있어 왔습니까?
[기자]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스포츠 경기, 또 유명 미술품도 이들의 타겟이 됐었습니다.
이달 초 US 오픈 테니스 대회의 여자부 준결승전에 환경운동가들이 소동을 벌여 경기가 약 한 시간 중단됐습니다.
지난 7월 윔블던 대회에서도 퍼즐과 반짝이 테이프를 뿌려 시합을 방해했고요,
강성 환경 단체들은 문화 유산이나 예술 작품 등을 대상으로도 이런 행동을 해왔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지난 5월 화석 연료 보조금 중단을 요구하며 로마의 관광 명소인 트레비 분수에 먹물을 푼 적도 있습니다.
또 일부 활동가는 전시 중이던 클로드 모네, 반 고흐 등의 유명 작품에 접착제를 바른 손을 붙이거나 음식물을 뿌리기도 했습니다.
다만 작품에는 보호막이 있어서 원작이 훼손되지는 않았습니다.
[앵커]
이에 대한 외부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환경을 지키자는 대원칙은 존중해야겠죠.
하지만 이렇게 민폐를 끼치는 방식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여론이 높습니다.
영국 BBC는 앞서 독일에서의 교통 방해 등의 행동에 대해 시민들의 79%가 잘못이라고 응답했다는 현지 여론 조사 결과를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수의 좌파 정치인들도 이 같은 전술이 사람들을 분노하게 하기 때문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과격해지는 환경 운동에 각국의 대응도 강경해지고 있습니다.
독일 법원은 도로를 점거한 3명에게 징역 3개월에서 5개월을 선고했고 경찰은 이 단체가 기부금을 범죄행위에 썼다는 혐의와 관련해 10여 곳의 거점들을 수색했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문화유산과 예술품을 훼손하면 최대 6만 유로의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이 승인된 가운데 분수에 먹물을 푼 이들에게 복원 비용을 물릴 방침을 세웠고요.
영국 법원은 지난해 내셔널 갤러리에서 존 컨스터블의 작품을 훼손한 2명에게 유죄 판결과 함께 손해배상을 명했습니다.
[앵커]
이런 방식으로까지 시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기자]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일깨우는데 평범한 방식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죠.
자신들의 단체를 홍보하는데도 이게 효과적이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마지막 세대의 홈페이지를 보면 지금이 재앙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세대라고 적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활동으로 불이익을 받아도 감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고 있죠.
지구가 환경적인 면에서 비상 상황이니 비상한 행동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앵커]
유럽에서 주로 이런 과격 시위가 벌어지는데요,
사실 유럽이 환경 보호에서는 다른 대륙에 비해 더 열심 아닙니까?
[기자]
지구 온난화는 세계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지만 유럽인들은 특히 민감합니다.
지난 2020년의 국제 설문 조사를 보면 이들이 환경 문제에 얼마나 진심인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2020년은 코로나 19가 처음 보고되고 공포감이 굉장했던 시기죠.
미국의 여론조사기관 퓨 리서치센터는 이해 6월부터 약 두 달간 세계 14개 나라 국민 만 4천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국가적으로 직면한 큰 위협이 무엇이냐고 물었는데요. 여기에 우리나라와 일본, 미국 등은 코로나 19를 1위로 꼽았습니다.
그런데 유럽은 달랐습니다.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등은 세계적인 기후 변화를 가장 큰 걱정거리로 꼽았습니다.
당시 코로나 19가 창궐했지만 유럽인들은 지구 온난화가 더 큰 위협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거죠.
이렇게 환경에 대한 의식이 높은 것도 운동가들이 더 신속하고 높은 단계의 조치를 요구하게 된 배경이 되지 않았냐는 분석도 나옵니다.
[앵커]
일부 단체의 위협적인 행동이 환경 보호에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기자]
환경을 지키자고 한 행동이 거꾸로 자원 낭비를 불러온다는 지적도 받고 있습니다.
일례로 먹물 세례를 받은 트레비 분수를 비우고 다시 채우는데 30만 리터의 물이 필요했다고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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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송 기자 (pinek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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